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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채 시대의 종말

조회수 325 2021-07-06 수정


“면접을 보고 나오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단 말이야.”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셨던 분께 사석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면접관으로 앉아서 지원자들을 보고 있다 보면, 지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읽힐 때가 많아.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많이 보이거든.”


그분의 이야기는 이랬다. 지원자들이 더 잘할 수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더 나서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무기가 있는데 그걸 주저하며 꺼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그리고 이런 경우, 대개 그 결과가 좋기는 어렵다고.


대기업 공채의 경우, 한 번에 몇백 명씩 뽑고는 했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신입사원 공채의 경우 면접관들 은 하루를 완전히 비워 두고 하루 종일 면접 평가에 투입되거나 아예 며칠씩 현업을 중단하고 면접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원자들은 이런 대규모 공채의 경쟁률이 부담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등수 안에 들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약간의 안도감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나 혼자 튀는 것’보다는 우수한 합격자 집단 속 이름 없는 한 사람으로서 ‘one of them’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1등이 되기도 어렵지만 ‘them’에 속하기 또한 쉽지 않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포지션에 1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2차 면접까지 진행하는 경우 1차에서는 8~12배수, 2차에서는 2~4배수 정도를 선정한다. 그러니 인적성 검사를 거쳐 약 100명 정도의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치자. 多대多 면접의 경우 한번에 면접장으로 입장하는 지원자는 대략 4명 정도였다. 지원자는 선발된 100명의 지원자들 중 10등 안에 들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산술적으로는 그것이 맞다. 하지만 면접관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 면접관 3~5명이 100명을 4명씩 쪼개어 25번의집단 면접을 진행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어디까지일까? 면접관이 되어 면접에 투입된 사람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 같다. 면접자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게 되면, 인간은 그 모든 사람들을 세세하게 기억하기 어렵다. 실시간 녹화라도 해 두지 않는 이상, 아무리 평가지에 세밀하게 기록하려 노력해도 꽤 많은 정보가 날아가고 지워지게 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각 면접 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 한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자신의 강점과 무기를 당당하게 꺼내 들며 당당하고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지원자. 면접이 끝나고 모두 머리를 맞대고 다음 면접자를 정하거나 최종 합격자 명단을 추릴 때, 면접관들은 조별 면접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지원자를 지목할 때 거의 비슷한 사람을 언급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예외 없이 그런 지원자들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더 이상 무난하게 우수한 one of them이 아니라 호감 어린 궁금증을 자아내는 special one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규모 공채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모두 대규모 공채를 없애거나 줄이는 수순에 돌입했고, 점점 더 소규모로 필요에 따라 유동적인 채용과정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용 규모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더욱더 지원자에게는 자신을 각인시킬 무기가 필요해진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강점과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고 자신을 면접관에게 각인시켜야한다. 무리해서 쇼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준비한 것을 다 꺼내어 보여주지 못했다면, 주저할 필요 없이 기회를 쟁취하여 발언하고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적극성이 너무 무리한 고집의 단계로 넘어갈 정도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면접관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원자의 열정에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다.


면접이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 경쟁률이 높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부디 천금 같은 기회를 부끄러움 때문에, 혹은 주저하는 마음이나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허무하게 흘려보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당신은 충분히 면접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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