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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than Alcohol, 늘 새로운 향을 상상하는 직업, ‘조향사’

대표 2015.05.12. 조회수 24,295 댓글수1 Tag #조향사 #향기 #향수

조향사는 ‘향기’를 만드는 직업이다. 영화 ‘향수(2006)’를 통해 널리 알려진 직업이기도 하며, 최근의 향초, 방향제 등에 대한 젊은층의 수요가 늘면서, 개인 브랜드샵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놀라운 것은 조선시대에서도 ‘조향사’가 있었다는 사실. 성종은 궁중의 향료를 별도 관리하는 ‘향실’이라는 직제를 두었고, ‘전향별감(傳香別監)’이라는 벼슬을 두어 식물을 재배, 관리, 감독하도록 하였다. 이 향실에서 일하는 ‘향장(香匠)’이 바로 지금의 조향사다.

 

 



조향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조향사는 기존에 존재하는 향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향을 개발하거나 상품에 향을 첨가하는 일을 한다. 조향사는 일반적으로 ‘향장품연구자(Perfumer)’와 ‘식품향료연구자(Flavorist)’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향을 다루는 점은 동일하지만, 퍼퓨머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 주로 미용분야에서 일한다. 플래버리스트는 예를 들어 과자에 들어가는 치킨 향을 연구하는 것처럼 주로 식품분야에서 일한다.

 

조향사는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평소 음식과 향기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시작한 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조향사를 시작하기 전 광고대행사에서 일했었다. 당시 점심시간이 2시간이었기 때문에 남산도서관을 자주 갔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봄에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향하던 중 창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라일락 향이 느껴졌다. 그 향기가 너무 기분을 좋게 했다. 이렇게 향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평소 ‘세상에는 좋은 향이 많은데, 왜 이렇게 비슷한 향기만 많을까?’라는 궁금증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조향사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 있는가?

상상력과 창의적인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만나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그림은 그림을 그리며 바로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향을 만드는 일은 결과물이 완성되기 전에는 그 향기를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완성 후에만 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원하는 향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향을 조합해보는 과정도 상당히 재미있다.

 



 

Better than alcohol의 디퓨저


지금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

향초와 디퓨저를 만들고 있다. 디퓨저는 꽂혀있는 스틱을 타고서 병에 담겨진 향이 은은하게 나오는 방향제품이다. 현재는 이렇게 두 종류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 더 공부해서 향수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조만간 출시될 상품으로는 밸런타인데이 시즌 상품을 준비 중에 있다. 처음에는 상품의 종류를 늘릴 생각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기존 상품은 유지하고, 더 다양한 향을 끊임없이 만들 예정이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향기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가?

‘우든 오렌지’라는 향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향은 조향하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고객들의 엇갈린 반응 때문에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우든 오렌지’는 매우 건조하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향이다. 보통 조향사들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꽃냄새를 상당히 선호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캐한 향을 좋아해서 만들어 보았다. 이 향을 만들 때 상당히 거칠게 냄새가 나길 원했기 때문에 조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 향을 개발하고 처음 소개했을 때는 인상을 찌푸리는 고객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매장의 고객들이 많이 선호하는 향이 되었다.

 

그렇다면 조향사는 기존에 나와 있는 많은 향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조향사는 이 향료들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 받는 교육 중 올팩션(Olfaction)이라는 수업이 있다. 이는 향을 기억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이 교육은 100개가 넘는 향을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이 구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향기를 기억할 때, 최대한 상위개념에서 하위개념으로 쪼개가며 연상을 했다. 이를테면, 먼저 꽃향기가 난다면, 무슨 꽃일지를 고민했다. 또 꽃의 색은 무엇일지, 향에서 단 향기가 나는지, 불쾌한 향이 섞여있는지 등 큰 개념에서 작은 개념으로 서서히 좁혀가며 연상을 했다. 그리고 맡은 향기에 대해서는 많은 기록을 하면서 연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조향을 할 때는 어떤 곳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가?

영감을 받는 것이 매번 다르다. 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무작정 만들어보기도 한다. 일례로 얼마 전 평소 다니는 수영장에서 물 낭비를 막기 위해 샴푸와 바디제품을 같이 사용하여 한 번에 헹구고 있었다. 당시 머리는 페퍼민트향 샴푸를 쓰고, 몸에는 장미향 제품을 쓰는데, 이 향이 동시에 어울리니 너무 좋은 냄새가 났었다. 그 점에 착안해 장미향과 페퍼민트향을 조합한 ‘민티로즈’라는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또 ‘밸런타인데이’처럼 특별한 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특정한 날에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어떤 향기를 주고 싶을까?’ 혹은 ‘남자친구는 여자에게 어울리는 향기를 좋아할까?’처럼 연상을 해보며 향기를 만든다.

 



 

Better than alcohol의 향초


조향사는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가?

후각을 포함하여 예민한 성격의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똑같은 파스타를 먹더라도 맛과 향을 파악하는 데 둔감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예민함을 가진 사람들이 현업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향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도 잘 어울린다. 기존에 나와 있는 향들을 조합만 잘 하더라도 다양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조향사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해야 하는가?

국내 조향사 자격증은 민간자격증으로 지엔 퍼퓸 플레이버스쿨(GN perfume & 림팩 school, http://www.galimard.co.kr/index_2.asp)을 통해 교육하고 이수할 수 있다. 크게 퍼퓸디자이너, 플래버리스트, 퍼퓨머의 과정이 있다. 퍼퓸디자이너는 맞춤 향수 스튜디오나 향수 전문점, 향수회사 마케터 등으로 진출이 가능하며, 전공에 관련 없이 수강가능하다. 또 플래버리스트는 식향조향사를 목표로 하며, 식품회사 연구원이나 마케터로 활동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퍼퓨머는 주니어 조향사를 목표로 하는 코스로 후각훈련이나 향료화학 등을 학습하는 코스이다. 따라서 향수를 디자인하는 퍼퓸디자이너,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의 제품에 향을 입히는 퍼퓨머, 과자나 음료 등 식품의 향을 만드는 플래버리스트 등 자신이 원하는 각 과정을 선택하여 수료하면 된다.

 

료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는데, 영어실력이 필요한 직업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 향료들이 영어로 되어있지만, 로즈, 히아신스처럼 어려운 영어는 없다. 마치 사람들이 게임을 하며 영어를 쓴다고 모두 영어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과 같다.

 

조향사의 미래비전에 대해서 말해 달라.

조향사는 직업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약 2년 6개월 전에 파리와 런던으로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국내에 비해 유럽은 향장이 많이 발전해 있다. 그곳에서는 백화점 1층에 방을 꾸미는 향을 파는 인테리어 개념의 상점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한, 길거리의 작은 골목에서도 작은 개인매장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외에 명확하게 자리 잡은 분야라면, 국내에도 곧 도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예상대로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도 향초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열풍을 타고, 현재 향기와 관련한 많은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향기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개성 있고 좋은 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향 산업이 더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향 관련 상품을 생활용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향에 관련된 제품은 사람의 기분을 바꾸기 때문에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화장품의 경우, 필수적으로 구매하는 것과 달리, 향에 관련한 상품은 사치품으로 생각하거나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의 영향도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나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만 보고 상품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가 종합적으로 국내 시장이 해외에 비해 더 성장하지 못한 이유다.

 

개인매장을 운영하려는 조향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브랜드 관리에 대해 더 집중하기를 권한다. 조향을 하며 개인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브랜딩이 잘 안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해도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가 탄탄해야 한다. 조향사들이 더 좋은 향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계획하는 목표에 대해서 말해 달라.

조향을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 사업이 더 확장되서 지금보다 많은 종류의 향을 만들고 싶다. 개인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 소규모의 매장들은 향료를 소규모로 구입하기 때문에 기존의 향료를 다양하게 구입하기 힘든 면이 있다. 반면, 규모가 확장된다면, 더 다양한 향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향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조향을 재미있게 하면서 사업의 영역도 늘려나가고 싶다.

 

특별히 좋아하는 향수가 있는가?

영국 브랜드인 펜할리곤스의 ‘릴리오브더밸리*’라는 제품을 좋아한다. 평소 좋아하는 향수는 같은 종류만 지속적으로 쓰는 편이다. (*왕실 이발사였던 펜할리곤이 1870년 창업한 향수 전문점)

 

조향사에게 후각은 상당히 중요하다. 평소 코를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한동안 감기에 걸려 냄새를 맡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또는 추운 겨울에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등 코 관리를 하고 있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취재기자 이혜경 good@jobkorea.co.kr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취재기자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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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누난나~ 2015-05-13

    저는 후각은 참 예민한 편인데 창의성이 없어서...조향사는 힘들겠어요ㅋㅋㅋ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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