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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논술]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논쟁

잡코리아 2023-08-23 09:00 조회수8,124


 

- 이슈의 배경

정부가 양육 부담을 덜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도입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관계 부처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를 요구했다. 6월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시와 협조해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가사·돌봄 분야 취업 자격은 내국인 이외 영주권자의 배우자, 중국인(조선족), 결혼이민 비자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자격을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근로자 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가사 도우미를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관련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 받고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처에 배치되며 일단 소규모로 운영된다.

하지만 시범 사업을 앞두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원래 정부의 사업 취지는 한 달에 7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 3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최저임금 적용 없이 월 100만원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사 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조 의원이 발의한 법은 논란 끝에 통과되지 않았고 정부의 시범 사업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안으로 정해졌다. 2023년 현재 한국 최저임금 시급은 9620원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최저임금을 받고 주 40시간을 근무한다고 계산하면 한 달에 약210만원을 받는다.

근로시간이 짧은 직종 특성상 실제 임금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의 가사 및 육아도우미 종사자는 주당 27.0시간을 일하면서 월평균 112만5500원을 벌었다. 그러나 평균적인 맞벌이 부부의 소득을 고려하면 100만원대 초반 금액도 큰 부담이다. 정부는 맞벌이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 관련 비용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도입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이 제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지 의문이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 차별이나 이질적 문화로 인한 갈등, 가사 노동의 가치 폄하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 이슈의 논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찬성 ① : 저출산·경력단절 극복 대책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1.43명으로 대한민국(0.78명)보다 약 두 배 높다.우리나라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꼴찌다. 혁명이나 대기근과 같은 사변(事變)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에서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이대로라면 2750년에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수백 년 뒤 국가 존폐는 사치스런 고민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이미 노동력, 산업 활력 저하, 소비 시장 축소, 인구 관련 산업 침체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2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국난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때다. 아이를 키우려면 집과 양육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줄여 여성 경력단절을 막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묘안이다.

한국의 젊은 부부는 맞벌이 가정이 많다. 주거 및 생활비 물가가 높아 혼자 벌어서 가계를 꾸리기 어렵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육아를 위해 월급 절반 가까운 돈을 ‘이모님’에게 드리거나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이른바 ‘독박 육아’를 맡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생기고 다시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가 활성화된 싱가포르에서 가사 도우미를 쓰는 비율은 약 17~20%로 한국(1.7%)의 10배 수준이고 여성의 경력단절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낮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찬성 ② : 한국인 부모-외국인 근로자 ‘윈윈’

내국인 가사 근로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가사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11만4000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90%는 50대 이상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가사 도우미를 쓰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고 돌봄 노동을 하려는 근로자들도 부족해 수요에 못 미친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한국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식당에서는 조선족 근로자가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농업, 건설업, 조선업부터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데 가사 도우미 시장만 외국인이 들어오면 안 될 까닭이 있는가.

동남아 국가에서는 월 70만~100만원이면 기꺼이 가사 노동자로 오겠다는 근로자들이 많다.

가사 도우미 송출 국가마다 임금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스리랑카는 월 370달러, 인도네시아는 400달러, 필리핀은 42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화로 7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스리랑카 사람들이 대학교 졸업 후 한 달 평균 월급이 14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큰돈이다. 가사 도우미가 월급의 일부만 고국에 보내도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보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00만원대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채용할 수 있다면 한국인 부부나 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주거비와 식비 등을 부담하며 기초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지적한다. 이는 인력 공급 업체가 기숙사를 제공하고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월 30~40만원에 대학 기숙사 수준으로 외국인 공동 기숙사를 세워 숙식을 제공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지원은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안에 집중돼야 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반대 ① : ‘육아의 외주화’ 이제 그만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원인이 치열한 사회 경쟁 구조, 높은 집값, 긴 노동 시간, 직장 여성에게 더 험난한 양육 환경 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근본 원인의 개선 없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저출산 문제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단 도입해야 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출산과 육아를 꺼리게 한 기존 질서를 연장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지체할 수 있다. 과거에 육아는 오롯이 여성의 몫으로 강요됐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이후에는 조부모가 쇄약한 몸으로 고된 육아 부담을 떠맡으며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정부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점철된 ‘육아의 외주화’ 계보에 저임금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추가하려 한다.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산업화 이전 대가족 시대에나 통용되던 논리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월급을 낮춰줄 테니 맞벌이 부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정책은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프랑스에서는 생후 2개월 아기부터 들어갈 수 있는 공공·사설 탁아소가 잘 갖춰져 있어 여성이 원치 않는 독박 육아를 맡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덕분에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3명으로 유럽 국가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50여 년 동안 유지해 온 싱가포르는 2020년 합계출산율이 1.10명인 저출산 국가이며 출산율 저하 추세가 우리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국가라면 여성이 걱정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돌봄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16년간 허공에 날린 저출산 대책 예산 280조원을 공공 탁아소 확충에만 썼어도 합계출산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반대 ② : 인권·노동 가치 저해할 것

한국에서 ‘갑질’은 일부 재벌이나 사회 지도층의 악습을 넘어 사회 병리 현상으로 굳어졌다. 관용을 잃고 극한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취약한 타인을 괴롭혀 극단적 선택까지 몰아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월급을 받는 여성으로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이 어떤 고통을 겪을지 예상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는 인권 감수성이 낮았던 1970년대에 도입됐다. 살인적인 근무 시간과 낮은 임금, 임금 체불, 과로, 신체 학대, 성폭행 등이 빈번해 이 나라들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은 ‘현대판 노예’라고 불린다. 갑질이 일상이 된 한국에서 잠재적 피해자를 늘릴 이유는 없다.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부상한 동남아 국가와의 외교 분쟁과 국가 위신 손상도 우려스럽다.

2022년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은 유급휴일, 최저임금, 퇴직금 등의 적용을 받지 못했던 가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생긴 지 69년 만에 가사 노동자도 법적 근로자의 지위를 쟁취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는 불과 1년 전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의 취지와 상충한다. 정부가 가사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도록 나선다면 돌봄 노동의 가치는 더욱 저평가되고 국내 가사 노동자에 대한 대우도 외국인 수준에 맞춰 떨어질 것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 임금 차별은 근로기준법 규정,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약과도 상충해 현실성이 없다. 최저임금을 채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외국인만 배제한 사례는 없다. 출산율 제고 효과는 적고 인권과 노동 가치 침해 우려만 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무리해서 도입할 필요는 없다.

 

 

고용허가제 (雇用許可制)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이 정부(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외국 인력을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현재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16개 국가의 인력이 대상이며 제조 건설업, 농·축·수산·어업 등 이른바 3D[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험한(Dangerous)] 업종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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