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넘어 성과 창출의 도구로 진화하는 워케이션
HR매거진 2023.10.05 14:16 535 0
"어제는 10시까지 일했고 오늘은 회사 허락 하에 좀 일찍 5시에 마치려고 해요."
이 말을 듣고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워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2년 전까지만 해도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워케이션을 편안한 휴식을 겸한 간단한 업무 수행이나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단체 행사 정도로 여겨 근무시간이 많지 않거나 때로는 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강원도 고성에서 만난 워케이션 참여자이자, 서울 소재 100인 규모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A씨는 스스로 야근까지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일하니 서울에서 고민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고, 실마리를 찾게 되니 해결책이 생각나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2022년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워케이션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참가자의 59%가 5시간 이상 근무를 했고, 8시간 이상 근무자도 10.4%나 됐다. 도입기에는 업무와 함께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새로운 관광 형태로 여겨졌던 워케이션이 어느새 성과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근무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과 지역경제가 무너졌을 때 워케이션은 관광업계와 지자체의 구원투수로써 빠르게 도입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실제로 관광지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지자체나 숙박업계는 워케이션의 핵심인 공유오피스에 대한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했고 심지어 숙박하는 룸 내 책상과 의자를 구비한 곳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워케이션의 놀라운 변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초창기에 워케이션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강원과 제주는 뛰어난 자연환경, 교통 그리고 워케이션에 필요한 업무공간의 구축으로 워케이션의 최선호지로 발전하고 있다. 제주도 워케이션 담당자에 의하면 제주는 단순히 워케이션 선호지를 넘어 미국 IT 기업인 세일즈 포스의 위성 오피스를 유치한 일본 와카야마현처럼 글로벌 기업의 워케이션 거점 오피스를 유치해 인구 유입과 함께 이를 통한 투자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도 부산창조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구축해 워케이션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충북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워케이션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워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진화됨에 따라 기업과 근로자의 워케이션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 휴식을 넘어 성과 창출의 도구로
"워케이션을 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나요?"
필자가 워케이션을 연구할 때 기업의 인사담당자나 CEO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워케이션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무실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워케이션의 매력이다. 워케이션은 앞서 소개한 A씨의 사례처럼 신사업이나 신상품 기획, 다음 분기 프로모션 기획 등 깊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격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워케이션은 새로운 공간을 통해 창의성과 긍정 에너지를 공급한다.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다른 관점에서 사고하게 되는데, 이는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같은 기업이 사내에 놀이터 같은 공간을 꾸미는 이유와 같다. 구글의 놀이터는 단순히 쉬는 공간이 아닌 다른 생각을 유도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인재들의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로 이끌어낸다.
"목표는 더 상향해도 좋을 것 같아요. 대신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낮출 방법을 찾아주세요!"
"신규 영역 개척을 위해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낯선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해보죠!"
2021년 가을, 필자와 팀원들은 워케이션 3일 차 개인 업무를 마치고 4일째 되는 날에는 제주 바다 앞 야외 카페에서 내년도 신규 사업에 대해서 논의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일하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온다. 이는 도심 사무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경험이다. 워케이션에 맞는 과업 설정과 이를 해결할 2~3명의 조직 또는 개인이 자유롭게 진행한다면, 사무실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참가자들은 증언한다.
▶ 복지를 넘어 인재 확보 전략으로
"경쟁사에서 연봉을 높게 주어도 쉽게 우리회사를 떠나지 못할 거예요."
B대표는 워케이션 전문가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인재 확보 전략을 언급했다. 업계 평균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지만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워케이션을 통해 그는 필요한 인재와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기혼자를 위해서는 유연근무제와 주 3일 이상 재택근무 제도를 통해 자신의 유치원생 자녀들을 편안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MZ세대와 싱글들을 위해서는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워케이션을 장려하고 있다.
B대표는 자신의 기업이 최고의 연봉을 지급하지는 못하지만 싱글과 MZ세대 직원들에게 워케이션이라는 최고의 근무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인재들이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는 차별화된 인사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워케이션 참여자의 78.8%는 2030세대이다. 이는 스스로 일하는 장소를 선택해 일하는 워케이션이 MZ세대에게 새로운 업무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재택근무나 워케이션의 생산성에 의문을 가지는 기업도 있지만, 인재 확보에 대한 니즈와 어려움을 이해한 기업의 대표와 인사담당자들은 워케이션을 인재 확보 전략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창의적인 업무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워케이션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 진화하는 워케이션, 준비가 우선이다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3. 9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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