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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채용소식 좋은일연구소 - 스마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 2014.08.14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류의 문명을 크게 바꾼 변혁의 시대를 3단계로 나눴다. 기원전 8000년경부터 서기 1700년경까지의 농경문명(제1의 물결)과 18세기 산업혁명으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산업사회 문명(제2의 물결), 그리고 1970년대 (한국은 90년대)부터 시작된 미래의 문명(제3의 물결)으로 구분했다. 농경문명에서는 가내수공업을 통해 ‘스스로 생산한 것을 소비’ 하는 방식이었고, 농사일이 바쁠 때는 학교는 열리지 않았다. 모든 계층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교환을 위한 생산’에 기초를 둔 대량생산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노동의 장소가 농토나 가정에서 벗어나 공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공장노동에 적합한 교육이 필요해졌다. 산업화를 가장 먼저 이룬 영국의 앤드루 우어는 1835년 당시 이렇게 말했다. “일단 사춘기를 지낸 사람들은 농업에서 전업한 경우이건 수공업에서 전업한 경우이건 간에 공장에 적합한 유능한 일꾼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대중 교육, 즉 오늘날의 학교교육제도이다. 초보적인 읽기와 쓰기, 산수를 기본으로 하고 역사나 기타 과목도 가르쳤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교육 계획이었다. 산업사회에 필요한 아래와 같은 근본적인 덕목을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첫째, 시간 엄수, 둘째는 복종, 셋째는 기계적인 반복 작업의 습관화였다.

공장 노동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이다. 특히 조립 라인의 근무자인 경우가 그러했다. 그리고 작업 지시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노동자가 필요했다. 남자든 여자든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단순한 반복작업에 싫증 내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인내력과 성실함의 양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시에 출근해서 다같이 일하고 다같이 휴식시간을 갖는 방식은 학교나 공장이나 모두 동일한 운영시스템이자 필수 덕목이었다.

이러한 표준화는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경영철학이었다. 양질의 규격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은 노동의 표준화뿐만 아니라 인사관리까지도 표준화를 지향했다. 임금의 기준이 정해지고 고용절차, 휴가, 복리후생 등에도 표준화된 기준에 맞춰 사람을 선발하고 관리했다.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입학시험, 졸업자격, 어학자격, 졸업자격에 관한 규정도 일정한 틀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OX식 시험, 객관식 출제도 완전히 일반화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대졸신입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는 개근상이었다. 초,중,고 12년간 개근을 했다는 것을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정근상이라도 받았다고 이력서에 적는 건 매우 당연했고 그만큼 중요했다. 7,80년대 산업화 시대를 거친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이 지각을 하거나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몹시 못 마땅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정작 퇴근 시간을 엄수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신입사원 시절 사업부장님과의 대화시간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길래, 출근시간은 알겠는데 퇴근시간은 도대체 몇 시인가요? 라고 물었다가 직장 생활 내내 그 얘기가 따라다니더라’ 라는 말씀을 정년 퇴직자리에서 하시며 쓴 웃음을 짓던 부장님도 있었다.

상사의 눈치 때문에 퇴근을 못하는 야근은 그야말로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이다. 필자가 외국에서 경험한 바로는 미국 실리콘밸리, 뉴욕, 유럽의 여러 국가들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 조차 야근이란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사 퇴근할 때를 눈치 보며 기다리는 일은 없는가’ 라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일이 많으면 늦게 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래 사람이 예의상 남아있으면서 혹시나 시킬 일이 있을까 기다리는 일은 개념 자체가 없다. 9시가 출근시간인데 팀원 중 A는 8시에 오는데 B는 8시 30분에 출근한다는 이유로 게으른 사람으로 평가하는 일도 없고, 아래 사람이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관례는 한국만의 구태이다.

혹자는 이런 모습이 한국경제를 부흥시킨 팀워크이고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은 아니라고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이러한 일하는 방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오히려 이것이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이다. 스마트제도의 일환으로 개인별 여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1~2시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사용실적이 부진한 탓에 용두사미로 끝나는 가장 큰 요인은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습성을 버릴 수 없는 관리자들과 직원과의 갭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제 회사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대신 부모와 여행을 하는 것으로 대체 수업을 인정받으며 개근상에 대해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교육받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회사 업무를 위한 인프라보다 개인의 IT장비나 수준이 더 높은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강의실이나 도서관 대신 카페에서 무선인터넷을 통해 과제를 수행했던 이들이 회사에 들어와서는 두 번 놀란다. 하나는 사용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에게 수준급 IT인프라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과 이런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맞대고 일해야만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틀에 갇혀 활용을 거의 못하고 있는 모습에 놀라는 것이다.


스마트워크는 첨단 IT인프라에 대한 투자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9시에서 6시에 회사 고정좌석에서만 일해야 하는 것이 괴로워서가 아니라, 그 시간과 장소에 대한 틀을 벗어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도 직원의 만족도를 함께 올리는 방안이 바로 스마트워크의 도입 목표이다.

미국의 전자 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2003년부터 로우(ROWE: Result Only Work Environment)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관리자들이 실제 업무성과보다는 얼마나 오랜 시간 일을 했느냐, 그리고 얼마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업무가 완수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는 모든 직원이 각자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로이 수행하며 일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 달짜리 프로젝트를 2주 만에 끝내고 2주를 개인여행을 다녀와도 되고,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오후에 출근하거나 2시간 동안 점심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로우 제도는 업무가 제대로 완수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허용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시간관리 원칙, 회의문화, 동료관계 등 구체적인 13개의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모든 회의는 선택일뿐이며 의무가 아니다.’ ‘각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든 아무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등이다.

베스트바이는 로우 제도 도입을 통해 직원 만족도 상승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놀랄만한 성과를 얻었다. 도입 초기에는 300여 명에게만 시범적으로 도입했는데 3개월 후 이직률은 14%에서 0%로 감소했고, 직원 만족도는 10%나 상승했다. 1년 후인 2004년부터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는데 그 후 3년간 로우를 적용한 팀의 생산성은 타 부서에 비해 41%나 높았고, 이직률은 9분의 1로 급감했다.

포스코도 2009년부터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하였으며 2012년부터 스마트워크플레이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스마트워크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여 전 계열사에 확대했다. 부서 내 파티션을 제거하고 Communication Space에서 부서 간 만남을 유도하여 소통의 장벽을 낮췄고, 사무실 한 층을 전면 개조하여 직원들의 휴식과 창의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을 제공하였다.

9시 출근시간을 7시에서 11시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조정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거리 출퇴근, 육아, 일과의 학업 병행 등의 활동을 지원한 결과, 직원들은 물질적인 보상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삶의 만족도와 직원들을 배려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아울러 회사에 대한 충성심까지 높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축과 활성화 기반 활동을 통해 직원의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이메일, 업무결재, 일정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문서중앙화와 U-Paperless 시스템 구축을 통해 프린터기를 93% 절감했고 개인별 문서 인쇄를 연간 192장에서 44장으로 77% 감소시켰다.

이렇듯 스마트워크의 핵심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변화와 혁신이 관건이고, 이러한 삶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IT인프라적인 접근에 앞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적인 관습과 노사문화, 여가문화 등 인문학적인 성찰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기업이나 정부 또한 스마트워크 도입을 통해 단순히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것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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