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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테라피] 제대로 가스라이팅

잡코리아 2022-12-19 09:00 조회수3,036

 

 

 

김 과장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본부장을 만나 면담을 받기로 했다.

 

(김 과장) “본부장님, 이런 일로 면담을 요청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입사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 실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하고…. 저도 부끄럽습니다.”

“현재, 전 제대로 된 업무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이 제가 한 일로 둔갑이 되거나, 사사건건 하는 일마다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본부장) “김 과장님, 사실 어느 회사나 이직을 하게 되면 텃새라는 게 있습니다. 김 과장님도 적응해보려고 노력하신 게 맞나요? 제가 듣기로는 다른 데는 이렇게 일 처리 안 한다고 여기가 뒤처졌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부서에 위화감을 조정했다고 하던데요.”

 

[김 과장의 입장]

회사에는 ‘고충처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물론 ‘고충처리’로 접수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 잠깐 시간 내서 면담하고 상의를 하길 바랐던 거죠. 그런데, 이미 저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퍼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장님에게 시말서를 내면서 제 입장을 설명하느라 했던 말이 안 좋은 쪽으로 와전이 되었어요. 제가 이 회사를 무시한다는 거죠. 뒤처졌다는 말을 한 적은 없는데, 내가 그런 뉘앙스로 말을 했나?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제가 회사 생활 한 두 해도 아니고 그런 표현을 했을 리가 없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부장님 말처럼 어딜 가든 텃새가 있는데, 제가 좀 더 사근사근하게 대했어야 했나 싶기도 해요.

 

[본부장의 입장]

회사는 소꿉장난하는 곳이 아닙니다. 일하러 모인 곳이죠. 일하는 데 불편할 정도로 관계에 문제가 있다?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능력인 거죠.

사람을 뽑을 때, 요구 능력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괜히 쓰는 게 아닙니다. 경력으로 이직을 했으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과장은 잘못 뽑았네요. 경력직이라 애사심을 기대한 건 아닙니다. 최소한 여기가 뒤처졌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되죠. 그쪽 부장도 사정이 딱합니다. 진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런 문제를 겪네요.

 

부장이 김 과장보다 빨랐네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심리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가스라이팅은 교묘하게 이뤄집니다. 피해자는 이게 가스라이팅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가해자도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착각하며 행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간에,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의심하도록 합니다. 진실과 거짓을 섞어 기억의 왜곡을 만듭니다. 사소한 실수를 과장하고, 상대방이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해자는 주변인들을 조정합니다. 피해자 몰래, 피해자의 뒷담화를 퍼뜨려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피해자는 더욱더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됩니다. 피해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이제 자신도 의심합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부장과 동료들의 괴롭힘에 마음이 위축된 김 과장은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사회생활이 힘든데, 이직하면 텃새가 기본인데, 내가 제대로 친해지려는 노력도 안 하고, 불평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과장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본부장은 원래 그런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김 과장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김 과장이 지나치게 성실한 사람이라면 남 탓이 아닌 자기 탓을 하기 쉽습니다.

“그래, 내 문제고 내가 책임져야 해.”

 

비합리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폭행의 피해자는 정신적인 외상을 남기는 그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할 수도 있는데요.10) 정신적인 외상, 트라우마의 핵심은 무력감입니다.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닙니다. 트라우마는 그 상황에 꼼짝 없이 사로잡혀 어쩌지 못했던 경험에 대한 것이므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일정 부분 좋아지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서 자기 탓을 합니다. “내가 좀 더 자세를 낮췄더라면.”

그러나 자기 탓이 아닌 것을 자기 탓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리스트를 보고 이런 경험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까요? 가스라이팅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묘하게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카톡을 보내면 1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답변이 옵니다.

- 상대방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합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건 당신에게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못 느낀다는 뜻입니다.

- 당신을 일부러 기다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복종 훈련입니다.11)

 

일하면서 동료들과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 나만 일정이 변경된 것을 모릅니다.

- 동료들이 다 알고 있는 사내 소식을 나만 모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 뒷담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 나를 보면 피하거나, 소근 거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시 받은 내용이 분명 이게 아닌데, 상사는 제가 잘못 들었다고 말합니다.

- 분명히 이번 주 금요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부장은 그 다음 날 아침에 왜 보고서가 없냐고 일 제대로 하라며 면박을 줍니다.

 

누가 내 자리에 왔다 간 것 같습니다.

- 자리배치가 묘하게 뭔가 달라져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제언]

내가 나를 의심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팩트체크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근거 없는 풍문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합니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이것이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는지도 따져보세요. ‘여기가 뒤처졌다.’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본부장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누가 그렇게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음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여기 관습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주장’은 여기가 뒤처졌다고 김 과장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직하면 텃새는 기본이다.’

어느 정도 텃새가 있을 수 있지만, 김 과장이 이직을 안 해 봤던 것도 아니고, 과한지 과하지 않은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기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 그 말로 인해 상대방이 무엇을 노리는지를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자기 판단을 믿지 못해 위축된 내 모습을 보길 바랄까요? 상대방이 나를 깎아내리길 원할 때, 우리는 기 죽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위치감지법은 내 입장, 다른 사람의 입장, 제삼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방법입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공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고민해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번 사안을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내 입장에서 벗어나 사안을 들여다볼 때, 앞으로 내가 싸울지, 그만둘지, 적당히 거리를 둘지 명확해집니다.

※ 참고 : Chapter 2 > 1. 나만 괴롭히는 게 맞나요? - 켈리의 공변모형 

 

머릿속 기억은 제한적입니다. 증거를 남기는 게 가장 좋은데요. CLOVA NOTE를 추천합니다.

노동청에 진정 등을 낼 때 녹취를 증거로 내는 경우가 있는데, 활자화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녹취물이 있어서 그것만 서류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녹취한 내용이 방대하다면 문서로 만드는 것도 일입니다.

 

녹취는 당사자 간에만 가능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12)에 따르면,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합니다. 

이를 위반 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합니다. 13)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소송 시 증거로 사용되지 못합니다.

 

당사자 간이라도 해당 녹취물이 증거물로 제출되었을 경우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동의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10)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지은이 로랑 베그, p.109
11)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지은이 크리스텔 프티콜랭, p.239 - 기다림의 지연, 급작스러운 계획의 변경, '똥개 훈련'이야말로 심리 조종자들이 우리의 복종을 확인하기 위해 즐겨 써먹는 주특기다. 우리를 개 끌고 다니듯 하면서 말을 얼마나 잘 듣나 시험해 보기 위해 이랬다저랬다 한다. 

12)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항 

13) 동법 제16조

 

 

 

 

필자 ㅣ이세정 

필자 약력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 브런치: https://brunch.co.kr/@viva-la-vida
- 출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인사노무사례 100개면 되겠니?> (공저)

 

‘오피스 테라피’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 [오피스 테라피] 동료가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 [오피스 테라피] 내가 하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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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V_39032*** 2022-12-19

    어쨌든 김과장은 퇴사를 고려하는게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단순히 불편한 관계를 넘어 공격을 해올 정도로 갈등이 깊다면 둘 중 하나는 나가야 끝날 것 같아서요. 사내 정치에서 승리하려면 내 편이 많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김과장이 다른 직원들을 포섭해야 하고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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