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스펙보다 하고 싶은 일 고민이 먼저
'신익태 대학내일 수석연구원'

취업난은 저학년들마저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만든다. 하지만 남을 따라 무작정 ‘스펙’을 쌓는 것이 과연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지는 의문이다. 조급함을 접어두고 진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뷰
대학문화연구소 신익태 수석연구원

‘학점관리와 토익공부에도 열심이다. 봉사활동이다 해외연수다 남들 하는 건 다 해봤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뭘 위해 이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 하게 되는 고민이다. 이에 대해 대학문화연구소 신익태 수석연구원은 무작정 남들을 따라 하기보다는 스스로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흔히들 대학생 때 인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요?
인생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아갈 방향을 알고 그 방향으로 열심히전진해야 합니다. 방향을 아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이 모두 갖춰지면 좋겠지만, 주변에는 방향은 모르고 열심히만 하거나 방향은 알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둘 중에서는 후자인 방향을 아는 학생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방향을 안다는 것은 삶의 비전이 뚜렷하다는 것인데, 확실한 비전이 있는 상태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 비전 없이 시행착오만 겪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죠. 대학생활이 4, 5년 정도로 긴 것은 학생들이 확실한 자신의 꿈의 방향을 찾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함입니다.

인생계획은 언제 그리고 얼마나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나요?
인생계획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계획은 대학 4년 동안 단계별로 구체적인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신입생 때는 먼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취미, 적성, 내가 잘하는 것 등 나를 파악하는데 열중해야 합니다. 2학년 때는 실제적인 다양한 경험을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많은 경험들을 해야 합니다. 3학년 때는 다양한 많은 일들 중 나와 잘 맞는 일 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학년인 4학년 때는 지금까지의 단계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진로 설정을 해야 합니다.

나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MBTI 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적성 검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시기에 따라 그 결과가 변하기도 하고, 또 사람은 어떤 종류로도 정확히 분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결과를 백 퍼센트 신뢰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검사 외에도 주변 친한 친구, 가족과 같은 나를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몰랐던 객관적인 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각적으로 나에 대해 연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는데 실제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그 일이 다를 경우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하나요?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합니다. 일에는 네 가지 종류, 즉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의 일로 겹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럴 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나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 부모님의 반대, 경제적인 여건 등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칠 땐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진로 설정에 있어 부모님과 갈등이 생긴다면 10년 뒤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어떤 결정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할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경험자이신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부모님이 왜 반대하시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는 떼어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급여가 인생의 최고 목표가 되어선 안됩니다. 급여 보다는 내가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됐을 때 보상은 저절로 뒤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란 힘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모험 아닌가요?
그렇죠. 사실 힘든 문제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절충이 필요합니다. 나의 꿈과 현실적인 면을 절충해서 인생계획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막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면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진로 설정을 함에 있어 현실적인 면들을 하나씩 넣어 생각하면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학벌과 전공입니다. 학벌과 전공은 얼마나 중요하나요?
우리나라만큼 학벌을 중시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기업의 인사팀에서 비공식적으로 ‘좋은 학교 인재들이 일을 잘한다’는 공식이 세워 집니다. 하지만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의 사원들의 학벌을 보면 의외로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학벌보다는 실력, 경험들을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생각입니다. 대기업에서 일할 가치가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굳이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학벌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겠죠.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첫 직장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요?
학벌만큼이나 첫 직장은 중요합니다. 첫 직장은 규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첫 직장에서 처음 맡은 직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거의 80퍼센트 그 분야로 계속해서 진로를 나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첫 직장은 조직 시스템, 관계 등 직장인으로서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첫걸음마를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생각에 요즘 대학생들이 진로 설정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이 부족해 보이시나요?
요즘 대학생들은 기술적인 스펙 쌓기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본질을 잃어버립니다. 예를 들면 공인 영어 시험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실제 영어 실력과 근본적으로 필요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실력은 의외로 꽝인 경우가 있습니다. 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확실히 모른 채 봉사활동, 어학연수 등의 스펙 쌓기에만 여념이 없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다른 모든 스펙보다도 먼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지를 고민해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것들을 다져 놓지 않고 자꾸 기술적인 스펙만 쌓다보면 사상누각처럼 결국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출처 : 대학내일
윤은경 학생리포터 사진 유의선 학생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