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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5일 만에 나왔네요.

조회수 326 2023-12-09 수정

주의) 글이 많이 길어요. 쓰다보니...^^;


30대 초반 여자임다.

20대 초반부터 요식업 쪽으로 일을 하다가

사무직(경리)를 처음 하게 되었어요. 구직을 하던 중

카센터 공고를 보고 반신반의하며 지원을 했는데

면접에 합격하여 월요일부터 출근했어요. 집도 가깝고 원했던 업무임과 동시에 적성에 맞는 서비스 업무가 함께라서 정말 잘됐다 싶었어요. 이때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ㅋ


차에 대해 0.5도 모르는 제가 첫날부터 기본 교육도

없이 업무에 임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

전 경리가 급하게 그만 두어 저를 급하게 고용했나봅니다. 제가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 처하자 사장님께 살며시 물었습니다. "전)경리 분은 급하게 나가셨나봐요..?" 묻자, 전)경리분은 집이 멀어서 힘들어 하던 중 가까운 곳에 자리가 나서 급하게 퇴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인수인계도 아예 못할 정도로 퇴사를 했나...의문이 들었지만 그런가보다 했죠.


카센터 대표의 아들임과 동시에 정비사를 하고 있는 영우(가명)씨가 저의 교육을 맡았습니다. 저는 바로 업무에 투입됐기에 혹시나 업장에 피해가 갈까 싶어 알려주시는 것들을 모두 메모하며 집중하여 배웠습니다. 사실 영우씨는 정비만 하다가 전산을 급하게 4일 만에 짧게 배운 채로 저에게 업무를 알려주었어요. 본업무가 아니었으니 영우씨도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배우는 저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어려웠고요.


그래도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배웠어요. 이틀째 됐는데 참 만만치 않더군요. 예시로, RO가 뭔지도 모르고 발행하는 법을 배우는데 전산프로그램을 두 가지를 쓰는 동시에 입력하는 과정이 꽤나 번거롭고 길기에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죠. (RO: 정비/점검/수리 후 항목을 나누어 번호를 부여해 발급하는 증명서)


부품번호를 알아야 RO를 발행하는데 제가 뭘 알아야죠. 이건 하면서 익숙해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2..4..님.. 이사님을 며칠 보니 아는 것도 많고 굉장히 스마트 해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총괄하며 큰 책임을 지고 있으니 유능하신 분이구나 느꼈어요. 출근 3일차, 제가 전 직업을 말하게 됐는데 사무/행정업무를 본 것이 아니란 것에 24님이 실망한 눈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생초보인 걸 알고 사장님도 뽑으셨으니 이해하시겠지 했죠.


허허 4일차에 왠지 예민해 보이는 24님... 제가 아직 업무에 익숙치 않으니 눈치가 보였어요. 그래도 배운 것만큼은 혼자서 해냈어요. 영우씨는 저보고 빨리 배운다고, 잘하신다며 칭찬을 했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더 잘해야겠단 욕심이 났어요. 그러는 동시에 "그래도 나니까 이정도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못해~" 하며 스스로 기를 세웠죠...ㅋ


5일차인 오늘...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서있는 듯한 24님. 어제 처리가 안 된 작업서들 때문인가? 그건 영우씨도 못하는데 내가 못해도 남아 있어야 했나? 내가 더 빨리 왔어야 했나? 하며 온갖 생각이 다 들었죠. 오전에 저보고 배우지도 않은 걸 시키시기에 모르는 거라고 영우씨 오면 물어보겠다고 했어요. 제가 알 방법이 없어요. 사번도 아이디도 없었기에 교육영상도 들을 수 없었고 오롯이 영우씨가 4일 배운 것 안에서 교육 받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죠. 


그러다 작업서를 날짜별로 정리하게 되었는데, 저도 나름 정리를 어떻게 해야 알아보기 쉽고 찾기 편하게 할 수 있는지 눈치는 있기에 인덱스를 날짜별로 대강 위치를 잡아 붙이고 마지막 정리 시 다시 인덱스를 깔끔하게 붙이려 하는데 24가 "하 페이퍼 정리를 안 해봤네 어쩌네" 하며 참견을 하며 본인이 가져가 하네요. 변명도 못한 채 그냥 넘어갔어요. 


오후에 일이 터졌네요. 영우씨가 자리를 비운 1시간 반 동안 제가 퇴사 결심할 만한 일이 생겨요. 하필 복잡한 서류 작업의 접수가 들어왔어요. 24님이 이거 할 줄 아냐고 해서 모르기에 모른다고 했죠. 답답해 하시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과정만 남기고 전처리는 해주셨어요. 전산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출력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착착착 되지가 않았어요. 분명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었는데 옆에서 24가 참견을 또 하네요. 뒤에서 다그치듯 말하니 머리가 순간 하얘지기에 솔직히 말했어요. "제가 지금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뽑겠습니다." 했더니 "네" 하시더군요. 빨리 할 수록 더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옆에서 빤히 본다거나 한마디 할 것 같을 때. 



으악 겁나 서러웠어요. 혼자 업무하려면 최소 한 달은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영우씨가 없으니 저 혼자 여러 명의 접수를 받고 그에 대한 전산을 입력하고 RO 발행하고 수납 받고 오는 전화 받고 미치겠더라고요. 다른 정비기사님들은 그래도 이해를 하시며 기다려주었는데. 24님이 그렇게 저를 압박하시네요. 심지어 24님이 전산 입력을 틀리게 알려주며 다그치네요. 제가 당당하게 그거 아니고 이렇게 해야한다고 말했음에도 이런저런 어려움과 서러움과 24의 무시하는 언행이 마음에 쌓여 눈물이 터져버렸어요. 저는 눈물을 한 번 흘리면 계속 나요. 괜히 서럽고... 억울하고... 아시죠. 



눈물 뚝뚝 흘리면서 전화 받고 접수 받고 수납 받고 전산 입력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쳤어요. 그냥 뽑아달라고 하면 제가 뽑아서 둘 텐데, 못미더운 건지 미운 건지 못마땅한 건지...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고 본인도 모르는 걸 저에게 이거 못하냐고 다그치듯 말하네요. 참나. 이건 아니다 싶잖아요? 그리고 앞날이 훤히 보이더라고요. 안 배운 걸 가지고도 사람을 괴롭히는데 익숙해지면 얼마나 갈굴까. 이건 판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 했죠. 



눈물을 멈추었을 때 (1시간 30분 만에) 영우씨가 돌아왔고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죠. 휴...이건 내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서 더는 안 될 것 같아 퇴근 때, 저 더이상 일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이 부족한 저를 못마땅해 하시니 유능한 직원을 쓰시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사장님이 제 성격이 너무 좋다고 맘에 든다고 하셨다는데... 일도 안 하시는 사장님이 저를 맘에 들어하면 뭐합니까. 직접 마주하는 고참 상사가 저를 가만 두지를 않는데요 뭘. 



의지가 없다 끈기가 없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욕할 수 있지만 저는 아니라는 판단이 서네요. 왠지 아무것도 못하는 저에게 그런 압박과 다그침으로 본인의 우월함을 느껴 그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생초보인 걸 빤히 알면서도 배우지도 않은 작업을 못하는지 왜 묻겠어요. 


퇴사 의사 밝히며 사모님께 들었는데 전)경리분에게도 24가 그렇게 꾸짖더래요..경력이 꽤 있는 분이었는데. 그래서 참 안쓰럽더라며 24가 직원한테 좀 그런게 있다고 하시는데 아차 싶었어요. 전)경리분이 그렇게 급하게 나간 이유가 24에게도 있지 않나 하는 혼자만의 의심이 들었죠.


24님이 제게 잔소리 한 것도 아니고 혼낸 것도 아니예요. 하지만 저는 결국은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인정사정 없이 내일부터 업무 불가하다고 퇴사처리 해달라고 했어요. 사람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봐달라고 하셨는데 20대 같았으면 억지로 나가 곤혹을 치뤘을 거예요. 


 제 마음이 참 살얼음처럼 약한 터도 있겠죠. 그래도 사회생활 일찍 시작하여 어느정도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네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할래요. 난 무능한 상사와 부당한 대우에 참지 않아!!!


글이 많이 기네요. 속상해서 이런 곳에 장문의 하소연을 하네요. 자책감도 들고 자괴감도 들고 절망적이기도 한데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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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정비사로 입사 했는데 수입차쪽 경험만 있고 국산차는 처음인데요?! 오늘로 입사 3일차인데 사장님 압박이 심하고 제대로 못한다고 욕을 하시네요.. ㅠㅠ

    2024-04-25 작성
  • 프로필 이미지 mentor8640393 사무보조 / 4년차 Lv 2

    글을 올리신지 한달 정도 전이지만,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경리, 경영지원팀으로 1년 일하다가 이제 내일 새로운곳에 다시 입사하는데, 앞으로 우리 힘을 내봅시다!

    2024-01-07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