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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트랜스포메이션] 오래 일하면 전문가?

잡코리아 2022-02-24 09:00 조회수4,604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 있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투자하면 약 10년, 하루 10시간씩이면 약 3년 정도 걸린다. 반드시 '1만 시간'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비로소 한 분야에 정통하게 된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역'도 성립할까? 다시 말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일까? 이를 직장생활에 적용하여, 회사에 오래 다니면 전문가가 되는 것일까?

답을 내리기에 앞서 전문가란 무엇인지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정의를 충족시키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가정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에게 전문성은 필수 덕목일까? 글쎄.., 모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면 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학교와 대학원 교육을 받을 때까지 '전문성'에 대해 느끼는 바가 적었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줄어들고 있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어진 교육과정을 괜찮은 성적으로 마치고 나서 괜찮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사 후에도 한동안 '전문가'라는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연차가 쌓이고 승진되었고, 매년 (노동조합의 협상 끝에) 임금인상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경제위기로 회사는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였다. 임금제도를 개편하였고, 일부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유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인력의 30%를 사업본부로 전환배치하였는데, 나도 연구소를 떠나 생소한 분야로 옮기게 되었다.

이러한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다른 옵션을 따져보는데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서 4년 정도 일했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에 특별한 경쟁력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나보다 훨씬 오랜시간 일해온 선배들을 살펴보니 상당수는 비슷한 처지였다. 오히려 1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이 생뚱맞은 분야로 넘어가야 하였기에 상황이 나쁘다면 더 나빴다. 여기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10년 넘게 한 분야에 종사했으면, 1만 시간을 넘겨도 훌쩍 넘겼을텐데, 이들은 전문가가 아닌건가?

 

 

그들은 전문가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같은 회사 선배들을 관찰하여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 그 회사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 누가 어느팀에 있는지,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빠삭하다.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도 놓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내 정치를 하게 되어 팀장이나 부서장으로 승진할지도 모른다. 상당수의 기업에서는 이런 회사 전문가들이 중용되기 마련이고 전혀 다른 분야의 높은 자리에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있던 부서(로보틱스 연구실)의 담당중역이 있었는데, 산업용로봇의 연구개발에만 20년 넘게 전념해온 '전문가'였다. (이분은 회사 전문가이기도 했지만 업무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뛰어난 아주 특출난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의 부름을 받고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떠났으며, 지금은 변업기, 차단기 등 전기 분야를 담당하는 사업체의 높은 보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회사를 오래 다닌 회사 전문가 중 업무에 대해서는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이들도 오랫동안 해온 일이 있을테니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무난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떠날 때 드러난다.

지속적인 커리어 개발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긴 한데, 내가 전문가인가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산업용로봇이라는 분야에서는 연구개발부터 영업지원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였고 이와 관련된 업무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산업용 로봇이라는 '산업 분야'를 벗어나는 순간 나의 효용가치가 뚝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만약 이직을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채용공고를 보면 (경쟁업체를 제외하고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아주 너그러운 기준으로 나를 전문가라고 한다면, 나는 산업용로봇이라는 분야에 국한된 '업계 전문가'인 것 같다. 이직 가능성 측면에서 업계 전문가 보다는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마케팅 매니저, UX 디자이너, Full Stack 개발자 등 특정 기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다면 선택권이 아주 넓어질 수 있다.

결론이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닌 회사 전문가는 회사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고, 한 분야에 오랜 시간 종사한 업계 전문가는 그 업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다.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다보면 언젠가 전문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인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본인의 전문성과 본인이 추구하는 커리어 방향이 잘 맞아야 한다. 가령,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회사 전문성'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돌아가자. 양질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노력의 방향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필자 ㅣ 백승민

  

필자 약력
- (현) 모션투에이아이 Biz Dev & Product Manager
- (전) 유니버설로봇 기술팀장
- (전) 현대중공업 연구원
- 서울대학교 학부 및 석사
- 브런치: https://brunch.co.kr/@jobdesigner
- 일러스트: https://www.instagram.com/kkul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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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김가현 에디터 kimg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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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 트랜스포메이션] 좋은 팀장 vs 나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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