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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트렌드 확대와 기업의 추진 전략

HR매거진 2021.05.11 16:59 387 0

 

2021년 2월 네덜란드 연기금 APG(운용자산 규모 5730억 유로, 원화 약 768조원)는 한국전력공사에 투자한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APG 측에 따르면, 한전은 그간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참여했는데, 이는 APG의 ESG 투자 원칙에 위배되어 한전 측에 석탄발전소 참여 철회를 요청했으나 한전은 이를 불이행했고 결국 모든 보유지분을 매각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APG는 한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다른 7개 회사의 지분도 역시 매각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지난 십수년간 연구에 매진해 왔던 필자에게 이 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었다.

첫 번째는 운용수익률을 중요시 여기는 연기금이 완벽한 정량화가 어려운 비재무적 지표 체계인 ESG를 근거로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일개 투자사가 아닌 국영 연기금의 투자 결정에는 엄청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이유는 한전과 같은 초우량 기업이 ESG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열악한 중견 및 중소기업의 ESG 대응은 얼마나 고단해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 업체는 사업체 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종사자 기준으로는 전체 종사자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 사건의 무게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더욱이 최근에 EU는 연합 국가 내의 기업뿐 아니라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지역의 기업에까지 ESG 이행을 요구하는 실정이라 국내 수출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 도대체 APG는 왜 이런 엄청난 결정을 내렸을까?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ESG가 무엇이고, 어떤 배경으로 등장했는지를 살펴본 후에 궁극적으로 한전과 같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 기업의 바람직한 ESG 전략의 방향성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SG의 개념과 등장 배경>

ESG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적(E: Environmental), 사회적(S: Social) 책임의식을 가지고, 올바른 기업 지배구조(G: Governance)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시대의 기업 가치창출 체계를 의미한다. 기업의 가치창출은 과거 CSR, 공유가치창출(CSV), 트리플 바텀라인(People-Profit-Planet) 등의 다양한 개념으로 표현되어 왔는데, ESG도 이러한 개념들과 사실상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 개념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ESG가 주로 자본시장을 타깃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ESG가 추구하는 소위 '책임 있는 투자'의 철학부터 따져보면, 200여년 전 무기 제조사와 담배 제조사 투자 회피를 요구했던 미국 메서디스트(Methodist)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보다는 오늘날에 더 근접한 배경이 되는 사건이 2019년에 있었다. 미국의 181명의 대표 기업들의 CEO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 Table, BRT)에서 기업의 존재 목적의 중요한 근거였던 주주자본주의의 종식을 선언하고, ESG의 방향이기도 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변화를 천명한 사건이다. 

 

하지만 ESG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UN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Kofi Annan)이 시티그룹, 도이치뱅크 등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 대표들을 소집하여 2004년에 결성한 이니셔티브에서 발간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는 ESG의 배경과 중요성에 대한 언급 이외에도 세부적인 고려 항목들의 예시(표 1 참조)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에 시중에 유통되는 여러 ESG 평가 모형들(2018년 기준 전 세계 약 600여개의 ESG 평가 모형들이 존재함)의 기틀이 됐다. 

 

ESG는 2006년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바로 2006년 4월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정된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ment, PRI)이었다. ESG가 금융기관들의 구체적인 투자원칙으로 구현됨에 따라 자본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락(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투자 기업들에게 보낸 공개서신에서 ESG를 투자 포트폴리오 설정 등과 같이 투자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고, 기업의 대응 내용 등을 공시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2019년에 블랙락은 ESG 불성실공시 2,700여개 기업의 4,800여명에 이르는 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의사 표명을 보류했다. 또한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초과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공표했다. 공개서신의 말미에 "앞으로 이해관계자에 응답하지 않고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는 기업과 국가는 시장으로부터 성장에 대한 회의에 직면할 것이며, 그 결과 자본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이다"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는데, 자신의 주장을 실제로 행동에 옮긴 셈이다. 아울러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파리기후협정 복귀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함에 따라 ESG 관련 투자 증가와 개별 기업의 대응 움직임은 다시 한번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보고서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2020년 1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3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PRI(표 2 참조)에 서명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약 40조 5,000억 달러로, 2018년 30조 6,800억 달러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31%나 증가했다. 국내의 움직임도 활발한데,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ESG 공시가 점진적으로 의무화되었고, 정부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 유관 정책 이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바람직한 ESG 추진 전략>

전술한 바와 같이 ESG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그리고 시대정신과 맞물려 재조명을 받게 됐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환경 파괴와 사회 문제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을 전 지구가 목도했다. 이제 기업에게 남은 선택지는 ESG 경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할 것인가' 뿐이다.

 

첫째, ESG 경영에 경영진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라.

ESG가 시대적 화두이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으나 개별 기업의 셈법은 복잡하다.

ESG 경영이 생존과 직결되는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진이 높은 ESG 추진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것을 여전히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경영진에게는 어쩌면 ESG 경영이 기업을 옥죄는 새로운 걸림돌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ESG 경영이 단순한 구호나 선언적 수준, 나아가 그린워싱(Greenwashing)** 과 같은 위선적인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다시 한번 ESG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자각하고, 내부 구성원들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ESG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스스로의 발언에 높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이행할 최소한의 명분으로서 작동하도록 말이다. 

  

둘째, ESG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라.

최근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ESG 공시 의무를 담은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제정했고, 그 후속 조치로 2021년 1월 18일 한국거래소는 ESG 공시에 관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환경(E)과 사회(S) 영역의 이슈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지배구조(G)의 이슈에 관해서는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이렇게 공시가 의무화된다는 것은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평가가 정밀해진다는 뜻이며, 이는 기업의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은 ESG 경영 활동을 총괄하는 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하위 조직 단위의 ESG 목표설정과 성과관리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 ESG 부서의 몇몇 담당자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셋째, ESG 브랜드화와 완성도 높은 지속가능성보고서 공개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고도화하라.

전경련이 2018년 사회공헌백서를 통해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사회 이슈 파악과 파트너십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경영 관점의 통합전략과 영향력 있는 소통은 미진했음을 밝혔다. 여기서 경영 관점의 통합전략은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ESG 추진 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ESG에 관한 영향력 있는 소통은 별개의 고민거리다. 이를 위해 우선 다른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ESG 경영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개별 기업에 특화된 'ESG 브랜드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완성도 높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통해 구축된 브랜드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ESG 활동이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어떠한 임팩트를 주었는지, 그러한 임팩트는 어떻게 측정되었는지, 그리고 보고 내용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제3자 기관에 의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는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와 공감을 유도하며,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고, 기업의 사명과 부합하는 일관된 프레임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넷째, ESG 경영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갖추고, 조직문화 코드로 내재화하라.

서양 속담에 "All that glitters is not gold"라는 표현이 있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듯이, 명분이 좋다고 모든 ESG 활동이 똑같이 평가될 수는 없다. ESG 활동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선한 일이니 적당히 해도 모두가 인정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확고한 철학, 미션 비전 등을 수립하고, 경영진 뿐 아니라 전사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진정성 있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최근 들어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의 말과 행동이 비공식적(특히 익명성이 확보된) 채널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어 기업들이 홍역을 치루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ESG 경영이 실제 조직문화 코드로 내재화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ESG 경영의 실체가 금새  탄로 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점은 기업에게 상당한 평판 리스크 요인이 된다. 따라서 ESG 경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 피력에서부터 조직문화로의 내재화에 이르기까지 전사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 보고서 제목: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

**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Posted by 장영균 서강대학교 인사조직전공 교수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1. 4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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