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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익명게시판, 지속가능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까?

HR매거진 2023.11.10 11:35 199 0

 

기업 내에서의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내 익명게시판'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기업들이 사내 익명게시판을 도입한 이유와 이와 관련된 각종 이슈들, 앞으로 사내 익명게시판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보자.

 

VUCA 시대, 기업 내부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와 같은 외부 익명 애플리케이션에서의 활동이 잦아지면서, 블라인드보다는 사내 익명게시판 운영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익명게시판이나 단톡방이 불만과 유언비어의 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 운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어 사내 익명게시판을 소통의 장으로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기업들이 익명게시판을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시작

과거 기업들은 상당히 수직적인 직급체계와 승진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탑다운(Top-down) 형태의 의사결정 구조와 경직된 소통방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부 대기업들이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경영활동 중심에 놓고, 사내 소통 활성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위기 극복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식 중 하나가  '소통'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언론을 통해 CEO 간담회, 소통데이 등을 홍보했고, 이 과정에서 '사내 익명게시판'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이슈토론방', SK그룹은 '톡톡' 등 익명게시판의 형태로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구성원들이 회사정책이나 제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 익명 커뮤니티 앱에 대한 대응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물러나게 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사람이 미래라고 광고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20대 희망퇴직', 신도시 투기 논란에 대한 LH 직원의 익명게시판 글, 네이버/카카오 직원의 자살 논란 등은 익명 앱과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의 내부 이슈가 폭로되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던 사건들이다. 이처럼 기업의 내부 사정이나 이슈들이 외부에 오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불만을 회사 내부에서 마음껏 토해낼 수 있게 하는 공간이 필요했고, 이러한 이유로 만들어진 게 바로 '익명게시판'이었다. 2018년 전후로 현대백화점, 한국항공우주산업, 조달청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에서도 익명게시판이 급속히 확산됐다.

 

 

▶ MZ세대의 소통 창구로 활성화 

할 말은 하고 사는 MZ세대들조차도 회사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어렵다. <그림 1>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대를 막론하고 회사에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익명게시판은 낮은 연차의 MZ세대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실제 조직생활에서 터놓고 말하기 힘든 불만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견디기 힘들었던 상황과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좋아요 혹은 댓글로 응원을 받고 나면 마음이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보니 익명게시판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 익명게시판을 둘러싼 각종 이슈

그러나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능 강화와 회사의 온라인 소통 창구 내재화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익명게시판은 해가 거듭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들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일부 기업과 기관들은 잠정 폐쇄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내 익명게시판을 폐쇄하면 외부 익명 앱과 커뮤니티로 옮겨갈 것이 자명하기에 일부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익명게시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작성자를 찾아내 추궁하는 불상사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는 익명게시판은 글 작성자가 누구인지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다.  게시판에 보이는 화면에서만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 시스템 관리자는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회사가 익명 게시글을 추적해 작성자를 찾아내고 추궁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까지 가면 회사와 직원 간의 불신만 커져 직원들은 더 이상 익명게시판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 익명이어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움 

익명게시판을 도입한 주된 이유는 소통에 있지만 성격상 '신문고'와 같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폭언, 욕설, 부정·청탁 등 직원들이 겪었거나 목격한 사건들을 쉽게 공론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익명'이기 때문에 해당 게시글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사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조치에 소극적이면 소극적인 대로 또다시 이슈로 확산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 익명성에 기댄 유언비어와 마녀사냥 난무 

'익명'이고 임직원 누구나 접근이 쉽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거나 소문에 근거한 '카더라 혹은 찌라시'가 확산되기 쉽다. 또는 자기와 맞지 않거나 비협조적이었던 부서 및 다른 임직원을 비난하는 여론을 조장하기도 쉽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익명게시판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론이 생기기도 한다. 

 

 

▶ 회사에 대한 불만이 모여 단체 행동 초래 

IT기업의 경우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 소통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직원들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익명 앱을 중심으로 불만을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단체(공동) 행동'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2012년 2월 카카오에서는 한 직원이 블라인드 게시판에서 '총대'로 나서 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모아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청원을 넣었다. 즉 사내 이슈를 외부에 알려 공론화를 시도한 사례이다. 

 

 

▶ 사내 익명게시판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고민 

블라인드나 잡플래닛과 같은 외부 익명 앱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굳이 회사에서 익명게시판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실 외부 익명 앱과 커뮤니티는 진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다른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익명게시판 운영자의 어려움 

익명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게시판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하고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서 경영진에게 보고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일들도 있는데, 사실이 아닌 글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서 보고해야 한다. 익명게시판 운영을 담당하게 되면 '현타'온다는 호소가 많은 이유다. 게다가 외부 익명 앱과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는 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익명게시판의 비방 글도 처벌 가능 

사내 익명게시판은 회사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의견 개진을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곳에서 특정인에 대한 비방 글과 악성 댓글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 생긴다면 과연 처벌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특히 타인(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거나 거짓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사내 익명게시판 제대로 운영하기 

기업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회사의 다양한 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CEO가 전 직원을 주기적으로 일대일로 만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CEO는 계층별 간담회 혹은 현장 방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노사협의회라는 사원 대표기구를 활용해 회사의 정책과 제도를 사전에 알리고, 현장 교류회를 통해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결국 직원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과 시도가 필요하며, 어쩌면 사내 익명게시판은 조직구성원들이 편하고 부담 없이 회사의 정책과 사업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미 블라인드, 잡플래닛과 같은 외부 익명 앱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내 익명게시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익명성'을 보장해 심리적 안전감 높이기 

위메프는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출발한 후 구글 설문과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외부 채널을 활용해 복지제도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대한항공과 도로교통공단은 업무용 협업 툴의 익명게시판 기능을 활용, '익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내부 온라인 익명게시판 '사이다'를 직접 개발하되 기술적으로 '익명성'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했고, 오프라인 '익명함'을 함께 운영해 구성원들의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 특정 이슈나 주제에 한해 익명게시판 활용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지난 2018년 근로자대표 선출과정에서 노조가 설립, 관련 책임자가 교체되는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직원 간의 불신이 고조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익명 소통채널을 개설,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의견 수렴과 합의 과정에서 쌍방향 소통을 구현했다. 롯데물산은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는 수단으로 '휘뚜루마뚜루'라는 익명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철도공사는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원 간 갑질에 대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 게 직장 갑질이야'라는 익명게시판을 운영했는데, 운영 초기에 건전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희망자(20~30대 직원 150명, 관리자급 기성세대 130명)를 따로 선정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연차 사용, 부당한 업무지시, 직장 괴롭힘 등 미리 정한 주제를 익명게시판에 게시해 이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댓글 형태로 자유롭게 적을 수 있도록 운영하기도 했다. 

 

 

▶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운영

지난 정부에서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삭제 또는 숨김 처리되는 청원과 답변이 어려운 청원의 기준을 <표 1>과 같이 공개한 바 있다. 사내 익명게시판 역시 게시글 작성과 답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은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백악관의 시민청원 사이트인 'We the People'을 모티브로 지난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할 경우 공식 답변을 하도록 했다. 이후 이러한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한 기업들 중 삼성전자는 '오감톡'이라는 익명게시판을 신설해 1개월 이내에 5,000명 이상이 '공감'하면 관련 부서의 담당 임원이 해당 게시글에 공식 답변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결국 사내 익명게시판이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게시판의 운영 목적이 조직구성원들에게 명확히 공개되어야 하며, 회사의 의도와 운영방식 역시 분명히 전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사업방향과 정책, 인사제도에 대한 건강한 의견 개진과 비판적인 시각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서 폭언, 욕설,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인사조치 등과 같은 특정 주제와 이슈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사내 익명게시판이 회사의 온라인 소통채널로써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임덕만 가디언즈랩 대표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3. 10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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