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180일
2013년,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정형편도 어려워졌고, 결국에는 가업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조금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캐나다로 가서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사촌들을 통해 일자리를 물색한 후, 편의점에서 일할 것을 결정하고 토론토로 향했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한 8월 11일부터 한국으로 귀국한 2월 8일까지의 180일 동안 딱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편의점에 나갔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느끼고 배운 것도 많았기에 편의점에서의 180일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이 180일간 저는 크게 3가지를 배웠습니다.
첫 번째로,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이 가져다 주는 보람입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체가 처음이었던 데다 낯선 나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가게 점장님께서도 캐나다 출신이 아닌데다 일이 서툰 저를 처음에는 잘 믿지 못하셨습니다. 이에, 매장에서 가장 잘 판매되는 제품의 리스트를 동료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아 만든 후 해당 제품의 위치와 가격을 외우는 등 열심히 일을 배웠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달 여 후에는 점장님께 업무능력을 인정받아서 추가로 주문관리와 재고관리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성과를 인정받는 것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오픈마인드와 배려심입니다.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 생각 이외의 상황을 겪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한 손님이 제게 태도가 불친절하다며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편의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점원이 손님을 따라다니며 물건 가격이나 매장 내의 물건의 위치 등을 안내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처음에는 손님이 오면 카운터에서 손님을 기다렸다가 계산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자 물건의 위치나 가격을 안내 받고 싶어하는 던 손님이 저의 태도가 불친절하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사람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다양함을 몸소 느끼고, 타인의 의견을 열린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매사에 임할 때 오픈마인드를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또, 상대가 화를 내더라도 배려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도록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표의식입니다. 캐나다의 겨울은 빨리 찾아오는 데다가 지독하게 추웠습니다. 눈이 허리까지 쌓이도록 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날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상책이라며 집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에 무엇 때문에 왔으며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마음에 새기며 꼬박꼬박 가게에 나갔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때로는 힘들어도 계획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6개월에 걸쳐 노력한 경험을 통해 목표의식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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