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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트랜스포메이션] 조급함 관리

잡코리아 2022-03-24 09:00 조회수2,583

 

 

몇 년 전, 성과를 평가하고 연봉인상을 결정하는 Annual Merit Review 라는 것을 할 때의 에피소드이다. 당시 내 보스는 한국과 일본, 대만을 총괄하는 일본인 지사장이었는데 이때 커리어 상담도 같이 진행하였다.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앞으로의 진로를 이야기하다가 혹시 팀을 리딩하는 포지션에 관심이 있는지 묻더라. 개인적으로 피플매니저 보다는 제품담당자(Product Manager) 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 생기기 전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기술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제법 괜찮아 보였다. 기술팀에서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적어도 이 회사에서의 경력은 가장 길었고 기술적으로는 제일 많이 알았기에 자신감은 있었다. 사실, 이 포지션은 1년 전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동북아시아 지사로 분리될 때 내심 기대하긴 했다. 상대적으로 업무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았기에 실질적으로 팀을 리딩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사로부터 새로운 지시가 내려오면 구체적인 사항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 다만, 이에 대한 직함은 따로 없었다.

이로부터 몇 개월 전, 본사인 덴마크에서 각 지역의 기술팀장이 모이는 미팅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엔지니어가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지사장과 같은 나라에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영어에 능한 미국인이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속으로는 아쉬웠지만 별 수 있겠나. 그런데, 미팅의 날짜가 갑자기 바뀌면서 일본 엔지니어가 참석하기 어려워졌고, 기회가 나에게로 넘어왔다. 간만에 만나는 외국 동료들 앞에서 나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고, 당시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런칭한 신규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으로 열정을 어필하였다. 또한, 기술지원을 총괄하는 본사 담당자와 술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R&D 업무 경험을 살려 본사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 미팅 이후 신규 플랫폼에 대한 지역 담당자 역할을 부여 받았고, 이후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사의 기술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리더라는 직함 없이.

정황상 조급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였고, '포지션' 보다는 '실력'에 집중하였다. 실질적으로 지역 기술팀을 이끄는 경험을 하였고, 지역의 신규 플랫폼 담당자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내가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단지 그 뿐이었기에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장 승진시켜준 것은 아니지만 이번 미팅을 통해 지사장의 신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좋은 수준의 연봉인상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어 기뻤다.

위 에피소드는 조급함을 느끼지 않은 성공사례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조급함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기에, 실력이나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 진다. 그러다 보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술자리에서 직장상사에 막말을 하는 등 돌이키기 어려운 실책을 범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보상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평가자가 해당 직원의 성과와 실력을 확실히 인식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승진은 회사의 상황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 기간 동안,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해내며 실적을 쌓고 궁극적으로는 역량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다만, 인내심처럼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참는다는 느낌 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의연한 태도가 효과적일 것이다. 내적 성장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렇게 시간과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아차리도록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면 승진이나 금전적인 보상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당장의 보상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끊임없이 배우면서 실력을 쌓고 다양한 기회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말이다.


참고로, 위에서 이야기한 지사장과의 미팅 이후에도 1년 정도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역할은 했지만 동북아시아 팀장이 되진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물리적인 나이도 어렸고 사람을 다루는 경험도 스킬도 부족했다. 그 대신 덴마크 본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었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필자 ㅣ 백승민

  

필자 약력
- (현) 모션투에이아이 Biz Dev & Product Manager
- (전) 유니버설로봇 기술팀장
- (전) 현대중공업 연구원
- 서울대학교 학부 및 석사
- 브런치: https://brunch.co.kr/@jobdesigner
- 일러스트: https://www.instagram.com/kkul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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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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