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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를 준비하는 우리의 발걸음

HR매거진 2023.10.05 13:43 862 0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을 하는 공간과 위치에 대한 기존 관념에 큰 변화가 생겼다.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도 본인 스스로 일에 대한 통제권을 쥐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이 긍정적인 결과이다. 다음 아젠다(Agenda)는 바로 시간이다. '주 5일, 40시간'이라는 명제가 성과 창출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미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테스트도 실행 중이며 그 효과들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수 기업들이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사회적 아젠다로 확장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많은 기업들이, 특히 대기업들도 '시간'과 관련된 효율성 추구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 주 4일제는 언젠가 올 미래이다
주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는 주말(Weekend)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영국에서 유래했다. 미국에서는 1926년 포드 자동차에서 6일에서 5일로 단축한 근무일을 처음으로 표준화했고 1940년에 전국적으로 2일의 주말이 적용됐다. 국내에서는 1998년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2004년이 되어서야 공공기관에 적용, 2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장한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주 5일 근무는 결국 사회 전반에 안착됐다.

사회경제적 발전 상황이 달라 도입 시점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주 5일제가 정착된 이유는 동일하다. 바로, 삶의 질 향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주 4일제에 대한 주장이 대두된 배경 또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것이다. 즉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의식이 기저에 존재한다. 현대적 개념의 일이 대량생산에 따라 발전된 자본주의 그리고 포디즘(Fordism),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대표되는 강도 높은 업무 환경에서 시작됐다고 한다면 역사적으로 점차 그 강도를 낮추는 방향의 진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특히 현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의 탄생에 의해 많은 업무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으며, 더 오래 일할 필요성 또한 사라지고 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고, MZ세대는 더더욱 개인의 삶을 중시한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필연적으로 주 4일제를 향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은 확실한 효과가 증명됐고, 증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주 5일제를 막 시행하던 시절을 돌아보자. 당시 한 연구에 따르면 1인당 노동 생산성이 1.5% 증가했고 일자리가 267개 늘어났으며 여가가 늘어난 만큼 가계 지출이 늘어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최근 단축 근무와 관련된 사례들에 따르면 확보된 여유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수면을 취하고, 전반적인 에너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증진되고 업무 능률이 향상되어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5일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에 가까운 관성이 형성됐고 우리는 주 5일, 52시간제 등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또 다른 변화의 동력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 도입을 가정하고 생각해 본다면 풀어야 할 이슈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과거 주 5일제 도입 때도 노사의 치열한 논쟁거리였던 임금 보전 여부, 즉 주 4일제의 도입 형태와 방식1)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근로자 측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의미가 있지만 임금이 줄어들면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고, 회사 측에서는 생산성 저하의 우려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인건비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 생산 분야, 고객 대면 분야 등 장시간 교대근무가 필요한 경우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상승도 있겠지만 연장근로수당, 주휴일, 통상임금 등의 변화에 따른 간접적 부담도 분명 존재한다.

더불어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 유지를 위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들은 지금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방면의 검토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근무제가 변경된다고 해서 갑자기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할 리가 만무하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IT 등의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각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에 맞게 문화적·구조적 변화를 이행하는 것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 개인의 입장에서도 5일 동안 처리하던 일을 4일 안에 해내야 하고 동일한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연스레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이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질 우려도 존재한다.

또한 주 4일제가 가능한 직종과 근본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직종이 존재할 수 있다. 대중교통, 물류 등에서는 주 7일 근무가 필요하다. 노동시간과 급여가 비례하는 일부 직종 혹은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업무에서는 주 4일이 꼭 근로자 친화적인 정책은 아닐 수 있다. 개인별 선호도도 분명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주 5일제를 선호할 수 있고 일부는 초과 근무를 원할 수도 있다. 특히 한 회사 내에서 직종 간 또는 개인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큰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주 4일제 시행이 탄력을 받으려면 정치적인 드라이브(Drive)도 분명 필요한데, 일부 대기업만 가능한 상황 혹은 업종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 심리적인 양극화를 감내하며 추진하고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 변화를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치 주체, 노조,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 주체들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아젠다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또한 적당한 속도로 사회적인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리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법제화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노조는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조건을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벨기에의 주 4일제 도입 조건과 같이 임금 삭감 불가, 근로자의 선택권 제공, 하루 최장 근로 10시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등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기업과 이해관계 조율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피로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림 2>와 같이 대기업부터 시작해 중소기업에까지 다양한 시도가 전이될 수 있도록 사회 경제적 기류 조성을 지속해야 한다. 이때 각 기업의 리더들은 먼저 목적의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하나의 수단이다. 넓게 보고 길게 보면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Why'를 기반으로 변화를 추진해나가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각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적용 방안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관리자들의 니즈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보상 방안과 그에 따른 재무적 영향, 인력 운영상 필요한 변화와 그에 따른 고객, 공급업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쳐질 영향 등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대응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꼭 전사적으로 단번에 혁신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꺼번에 감당하기 힘든 큰 변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과정에서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도하고, 반복하고, 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 과정에서 성공 여부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다른 회사의 사례와 연구 결과가 아닌 우리의 경험에 따른 우리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결국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 강한 동력이 될 것이다.

▶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혹자는 진정한 의미의 주 4일제 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삼성전자가 한 시도도 그저 휴일 하루를 제공한 격이고, 복지가 조금 좋아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시도조차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변화와 혁신은 항상 현재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재에 대한 부정은 대다수에게 일상의 범위를 벗어난 생소하고 냉소적인 행태로 치부되고 만다. 기업들은 따라 하기를 너무 당연시하다 보니 무언가 선도하려는 DNA 자체가 퇴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실할 필요는 없되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주 4일제 혹은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미래가 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누군가는 그것을 자신들의 무기로 삼아 좋은 인재를 선점하고 동기부여 하면서 성과를 창출할 것이고 누군가는 뒤늦게 따라가는 데 급급할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과도기에 발생하는 문제들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부 피해를 명분으로 큰 흐름을 외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 협의의 주 4일제는 100-80-100 모델(100% 생산성 유지, 80% 시간, 100% 급여)을 뜻하고 광의의 주 4일제는 4-10 모델(주 4일 하루 10시간 근무)까지 포괄한다. 또한 주 4일제 시행 방식에도 금요일을 고정 휴무로 하는 방식, 월/금으로 나누어 쉬는 방식, 휴무일 설정에 개인별 자율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Posted by 박주호 딜로이트컨설팅 휴먼 캐피탈 유닛 상무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3. 9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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