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되자]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며 친구가 많으신 아버지께서는 종종 ‘친구가 밥을 한 번 사면 너도 꼭 다시 사줘라.’,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등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온 저는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또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하였고 친구의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친해지면서 관계를 넓혀왔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고 항상 학교에서 임원을 하거나 친구들 사이 모임을 주도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저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였고 따라서 그 관계가 쭉 순탄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들어가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와보는 서울,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점점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욱 시간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서울로 대학을 온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친구의 자취방에 보여 술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한 친구가 저에게 대뜸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너랑 진짜 오랜만에 본다, 너랑 연락이 안 돼서 다른 친구들끼리는 몇 번 모였었다’며 대학교 들어가고 요새 연락도 잘 안 되고 서운하다면서 제가 변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동의를 표하며 그동안 저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하나하나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서 눈앞이 정말 캄캄해지고 머리가 띵하였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고등학교 친구들의 연락을 소홀히 받거나,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느라 고등학교 모임에 빠졌던 제 모습들이 떠오르며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친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친한 관계가 계속 유지될 거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에게 시간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이해해주겠거니 옆에 있어 줄 거로 생각했던 제 생각이, 친구들의 생각이나 입장을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때의 그 경험은 저 자신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느라 기존의 소중한 관계에 소홀해지지 말자고 생각하였습니다. 새로운 관계만큼이나 기존의 관계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 그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종종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만나면서 친구들의 하는 말을 경청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듣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을 계기로 성장한 저는 다시는 그 전과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욱 깊어지고 끈끈해졌습니다. `친구들에게 사람 냄새 나는 친구가 되자.` 그게 제가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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