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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은행원의 재테크] 투자 능력을 결정하는 요소들

잡코리아 2020-07-10 00:00 조회수7,178

 

 

뛰어난 투자자라면 흔히 탁월한 지성과 통찰력을 가진 지구인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명민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시장과 종목을 분석하고 적절한 매수와 매도를 통해 투자에 임한다. 이런 행위를 자산 운용이라고 표현한다. 흔히 자산 운용을 투자라는 행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투자=자금조달

 

그런데 투자라는 행위의 이면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자산운용보다 훨씬 더 중요한 행위가 존재한다. 바로 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을 자금조달이라고 부른다. 투자란 궁극적으로 자산운용과 자금조달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산 운용이라는 분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금 조달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해하지 못하며 자금 조달이 무엇인지조차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세계 최정상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투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대부분이 자금조달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투자의 영역에서 수익률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남자의 매력에 비유해보겠다. 뛰어난 자산운용능력이 패션 감각이라면, 강건한 자금조달 능력은 185cm에 복근이 올록볼록한 몸뚱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뛰어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둘 중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몸뚱이, 즉 자금조달 능력이다.

금융시장이 발달할수록 시장분석, 종목선택, 거래실행 같은 자산운용 부분에서 개별적인 시장참가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차별화 요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하여 복잡한 투자의사 결정 과정 없이 15분 안에 몇 조 단위의 투자 결정을 할 수 있거나, 인터넷과 공시시스템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법 또는 생성법을 알고 활용할 수 있거나, 법률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근접한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어서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하거나, 강력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이건 어떤 가격에 팔아치울 수 있는 경우 정도가 운용에서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어떤 MBA를 나왔고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더 많은 증권사 리포트와 기업 재무제표를 읽는지, 누가 HTS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지, 경제신문과 관련 블로그를 꼼꼼히 살펴보는지, 증권사나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친구가 극비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얼마나 빠르게 제공해 줄 수 있는지, 파이썬으로 투자의사결정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지, 멘큐의 경제학이나 고급회계 과정을 얼마나 감명 깊게 읽었는지는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흔해 빠졌기 때문이다. 투자이론이나 정보는 이미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하고 있고 이것은 투자를 생각하는 방식, 속도까지 한 점으로 수렴시키고 있다. 운이 좋다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개인투자자들은 자산 운용이란 부분에서 차별화를 만들어낼 건덕지 자체가 없다. 생각의 방식, 속도의 수렴이란 개념은 '주가를 움직이는 펀드매니저 투자의 비밀, 이중희 지식공감(2014)'에서 처음 접한 바 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히 차별화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보험사를 보자. 이들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고 뛰어난 시장 또는 재무분석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초과수익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까?

 

은행이 자신 조달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벌어들이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생크림 케이크로 파르테논 신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은행이 가지고 있는 돈은 그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할지 몰라도 대다수가 은행돈이 아니다. 대다수가 1년 미만의 단기부채인 예금으로 조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방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다.

예금이라는 단기부채로 돈을 조달하는 은행은 대다수의 자금을 극도로 안정적인 국채와 담보대출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본 대비 10배 이상 레버리지된 돈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장기투자에 사용할 경우 속된 말로 한방에 훅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역사는 잘난 체하며 이 규칙을 무시해서 한방에 훅 간 은행들의 사체로 가득하다. 규모는 거대할지 모르지만 단단함이라는 측면에서 은행의 돈은 생크림 케이크와 다를 바가 없다.

보험사를 살펴볼까? 은행 자금보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보험사의 자금은 조달이 십 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은행보다 자금의 질이 조금 더 양호한 편이지만 결국 마찬가지다. 보험사 또한 빚, 즉 언젠가는 사망보험금과 연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부채로 조성된 자금을 운용한다. 은행만큼이나 레버리지가 높기 때문에 리스크 있는 투자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돈 또한 단단함이라는 측면에서 우유식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문적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는 다를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의 조달구조 또한 허약하다. 대다수의 펀드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손실이 나면 대규모로 환매가 이루어지는 휘발성 강한 돈들이다. 이런 자금은 리스크 있는 투자에 투입되기는 하지만 절대 장기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는 변덕 심한 자금이다. 이들의 돈 또한 단단함이라는 측면에서 유리컵과 다르지 않다. 단단해 보이지만 조금만 힘을 주면 와장창 깨져버린다.

연기금이나 외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이란 규모와 운용방식에서 금융권 최강의 투자자로 인식되지만 이들이 가진 모든 자산은 언젠가 연금이라는 형태로 국민들에게 줘야 하는 초장기 부채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빛의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은 연기금의 초장기 부채가 점점 장기부채, 중장기 부채, 단기부채로 듀레이션이 빠르게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가진 돈이 지금은 단단하게 얼려 놓은 얼음덩어리처럼 단단하지만 서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녹아내릴 것이다. 그 시점에서 국민연금은 5%의 손실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외인투자자다. 이들의 자금은 본국 투자기관의 투자정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돈이다. 절대 단단하거나 믿을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단단함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어니언 베이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는 금융기관에게는 더 전문적인 인력과 노하우와 시스템과 규모의 경재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거기서 운용의 차별화가 가능한 것이 아닌지 묻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관료적인 업무체계, 사내정치, 실패를 회피하려는 강력한 요소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게다가 그들이 보는 자료라는 것이 일반 개인이 보는 자료와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구글이 생기면서 대학생과 금융기관 CEO가 정보를 접하는 속도와 질에는 거의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15% 수준의 손실을 감내하지 못한다. 그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기 이미 한참 전에 모든 임원들은 물갈이 되었을 것이고, 손실이 10% 수준에 근접하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청산되어야 한다. 펀드의 경우 조금 양호하지만 20~40% 수준의 손실에 도달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펀드는 구멍 난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개인투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서는 이 시대에 걸맞은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겠다.

 

필자 ㅣ  B형 은행원

필자 약력

- 36세 은행원, CFA, 여신심사역, 외환전문역
- <부자들은 모두 은행에서 출발한다> 저자
-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과 모이지 않는 돈으로 고민하는 직장인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B형 은행원이 들려주는 재테크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브런치유튜브,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 활용법] 시리즈는 금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이영주 에디터 lkku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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