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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때려치고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회수 401 2022-11-24 수정

8년 넘는 시간을 설계나 웹디자인쪽에서 일하던 사람입니다.

그 때는 철이 없어서 농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 봅니다.

저는 귀농 후 약 10년간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했습니다.


시골사시는 부모님이 땅부자다, 장비들이 다 있다, 시설도 있다, 자본도 충분하다 하시는 분만 귀농 하세요.

그러면 돈 됩니다.


글이 길어봐야 좋을 것 없어서 짧게 요약해 보자면...


- 먼저 농사지을 남의 땅 얻기가 참 귀찮고 어려움 (땅주인의 횡포?도 좀 있고)

-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낮음

- 재배지 증가로 병충해도 심해짐

- 따라서 재투자비의 비중이 큼 (농자재 및 인건비)

- 인건비 절약을 위해 직접 일하면 골병남

-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이 빈번 (제가 있던 지역에서는 군수가 이걸 `홍수출하` 라고 부름)

- 과잉 생산으로 품질저하, 수매가격 하락의 악순환 반복

- 수매하는 중개인들이 가격을 후려쳐도(30~70%) 농민들은 농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걸 학습 (대략 7~8년 전부터)

- 농가는 대량의 농산물을 개인적으로 처분 불가

- 따라서 도매시장 또는 납품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음.

- 결국 특정 신품종(샤인머스캣 같은) 외 수매가격 하향평준화

- 농번기에는 주 7일제로 근 10개월을 일함 (해뜨기 전에 들어가서 해지고 나오기 때문에 사람사는 꼴이 말이 아님)

- 그래서 가까운 친인척 외에 먼 곳의 친척들과는 교류도 어려움

- 내가 못가니 대부분 놀러오라고 해야 겨우 봄

- 집안 경조사는 그냥 대부분 못가는게 일상

- 땡볕에서 일하니까 빨리 늙음


물론 안정적으로 잘 정착하면 일부의 항목은 제외지만 빚 없는 농가는 거의 없고 다들 인건비 따먹는 수준의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출금 갚는건 진짜 농사 잘 됐을 때 얘긴데 경험상 대략 20 농가중 1~2집 돈 벌고 나머지는 그냥 월급쟁이랑 비슷합니다.

근데 일은 중노동임.


아니! 그럼 왜 농산물은 마트에서 비싸게 팔립니까?


- 농민책임 50% 중개인(유통)책임 50% 라고 봄

- 농민은 품질 낮은 농산물 과잉생산

- 중개인들은 올라온 농산물을 무조건 사줘야 하는 책임이 있음

- 따라서 중개인은 수량도 많고 품질도 그저 그러니 단가 후려치기

- 문제는 품질이 아주 좋아도 똑같이 후려침

- 그러니 농민도 품질개선보다 생산량 증가에 초점을 맞춤

- 중개인은 단가를 후려쳐도 농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걸 학습

- 하지만 수매가격은 후려쳐도 도소매 가격은 그대로 받음

- 그래서 비싸짐 (예전 배추, 양파 파동처럼)



농업은 시설투자비는 최소 몇백 몇천, 크게 하면 몇억은 우습고 그러다 보니 쉽게 대출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이 시설을 하면 생산량이 늘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돈 빌려주는건 자~알 빌려 줍니다.

저는 담보없이 신용으로 1억까지 대출 받았습니다.


지방에서는 젊은 사람이 농사 지으러 가족들 다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초반엔 보조사업 잘 지원해 줬습니다.

교육 100시간 이수하면 왠만한 보조사업은 거의 프리패스였어요.

그런데 이제 국가재정도 줄고 그간 기존 농업인들의 편법수령이 잦아지니 한 7~8년전부터 보조사업채택도 빡쎄졌습니다.


지금 시골도 인력이 부족하고 불법체류 외국인 임금도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외노자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고용주가 함부로 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뭐라하면 대들거나 그냥 월급받고 다음 날 다른 곳으로 내 뺍니다. (자기들끼리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고 일자리 알선 브로커도 있음)

그래서 주위에 외노자들 대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웃농가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일과 수입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까지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잡코리아를 보고 있죠.


친하던 육묘장 동생의 말을 빌리자면

"모종판매하면서 보니 귀농해서 성공하는 농가는 100가구 중 2~3집 밖에 안되더라...."

그 2~3농가가 서두에서 언급한 `다 가지고 귀농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뭐 니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려가서 그렇게 된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요.


결론 : 농산물은 그냥 마트에서 사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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