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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테라피] 이건 네 일이라고!

잡코리아 2022-12-26 09:00 조회수2,305

 

 

 

최근 김 과장은 누구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남들 눈에는 능력 있고 친절한 안 차장 때문이다. 안 차장은 일 욕심이 많다. 혼자 잘하는 건 좋은데 자기 혼자 하기 힘드니 다른 팀원들을 쫀다. 자기 일을 부장 몰래 시키기도 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김 과장은 회사 입사 초반 어디 물어볼 때가 마땅치 않을 때 안 차장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른 팀원들은 물어보면 알려주긴 하는데, ‘귀찮게 하지 마시오.’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대꾸를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 차장은 물어보기 애매한 것도 알아서 캐치해서 착착 알려준다.

 

안 차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마음 한편에 있지만 최근에는 사람을 잘 못 본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자기 업무를 슬쩍 남기기 때문이다. “김 과장, 내가 좀 급해서 그런데 □□보고서 관련 자료 좀 찾아 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런 정도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가 언제까지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두통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다. 네가 좀 아웃라인을 잡아주면 안 되겠냐고 슬쩍 일을 넘긴다. 상급자이기도 하고, 사실 다른 팀원들과는 아직도 데면데면한 사이라.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고 간단하게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그랬더니 이게 뭐냐고, 다시 작성해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부장이 김 과장에게 시킨 일도 아니었는데, 선임이라고 해서 자기 일을 이렇게 넘겨도 되는 걸까?

그렇다고 이걸 부장에게 말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 차장은 부장이 신임하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고, 부원들이 나 몰라라 하는 일도 안 차장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떠 앉기 때문이다.

 

[김 과장의 입장]

팀원들 사이에 끼기가 쉽지 않았어요. 안 차장님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길래 좋은 사람인 줄 알았죠.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될까 봐 걱정됩니다. 부장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입니다. 이런 것도 알아서 해결 못 하는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죠?

 

안 차장님을 제가 오해한 걸까요? 다른 팀원들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말을 섞는 사람이 안 차장인데, 제가 거절을 하게 되면, 서로 얼굴 보기가 불편해질까 걱정이 됩니다.

 

[안 차장의 입장]

저희 때는 사수-부사수 제도가 있었어요. 부사수는 사수의 역할을 보좌하고, 사수는 부사수가 한 일을 검토하고 같이 책임을 졌습니다. 지난번 하도 두통이 심한데, 보고서 마감은 코앞이라, 김 과장에게 부탁을 좀 했어요. 물론 김 과장이 한 걸 그대로 넘기진 않죠. 그만한 실력이 아직 안 되는 데다, 제가 한번 검토를 하는 게 맞으니까요. 업무를 배워보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제가 기대가 컸나 봐요. 이건 고쳐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웃라인을 잡아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말에 충실하게 해왔더라고요. 자료는 자료대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하려는 건지.

 

제가 인생의 진리하고 생각하는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세상에 공짜는 없다.

1.1.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2. (황금률)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2.1. (은율)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마라.

 

이 말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요는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냥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 이유 없이 나에게 친절하다? 원래 친절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대게는 목적이 있습니다. 아들러는 인간이해(Menschenkenntnis)에서 이탈리아 범죄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이상적인 태도가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고, 선량함과 인간성이 환상적일 때 그것은 확실히 의심할 만하다."

황금률과 은율은 다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존중을 받아야 하는 인간이며, 행동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기보다 무엇이 그른지를 더 쉽게 판단할 수 있기에 황금률보다는 은율이 더 명확하고 구체적입니다.14)

남에게 좋을 것 같은 것을 하기보다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이유입니다. 안 차장과 김 과장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는 선순환 관계였다면 좋았겠지요. 김 과장님이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김 과장님은 안 차장을 오해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동료 간 바쁘면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속 상사인 부장도 모르게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안 차장은 업무를 가르치려는 의미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걸 왜 부장 몰래 할까요?

 

게다가 안 차장은 김 과장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오라는 말로 김 과장의 업무능력을 평가절하15)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낮추면서 자신을 우위에 놓는 방식입니다. 안 차장은 김 과장의 처지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부서에 친한 사람 하나 없는 김 과장은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과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안 차장은 나쁜 사람인 걸까?

좋은 사람인데 잠시 실수를 한 걸까?

 

가스라이터는 상대방을 심리적 딜레마에 빠뜨리는 상황을 즐깁니다.16) 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할수록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안 차장님은 친절하지만, 지금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그런 걸 거야.’

 

김 과장은 안 차장이 친절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자신이 오해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합니다.17)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정보를 무시하거나 부정합니다. 김 과장이, 안 차장이 ‘잠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죠.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제언]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안 차장님과 업무를 할 때는 메일로 주고받고, 부장을 꼭 참조로 넣으시기 바랍니다. 부장이 받는 메일도 많을 텐데, 방해될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삼자가 끼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가스라이팅은 양자 간의 내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삼자가 끼기만 해도 가스라이터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안 차장님을 가스라이터로 규정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라떼는 정말 그랬을 수도 있거든요. 정신 못 차린 꼰대일 수도 있지요.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이 묘하게 미심쩍거든,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가능한 단 둘이 있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대화는 가능한 기록이 남는 메신저나 카톡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김 과장은 이 일을 부장에게 이야기할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안 차장이 메일에 참조를 넣는 선에서 해결이 될 사안이라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하시길 바랍니다.

해당 행위가 여러 번 반복되었고, 보고서가 며칠이 걸려야 끝낼 수 있을 분량이었으며, 일을 도와달라는 수준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넘겼습니다. 부장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개선이 되질 않았습니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것을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김 과장은 이런 문제도 스스로 해결을 못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여길 수도 있습니다. 자의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반성을 가혹하게 합니다. 자기반성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한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기 때문입니다.

가스라이터들은 제삼자가 낀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 뜻대로 조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안 차장과 둘 사이에 해결할 문제라 생각하고 자기 혼자서 끌어안고 있지 말기를 바랍니다.

 

14) 블랙스완, 지은이 나심 탈레브
15) 아들러의 인간이해(원제 : Menschenkenntnis), 지은이 알프레드 아들러 - 평가절하 성향 Entwertungstendenz : 다른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
16) 가스라이팅, 지은이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17) 위키피디아, ‘인지부조화

 

 

 

필자 ㅣ이세정 

필자 약력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 브런치: https://brunch.co.kr/@viva-la-vida
- 출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인사노무사례 100개면 되겠니?> (공저)

 

‘오피스 테라피’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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