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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는 성급하지 않게 아이들과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

목동아동발달센터 2016.01.05. 조회수 16,665 Tag #목동아동발달센터 #언어치료사 #언어재활사

국내 인구의 약 10%, 대략 190만 명의 사람들이 언어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다문화 가정 구성원 등 언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유아들의 언어지연, 발음장애까지 더하면 언어장애를 치료해 줄 언어치료사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영화 ‘킹스 스피치’에도 등장했던 언어치료사가 아직 생소할 수도 있지만 신체 장애뿐 아니라 말더듬, 발음문제 등 언어소통에 관한 치료가 요구되며 언어치료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언어치료사이자 목동아동발달센터의 한춘근 원장을 만나 언어치료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목동아동발달센터의 대표이자 언어치료사로 활동 중인 한춘근 원장입니다. 저는 1999년 한춘근 말 언어치료실을 오픈한 이후 목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목동아동발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어치료사 외 행동치료사, 행동적응지도사, 심리운동지도사 등 인지행동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의 유아행동치료 방송에 전문가 상담을 해 주거나 잡지, 신문 등에 아동발달 상담 및 기고, 감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 대학강의 및 교육청 교육복지사업과 교육복지사업내 유치원 컨설팅, 관내 다양한 유아콘텐츠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이신 목동아동발달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프로그램 소개도 함께 부탁 드립니다.
말 그대로 아동 발달에 필요한 모든 치료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프로그램은 크게 언어와 인지&심리, 움직임 이렇게 세 분야로 나뉩니다. 언어 파트는 언어치료가 대표적으로 또래보다 말이 늦거나 발음이 안 좋은 아이들, 지적 장애나 청각장애로 인한 언어장애 치료를 하고 있으며 인지. 심리 파트는 인지학습치료와 놀이, 음악, 미술, 연극 치료 등이 인지심리치료로 들어갑니다. 학습장애, 학습부진 등이 인지학습치료 대상자로 학습의 기본과정 및 취학 전 학교적응훈련까지 적용됩니다. 심리 파트는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최근엔 연극치료를 합니다. 움직임 파트는 감각통합, 운동재활, 특수체육 등의 치료를 말합니다.

 

치료분야가 다양한데 언어치료만 하시다 통합치료 기관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처음엔 저 역시 복지관에서 언어치료만 했는데 치료실이 모두 별개로 운영되다 보니 어머님들이 치료가 끝날 때마다 치료실을 옮겨야 했어요. 매우 번거롭고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 신입 언어치료사 시절, 제게 어느 자폐아 친구가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언어치료보다는 놀이치료를 병행하면 좋겠더군요. 하지만 제가 언어치료사라 언어 위주로 치료하고 권유하게 되더군요.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곳에서 언어, 심리, 놀이치료 등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통합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아동발달센터를 찾는 아이들의 50%는 미취학 아동이고 나머지 50% 정도가 취학아동입니다. 취학아동의 30% 초등학생, 약 20% 정도는 중. 고등학생이 이곳을 찾습니다. 아무래도 어릴수록 치료효과가 높은 편이지요. 중. 고등학생의 경우는 심리적인 위축이 커져 있어 심리치료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장님의 주 업무와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오전에는 전날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특성과 진행된 프로그램을 확인합니다. 이후 제가 진행하는 외부 기고의 마감 일정에 맞춰 자문이나 기고, 감수를 해 드립니다. 오후에는 외부강의나 언어치료를 하는데 방송이 있을 때는 주로 아동발달이나 언어치료 등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해 드립니다. 대학강의 등 외부강의 있는 날엔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 언어치료사로 준비해야 부분이나 아동발달 특강을 합니다. 언어치료사로 일주일에 3번, 약 15시간 정도는 아이들의 언어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다시는 보지 말아요’ 라 기쁘게 말하는 아이러니한 직업, 언어치료사

 

언어치료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에는 막연히 성적에 맞춰 언어치료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공부를 해 보니 점점 언어치료사에 대한 전망이 보였지요. 특히 대학 3학년 시절 임상실습을 하던 중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 받던 교수님께서 제가 치료한 아이의 치료과정과 결과를 보신 후 제게만 유일하게 만점을 주셨어요. 그리고 제 치료과정이 체계적이고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게 잘 치료했다고 칭찬해 주셨지요. 교수님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고 확신 있게 언어치료사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

 

언어치료사로서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언어치료사 외에도 센터 원장으로서도 보람을 느끼는데 우선 언어치료사로의 보람은 아이가생각보다 빨리 호전되었을 때인 것 같아요. 예전에 모든 발음을 치간음(이 사이에 혀를 넣고 내는 소리)으로 발음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나비야, 나비야’를 ‘낟띠따, 낟띠따’로 발음하는 아이였죠. 6개월 넉넉하게 잡고 치료를 했는데 2개월 만에 호전되어 예상보다 치료기간이 짧았던 친구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참 아이러니한 것이 아이가 호전되면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가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라고 인사를 하게 돼요(웃음). 한 기관의 원장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어머님들께서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 감사하다’고 인사하실 때입니다. 치료실을 결정하는 것이 어머님이시다 보니 어머님들이 선생님에게 만족을 하셔야 운영자로서 보람을 느끼게 되지요. 또 아이들이 센터를 많이 찾아줘야 선생님들도 치료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제가 구청 등 관내 사업을 연결해 많은 아이들이 센터를 찾게 될 때 운영자로서 뿌듯합니다.

 

언어치료사로서 고충을 느끼실 때도 있을 텐데요?
언어치료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가 의욕이 넘쳐 아이를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요. 어느 날, 치료 과정 중 어떤 시도를 했더니 다음날 바로 치료 효과가 나더군요. 신이 나서 의욕에 넘쳐 아이를 치료했는데 다음 날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으니 바로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그 때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고 표정이 굳어졌던 것 같아요. 아이가 돌아가서 선생님이 무섭다고 이야기를 했지요. 그 때 아차 싶었어요. ‘내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급했구나’하며 반성을 했습니다. 아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져 그 때 다른 선생님을 추천해 드리고 ‘절대 성급하지 말자’ 스스로 다독였던 기억이 나요.

 

센터 운영하시면서, 혹은 언어치료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담배를 끊게 된 계기가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아이 덕분인데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친구들은 집요한 특징이 있어요. 중 2짜리 아이였는데 제가 담배 피우고 사무실로 가다 그 아이에게 딱 걸린 거죠. 아이가 절 붙잡더니 “선생님, 아 해보세요”, “ 선생님, 주머니 담배 꺼내 보세요” 하며 매달리더군요. 대기실에 어머님들 앉아계시는데 정말 당황했죠. 그 때 “안 피울게. 선생님 안 피울거야” 하고 간신히 달래고 도망치다시피 방으로 왔어요. 이후 전자담배로 바꿨습니다(웃음).

 

꽤 큰 체격이신데 언어치료사나 상담치료사에게 남자선생님이란 것이 단점 요소인가요?
저처럼 덩치가 있는 남자선생님은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일단 아이들이 겁을 먹어요. 이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 한참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유대관계가 형성되면 여자선생님보다 더 친근해지는 장점은 있어요. 덩치가 작거나 고운 느낌의 남자선생님은 괜찮은데 덩치 큰 남자 선생님의 비애라 할까요(웃음). 때문에 약간 과장된 행동과 몸짓, 표정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언어치료사 대신 재활사라고 명칭이 바뀌었는데 그럼 이제 ‘언어재활사’라고 표기하게 되나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2.3년제 대학의 학과명칭은 ‘언어재활과’에요.  4년제 이상은 ‘언어치료학과’죠. 석사는 ‘언어치료학’ 전공이 되요. 민간자격증에서는 명칭이 ‘언어치료사’였는데 국시로 바뀌면서 ‘언어재활사’로 바뀌었어요. ‘치료’라는 표현이 ‘의료행위’로 보인다면서 ‘언어재활사’로 바뀌고 대신 민간자격증이 국가자격증으로 바뀌었지요. 당연히 현장에 있는 분들은 ‘언어치료사’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해요.

 

 

청소년상담사, 임상심리사, 연극치료 등을 공부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

 

언어치료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전문대 과정이나 4년제, 대학원 전공을 해도 언어치료사 2급 시험을 볼 수 있어요.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하신 분들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 언어치료사 2급 시험을 볼 수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1급 시험 응시 자격으로 석사는 1년 이상 임상기간이 필요하고, 4년제 대학 졸업자는 3년 이상의 임상기간. 전문대는 5년 이상의 임상을 했을 때 1급 시험을 볼 수 있어요.

 

심리치료나 언어치료는 석사전공을 해야 현장에서 인정을 받는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아무래도 미디어시대다 보니 요즘엔 홈페이지나 병원에 선생님 사진과 학력 및 경력을 모두 노출하게 돼요. 당연히 저희같이 사설 기관에서는 고객인 학부모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어머님들이 석사 이상의 경력자를 선호하시기 때문에 저 역시 석사 이상,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이 있는 분들, 쉽게 말해 어머님들이 신뢰할 만한 분들을 채용하게 됩니다.

 

면접을 보실 때는 주로 치료선생님들의 어떤 부분을 보시는지요?
저는 이직률이 높은 분, 또 면접자리에서 다른 치료실의 단점을 말씀하는 분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또 자기의 장점을 부각할 때 ‘아이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아이들과의 유대는 치료사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저는 아이뿐 아니라 어머님과도 유대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분을 선호해요. 어머님이 문 밖에서 너무 조용하면 불안해 하시기 때문에 치료실 안에서 호응하는 소리도 들려야 안심을 하십니다. 때문에 선생님이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물론 조용한 선생님도 필요하지만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조용하면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치료를 힘들어 할 수 있어요. 치료사는 치료에너지를 잘 조절해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어치료사의 급여체계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뿐만 아니라 민간 기관에서 일하시는 언어치료사 대부분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이뤄져요. 때문에 제가 외부활동을 많이 해 많은 아이들이 센터를 방문해야 선생님들의 수입에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사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언어치료사로서의 기본적인 스킬 외에 제일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치료사로서의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치료 스킬이 약간 부족해도 선생님 마음이 따뜻하다면 조금 부족한 치료부분은 메울 수 있어요. 센스도 중요한 역량이지요. 아이가 지루해 하는데 곧이곧대로 자신이 배운 치료만을 강행한다면 안 되겠죠. 또 다른 치료사분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도 중요해요. 직장에서 일 많은 것은 버텨도, 동료 직원과 트러블 있으면 정말 다니기 힘들어져요. 때문에 어머니나 동료선생님과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성이 필요하죠.

 

언어치료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시스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현장에 나와 기초 없이 치료를 하게 되요. 때문에 수업을 정말 잘 들으라고 당부하고 싶고요. 졸업을 하고 국시를 보게 되면 꼭 자격증을 취득해야 1년 동안 실업자가 안 됩니다(웃음).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취업을 준비하되 공증된 자격증을 하나 둘 더 취득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해요. 청소년상담사, 임상심리사 등이 도움이 될 것이고 연극치료를 해 보는 것도 현장에서 많이 도움되죠. 일단 치료사가 되었다면 거드름을 피울게 아니라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해요. 제가 어느 치료사를 보니 어머니가 어린 아기를 안은 상태로 큰 아이 신발을 신겨주는데 치료사분은 뒤에서 그 모습을 멀뚱히 보다 인사만 하고 문닫고 들어가더군요. 그런 데서 선생님의 센스를 보게 돼요. 겸손하고 따뜻한 치료사, 배려심 많은 치료사가 된다면 어떤 원장이라도 추천해 주실 겁니다.

 

‘좋은 일’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정말 ‘흠뻑 빠질 수 있는 일’이요. 장난감을 보더라도 언어치료사라면 ‘이걸 치료방법에 활용하면 좋겠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일을 할 때도 언제나 자신의 일이 생각날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최원영 76ditto@hanmail.net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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