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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 개성과 철학이 담긴 손글씨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캘리아티스트 2016.04.28. 조회수 15,072 Tag #캘리아티스트 #캘리그래피 #캘리아트 #권도경

캘리그래피에 아트를 접목한 캘리아트를 창시, 캘리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권도경님을 만나봤다. 

 

 


 

 


l 캘리아티스트 권도경


캘리아트와 캘리그래피는 어떻게 다른가요?
캘리그래피는 서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개성을 살려 글씨를 쓰는 겁니다. 직접 글귀를 짓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시나 격언, 유명한 문구 등 다른 사람의 글귀를 인용합니다.
그리고 캘리아트는 그 글씨를 사진이나 소품, 일러스트, 조명 등과 함께 연출하는 거고요. 그 용어를 제가 만들었으니까, 이 장르는 제가 효시라고 할 수 있겠죠? 말하자면 문학과 미술과 사진의 조합이라고 할까요? 여러 가지 장르를 융합하여 메시지를 표현하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어요. 캘리그래피는 기능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저는,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예술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캘리그래퍼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예술’보다 ‘기능’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분이 많을 듯해요.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데, 이 일은 부업으로 하시는 건가요?
네, 제 본업은 광고회사 대표입니다(㈜네오애드앤씨). 1995년에 설립했으니까 벌써 20년 되었네요. 캘리아트 작업은 주로 밤에 합니다. 사실 이 일이 부업으로 하기에 좋아요.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거든요. 그러니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분이라면 SNS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홍보하면 일감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작업에 대한 보수는 어느 정도 받으시나요?
보수는 작업에 따라 다르고 주문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물론 시세라는 게 있긴 있지만, 싸지는 않죠. 물론 ‘싸다’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요. 글씨 한 장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과물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일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일단 클라이언트와 인터뷰를 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속성을 파악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 대상의 얼굴 또는 명찰을 만드는 건데, 그 속성을 매력적으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클라이언트는 일반 기업체, 영화사, 방송사, 출판사 등 다양합니다. 제품 패키지, 영화 타이틀이나 홍보물, 책표지, 방송프로그램 타이틀 등 글씨가 들어가는 것은 다 해당되죠.
저는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글씨를 씁니다. 그래야 전체적인 조화와 비율이 맞거든요. 글귀는 제가 직접 지어서 써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사진도 직접 찍고, 그림도 직접 그립니다. 

 

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의뢰를 받으면 보통 시안을 두 종류로 만들어서 제안합니다. 하나는 보편적 느낌을 살려 일반적으로 소구(appeal)되는 버전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저의 철학이 녹아 있는 버전으로 만들죠. 누구든 이 두 가지 버전을 다 구현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아마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보편적인 것도 구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거기에 더해 ‘자기만의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주제가 주어졌을 때 자기의 철학으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일은 자기 세계가 필요한 일입니다. 개성이 없으면 소구력이 떨어지거든요. 개성이 없는 글씨는 다운로드 받아 누구나 쓸 수 있는 폰트나 다름없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해요. 사람과 사회, 세상에 대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방향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방송, 출판, 영화,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수요 많아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이 일을 하면 누구든지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부가가치가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손글씨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감동적인 선물이 될 수 있죠.
또, 글씨를 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이 회복되면서 힐링도 되고 수행도 됩니다. 게다가 비용도 많이 안 들어요. 물론 작품을 만든다거나 직업으로 하는 경우라면 좀 다르겠지만, 취미나 부업 정도로 한다면 거의 안 듭니다.
현직 디자이너나 디자이너 지망생 입장에서도 이 일을 배워놓으면 좋은 점이 있어요. 지망생이라면 그만큼 자신의 스펙과 상품가치가 높아지는 거라 취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현직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작업에 캘리그래피가 당장 필요할 때 유용하죠.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의뢰를 받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문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나의 정서가 아닌, 주문자의 정서로 접근해야 하죠. 그래서 주문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서체가 일정하지 않은 편입니다.

 

캘리그래퍼가 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이 분야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것이 4-5년 정도 되었을까요? 디자이너나 글씨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시작된 거라, 캘리그래퍼가 되는 일반적 경로가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독학으로 익히기는 쉽지 않을 테니, 기본을 익히려면 일단 교육기관에 다니는 게 도움이 되겠죠. 아니면 전문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어떤 타입의 사람들이 이 일을 잘할까요?
예술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예술적 감성이 있는 사람들, 미적 재능이나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잘할 겁니다. 또 서예 전공자와 디자인 전공자들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단,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것과는 관계없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글씨 못 쓴다고 지적 받곤 했어요(웃음).

 

나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렇긴 한데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감각 면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일감을 따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학원 같은 곳에서 기본을 배우면 능력에 따라 바로 주문 받아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쉬운 일부터 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가면 되겠죠.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수요가 많으니까요.
다만 캘리그래퍼로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캘리그래피 전문회사라면 모를까, 기업에서 캘리그래퍼를 상근직으로 채용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권도경 캘리아티스트의 작업대)

 

글씨의 모양과 느낌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

 

캘리아트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10여년 정도 되었어요. 취미처럼 시작했죠. 영화 타이틀이나 광고 카피, 책 제목 등을 쓸 때 캘리그래피로 표현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러니까 더 재미를 붙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나중에 캘리아트로 발전시킨 거죠. 2012년에는 KT의 의뢰를 받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청각장애아들 대상으로 8주 동안 특강(KT 소리사랑 예술교실)도 했습니다. 청각장애아동들이 이 캘리아트로 자기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니까 부모들이 더 좋아하더군요.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요.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 및 노력을 하셨는지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씨를 많이 보고, 다양한 재료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꽃’을 쓸 때는 꽃대로 쓰고, ‘나무’를 쓸 때는 나뭇가지로 쓰는 식으로, 꽃과 나무의 속성인 부드러움과 딱딱함을 각각 살려서 쓰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필기구의 특성을 연구하고 각각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흔히 글씨를 쓴다고 하면 ‘형태’ 즉 어떤 모양으로 쓸 것이냐에 집착하는데, 글씨의 모양과 느낌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재료를 구사할 수 있으면 좋아요. 공산품으로 나오는 일반 필기구 외에 나무젓가락, 손가락, 칫솔, 풀 등 뭐든지 다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추사 김정희와 신영복 선생입니다. 추사가 그림도 잘 그리지만, 글씨에서 정말 독보적인 인물이죠. 서예의 대가잖아요. 추사의 글씨야말로 캘리그래피의 맥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신영복 선생은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분이죠. 저도 신영복 선생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캘리그래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해요. 많이 쓸수록 실력이 늘고, 재료의 성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니까요. 또, 자기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캘리 일지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노트를 하나 마련해서 일기를 쓰듯이 매일 한 장씩 써보는 거죠. 쓸 때마다 느낌이 다를 거예요. 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모사도 해보고, 리뉴얼도 해보는 겁니다. 작품들을 스크랩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상표든 행사 포스터든 부지런히 모아놓으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거든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되는 거죠.
캘리그래피에는 일정한 서법이 없습니다. 퇴계가 ‘글씨법은 마음법을 따른다’는 말을 했는데요, 정말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때는 중국 글씨를 모방하는 게 유행이었죠. 그런데도 퇴계는, 유명한 글씨나 예쁜 글씨, 잘 쓴 글씨를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한 거예요. 그야말로 캘리그래피의 참뜻이 담긴 말이죠.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김세라 srbond@naver.com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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