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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꿈나무들의 음식에 맛과 영양을 책임진다

조리사 2015.12.28. 조회수 11,428 Tag #조리사 #급식 #식생활개선관

누구나 학창시절 급식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매월 초, 식단표를 체크하며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보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하나 더 먹어보려 치열한 전쟁도 치러 보았을 것이다. 이런 아련한 추억 뒤에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주고자 하는 조리사 선생님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논 밭에 눈이 쌓인 어느 날, 화순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먹는 모습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곽인숙 조리사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시골마을의 순박하고 밝은 학생들이 자랑인 화순 천태초등학교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19년째 초등학교 식생활개선관(구 급식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곽인숙 조리사입니다. 대학교 시절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학교의 조리사로 들어와 산업기사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조리사 역시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도 내의 초등학교에서 순환인사를 합니다. 저는 나주, 보성 등을 거쳐 2014에 화순 천태초등학교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화순 천태초등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저희 학교는 천태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화순 도암면에 위치하였습니다. 초등학교 학생 37명과 유치원행 8명이 전부인 매우 소규모 학교입니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전교생 모두가 친구인 그런 학교이죠. 저희 학교 학생들은 지역 특성상 결손 가정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들이 순박하고 구김살 없이 밝다는 것이 저희 학교의 자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웃으면서 하는 요리, 학생들에겐 맛 좋은 영양식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리부터 조리원 관리, 그리고 식자재 관리 등의 사무적인 처리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쳐갑니다. 

 

업무에 따른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에 물건이 오면 가장 먼저 식료품 검수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점심 준비에 들어갑니다. 오전 내내 우리 학생들의 점심을 위해서 맛있는 요리에 열을 올립니다. 학생들의 점심시간 30분 전쯤 간단하게 저희의 점심을 해결합니다. 점심 배식이 시작되면 틈틈이 학생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한명 한명의 반응들이 다음 조리 시 좋은 참고자료가 되거든요. 그리고 점심 배식이 끝난 오후에는 사무 업무 시간입니다. 공문처리와 요리 레시피를 공부합니다. 

 

직접 개발하신 레시피도 있으신가요?
당연하죠. 벌써 19년 차인데요.(웃음) 제가 개발한 음식 개수만 해도 요리책 몇 권은 나올 것 같아요. 음식은 같은 재료라도 소스와 조리방법에 따라서 맛 차이가 커요. 재료별로 소스와 조리방법을 달리해서 매일 매일 새로운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뭐가 있을까요?
코다리강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반적인 코다리강정은 매콤달콤한 소스지만, 최근에 간장소스로 버무린 코다리강정을 새로 개발했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간장치킨의 맛이 나는 코다리강정이었지요. 학생들이 두 세번씩 더 가져다 먹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습니다. 

 

곽인숙 조리사선생님만의 음식 철학은 무엇인가요?
요리할 때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화를 내며 만든 요리는 먹는 이에게 독을 대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요리하여 우리 학생들에게 영양을 선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라고 포장하니 왠지 쑥스럽네요.(웃음) 

 

선생님의 자제분들은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할 것 같아요.
부정하지는 않을게요. 음식의 트렌드를 공부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 가장 먼저 맛 보이는 사람이 저희 딸과 아들이거든요. 어릴 적부터 신선한 재료로 잘 완성된 음식을 먹은 덕분에 저희 아이들은 미식가가 되었답니다. 

 

화순 천태초등학교는 매우 소규모 학교인데,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 조리업무를 할 때와 차이점이 있나요?
다른 점이 매우 많습니다. 소규모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모두 파악하고,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서 조리를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학년의 학생들 같은 경우는 매운맛을 힘들어 하지만, 고학년의 학생들은 저학년의 학생들에 비해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합니다. 이런 점들을 배려해서 저학년들이 올 때는 조금 덜 맵게 음식을 조리하고, 고학년들이 오는 시간에는 음식에 맛을 조금 더 살리곤 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학교에서는 시간 안에 조리가 중요하므로 일관적으로 음식을 조리하게 되죠.  

 

그렇다면 중고등학교 식생활개선관에서의 조리업무와 초등학교에서의 조리업무의 차이점도 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 전담 조리사이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근무경험은 없습니다. 그러나 주변 학교 조리선생님들의 얘기를 빌려 보자면 중고등학생들의 입맛은 거의 어른 입맛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저희 초등학생들은 아직은 유아기 입맛을 유지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저희 초등학교 조리사들은 조리 시 저희의 입맛보다 약간 더 약한 맛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업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음식을 맛 본 학생들이 작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주는 그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기분. 그 기분이 19년간 저를 이 곳으로 출근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식생활개선관을 나가면서 ‘잘 먹었습니다’ 라고 외치는 학생들을 볼 때 역시 행복하고요.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먹기 위해 학교에 온다’는 학생들도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학생들을 볼 때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일종의 주객전도 현상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가장 고마운 학생이죠. 저는 급식 메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조금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 한 개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죠. 

 

19년의 조리사 생활 중 보람을 느끼셨던 경험은 있으신가요?
학부모님께 전화를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학생이 집에 돌아와서도 급식을 계속 얘기 했다며,음식의 레시피를 묻는 전화였죠. 제가 해준 음식이 계속 생각나고, 먹고 싶은 맛이란 것에 감동하여 성심 성의껏 레시피를 전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졸업했던 학생들이 저에게 다시 찾아왔던 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제가 해줬던 음식들을 평생 잊을 수 없어서 다시 찾아왔다는 그 말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그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있으신가요?
양념통이 전부 비슷한데, 정신 없이 요리를 하다가 다른 양념을 넣었던 일이 있습니다. 미림을 넣어야 될 요리였는데 식초를 넣은 것이죠. 하지만 의외로 더 맛있는 음식이 나와서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조리사라는 직업이 고충도 많을 것 같아요.
저희 직종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근육통에 시달립니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고, 무거운 조리도구와 재료들을 운반해야 되기 때문이죠. 시간이 될 때마다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업무에 관한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이제 눈 감고도 요리를 할 수 있는 19년차이지만, 학생들에게 처음 음식을 배식했던 그 날, 학생들의 칭찬 하나가 행복이었던 그 때의 설렘과 다짐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속적인 레시피 개발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음식,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충실한 기본 지식과 소통능력이 중요한 학교 조리사 

 

학교 조리사가 지녀야 하는 가장 큰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메뉴 개발을 위한 부지런함, 그리고 함께 일하시는 분들과의 소통능력입니다. ‘내 레시피가 최고다’ 라는 자만심보다는 겸손하게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조리사는 수 십년 동안 관련 전공의 학생들에게 인기 희망직종으로 꼽혀왔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직업을 선택하기 이전에 ‘진짜 이 일을 하면 즐거운가’라는 질문에 답을 명확히 내리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희 직종은 몸을 쓰는 직업입니다. 몸이 힘들게 되면 그만큼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빨리 오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안정’만을 바라보고 학교 조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오히려 화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신경 써서 공부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요?
영양의 기본 성질들을 잘 익혀야 됩니다. 영양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학교의 식생활교육관인데, 상극의 재료들을 함께 써서 영양소를 파괴하는 초보적 실수는 결코 용납되지 않습니다. 

 

필수 자격증은 무엇인가요?
조리기능사 자격증은 필수로 취득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근무를 하게 되면 산업기사 자격증, 그 이후에는 기능장 자격증 취득이 가능합니다. 본인의 끈기와 긍지에 따라 추가 자격증은 얼마든지 취득 가능하니 우선 기본을 충실하게 닦고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 조리사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신다면?
마술사입니다. 작은 재료 하나로 다른 맛을 만들 수 있고, 그 맛이 누군가의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 업무와 접목시켜 답하자면, 어떤 재료로도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성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더욱 더 좋겠지요.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정보라 good@jobkorea.co.kr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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