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의 늪>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 특공연대 지역대장 시절 인접 지역대의 소대장이었던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 중, 후배는 BGF리테일에서 SC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고될 때도 있지만, 사람들 속에서 ‘함께’ 일한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후배 얼굴을 바라보며 따라 웃었습니다. 이윽고 불쑥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바로 슈퍼마켓을 정리하고 이사를 간다며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떨리는 느낌은 기분 탓 이길 바랐습니다. 괜찮단 말밖에 할 수 없었고, 7년이 넘게 가족의 울타리 노릇을 해준 슈퍼마켓에서의 추억을 앗아간 편의점과 SSM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주변 상가로 물건 배달을 다니던 저였기에 우리 가게를 등진 상가사람들을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과 SSM을 선택된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했지만 가족의 터전을 잃었다는 사실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후배와의 대화를 통해, 직원을 저렇게나 해맑게 웃게 만들어 줄 수 있는 CVS 기업이라면 상생을 주도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빼앗긴 어린 날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저는 후배에게 다짐 섞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대학시절 보던 경제학 교재를 펼쳐 들고 기본 개념을 되뇌며 경제신문을 읽었습니다. 유통 문외한을 벗어나려 서점에 서있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위해 CS리더스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책과 신문을 통해 접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베이커리, 가전제품, 편의점 등 업태를 불문하고 방문하는 소매유통점은 어디든 들어서는 순간,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머리에 그렸습니다.
주변의 소비자 성향과 특성은 무엇이며, 기존 물품을 어디에 두어야 주소비자들이 찾기 편할지,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새롭게 취급하기를 바라는 상품은 무엇일지, 경쟁업체들과 상생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늘 고민했습니다. 이로써 고객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 즉, 소비자 중심경영(CCM)을 선도하는 최고의 CVS 기업, BGF리테일의 일원이 가져야 할 마인드를 바로 세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제는 소비자 중심경영, 상생하는 기업의 중심에 제가 서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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