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발표대회에 나가서 사단장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습니다. 6.25 전쟁 60주년 행사로 사단주최로 해병대 정신 말하기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각 부대별 예선을 치르고, 대표를 뽑아 본선을 치르는 형식이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규모가 4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부대였기 때문에, 1000명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타 대대들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자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 제대로 해서, 우승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채점기준 중 창의력 항목에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발표를 할 수 있을까? 어떠한 내용이 장병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부분이 20대인 청중들을 유혹 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냈습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게임에는 인간종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마린 입니다. Marine, 한국어로 번역하면 해병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총을 쏘고 걸어 다니며 전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왜 보병인 infantry나 군인인 soldier가 아니고, 해병인가? 그건 바로 전 세계적으로 해병의 전투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고, 대회에서 그 내용을 역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본선 무대에서는 1500명의 청중 앞에서 영상도 아무런 도구도 없이 혼자 발표해야 했습니다. 수십 명 앞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해본 것이 발표경험의 전부였던 저는 소대원들 앞에서, 부대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며 대회준비를 했습니다.
무대에 올라섰을 때는 크게 긴장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호흡을 가다듬고 준비해온 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루한 연설을 들으며 졸고 있던 청중들은 흥미로운 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집중하여 제 발표를 들었고, 심사위원들도 저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결과 사단장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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