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직원과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해야
김영곤 ABB코리아 인력관리부 부장
- 최고가 아닌 최선을
인사 경력 21년 차에 접어든 김영곤 부장은 금호그룹 공채로 입사, 금호타이어 인사팀에서 6년여를 근무 후 ABB코리아로 이직해 줄곧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ABB코리아에서만 15년째, 인사 베테랑이지만 사실 그가 처음부터 인사직을 희망한 건 아니었다. 김영곤 부장은 공채 합격 당시, 수출업 쪽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인사팀에 배정을 받았다. 회사가 그의 적성을 잘 파악한 것일까? 다행히도 인사직이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전공이 무역이라 수출업을 지원했는데, 인사팀으로 배치를 받았어요. 우연한 기회에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그렇지만 이제까지 업무를 하면서 한 번도 힘들거나 일이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적성에 잘 맞는 거죠.”
아무래도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양쪽 기업의 인사를 모두 경험한 그에게 그 둘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묻자 ‘의사결정 방식’을 꼽았다. “외국계 기업은 각 담당자들의 의사결정 권한이 높아요. 국내 기업에 비해 실무자에게 권한이 좀 더 부여된다고 볼 수 있죠. 권한이 높은 대신 책임감도
많이 따르고요. ABB코리아는 업무 자율성이 높고 실무자의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이에요. 특히 ABB코리아는 최고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면 진행하도록 지원해줍니다. 실패할지라도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담당자를 믿고 지지해주는 것이죠. 바로 이것이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ABB그룹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ABB코리아는 낮은 직원 이직률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평균 이직률이 11~12%인 반면 ABB코리아는 5~6%를 넘지 않는다. 이렇게 낮은 이직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인재에 대한 투자다.
ABB코리아는 직원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단계별로 구성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캐나다와 직원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에게도 영어 교육의 기회를 지원하는 등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직무와 관련된 교육은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직원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면 해외든 국내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하는 많은 교육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안전교육이다. “업종 특성상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ABB의 가장 큰자산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죠.”
복지제도도 눈에 띈다. ABB코리아는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필요한 복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복지 포인트를 지원하는 것. 이는 그룹 전체에서 ABB코리아가 가장 먼저 시행한 것으로, 다른 그룹에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직원 한 명에게 1년 평균 250만 원 상당의 포인트가 지급되고 있어요. 복지포인트는 직원의 성과와 역량에 따라 제공되고 있어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는 거죠. 때문에 같은 직급이라고 해도 받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고, 동일한 직원에게 매년 지원되는 포인트도 다르죠.”
- 과거의 행동유형으로 미래를 판단한다
“미래를 바라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행동유형을 살피고 미래를 판단하는 것이 채용의 기본 원칙입니다.” 김영곤 부장의 채용철학이다. 그가 서류 전형 시 가장 유심히 살피는 부분은 바로 지원자의 학점이다. “개인적으로 ‘스펙’이라 불리는 조건들을 잘 믿지않는 편이에요. 물론 개인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겠지만, 다르게 보면 스펙은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학점은 단기간으로 쌓을 수 없는 데다 지원자의 평소 모습을 드러내는 점수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해당 지원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임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좋은 기준이 되곤 하죠.”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적지 않은 지원자들이 외국어를 걱정하고는??한다. 하지만 그는 영어 등의 외국어는 합격 여부를 당락 지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ABB코리아는 엔지니어링 기업이기 때문에 각 직무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더 중요해요. 때문에 외국어 실력만을 믿고 지원했다가는 ABB와 함께하지 못할 가성이 높아요.”
면접은 해당 팀의 팀장과 실무자 그리고 인사팀이 함께 참여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최종 합격자를 가릴 때는 반드시 각 부서의 합의를 거친다. 면접 시에는 정형화된 질문은 피하고 각 지원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 질문’을 던진다. 만들어진 답변이 아닌 지원자의 생각이나
성향을 면밀하게 살피기 위해서다. “ABB코리아는 팀워크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인재인지를 가장 먼저 살핍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이다 보니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또 업무를 배울 자세가 되어 있고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라면 어렵지 않게 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ABB코리아의 연간 채용 규모는 100여 명. 그중 신입 채용의 규모의 60여 명이다. 매년 연초에 채용을 진행하는 터라 공개채용 형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수시로 채용되는 인원이 더 많다. 이에김영곤 부장은 ABB코리아에 입사하고 싶다면 수시로 문을 두들겨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인사담당자, 기업의 원동력이 되어야
과거 인사팀은 관료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HR 트렌드가 변함에 따라 인사팀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사팀은 어려운 부서로 꼽히는 게 사실이다. “회사에서 잔소리하는 유일한 부서가 바로 인사팀이에요. 또 인사팀을 떠올리면 명예퇴직 등 함께한 직원을 떠나보내는 부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가까워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가 직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해요.” 그는 인사담당자는 기업과 직원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담당자는 기업의 ‘다리’와 ‘심장’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과 직원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그들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하죠. 또한 인체의 동력이 심장이듯 인사는 기업의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에서 나오는 올바른 지침이나 제도가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김영곤 부장은 인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에는 인사팀뿐 아니라 각 부서의 매니저들에게도 직원 관리의중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인사를 바라봤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은 바로 ‘인재 관리’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각 부서의 매니저들도 인사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추세예요. 때문에 인사담당자들은 각 부서의 매니저들이 그들의 직원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야 합니다. 프로세스를 세우고 가이드를 제시해 매니저들이 훌륭한 인사 관리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거죠.”
인사담당자로서 가지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ABB코리아는 과도기를 겪고 있어요.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시스템도 많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적지 않은 직원들이 달라지는 시스템 등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예요. 앞으로 직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평가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예요. 또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적절한 직군이나 승진체제도 마련할 계획입니다”라고 답했다.
조직이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영곤 부장. 기업과 직원의 든든한 조력자인 그가 있기에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ABB코리아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