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은 방송, 영화, 공연 등 전반적인 문화 산업을 이끌고 있는 종합 컨텐츠 기업이다. CJ E&M의 tvN마케팅팀에서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산하 사원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tvN 채널의 애청자, 그곳의 방송마케터가 되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CJ E&M에서 tvN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조산하입니다. 대학에서는 신학과 경제학을 이중 전공했으며,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CJ E&M에서 인턴을 했었어요. 인턴십에서 최종합격하여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어느새 4년이 됐습니다.
CJ E&M에 방송마케터로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TV 보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저 많이 보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장면들을 분석하는 걸 즐겼죠. 그러다 문득 제작된 프로그램이 있으면 이를 세상에 알리는 업무도 필요할 것이고, 이 업무는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2010년 당시, tvN에서 방영되던 <위기일발 풍년빌라>라는 드라마의 애청자였어요. 그래서 tvN 채널에 큰 관심이 생겼고, 이 후 CJ E&M의 인턴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방송마케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방송마케터는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홍보팀이 기자들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면, 저희는 대중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죠.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먼저 마케팅 기획안을 작성해야 해요. 컨셉을 잡아 실행 전략을 짜는 거죠. 보통 프로그램 포스터가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시점이 마케팅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뒤에는 제작 발표회를 기획, 운영하고, 제작진과 티저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합니다.
방송이 시작되면 클리핑 작업을 해야 하는데요. 요즘 포털 사이트에서 클립 영상들 자주 보실 거에요. 프로그램 한 회분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구간들을 정하고, 제목과 문구를 쓰는 걸 클리핑 작업이라고 하는데요. 시청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고심하는 업무 중 하나에요. 하고 있는 업무를 보면 느끼시겠지만, 마케터는 제작진과 가장 긴밀하게 일하는 유관부서라고 할 수 있어요.
평상시에는 SNS를 관리합니다. 요즘엔 2월 초부터 방영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의 방송 마케팅을 맡고 있어요. 페이스북에서 ‘배우학교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시청자의 반응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 직무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힘든 순간도 많지만 정말 재미있다는 건 보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업무 특성상 연예인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4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연예인을 만나는 건 여전히 설렙니다. (웃음) 그 중에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면 더 좋고요.
또한 방송마케팅은 정해진 기준이 없어요. 물론 현실 가능성은 따져야겠지만, 본인이 해보고 싶은 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어요. 이러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방송마케팅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마케터로 일하게 위해 필요한 역량들이 있다면?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싶어요. 먼저, 새로운 걸 찾아서 해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상 속에서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현실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다른 브랜드에선 좋았던 마케팅 사례가 저희 회사의 방송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을 수 있고, 예산 또한 중요한 고려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방송마케터는 하루 종일 말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데 한 마디를 하더라도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될 것도 안 되거든요. 프로그램 제작을 서포트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작진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은 필수입니다.
<삼시세끼>의 MD상품, 7시간 만에 완판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되거나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보람된 순간은 새롭게 시도한 마케팅이 좋은 반응을 이뤄냈을 때에요. 작년 말, <삼시세끼 어촌편2>의 마케팅을 담당할 때의 일입니다. <삼시세끼>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던 만큼, 이 프로그램을 상징할 만한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프로그램에서 언급됐던 ‘만재도 삼대장 – 참돔, 돌돔, 문어’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실제로 그 삼대장들을 넣은 후드티, 스냅백 등을 만들었고, SNS에서 시청자 이벤트 상품으로 활용했어요. 워낙 반응이 좋아서, CJ 오쇼핑에서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7시간 만에 완판됐고, 수익금 전액을 만재도와 같은 어촌마을 어린이들의 서울 나들이 캠프에 후원되도록 기부했어요.
반면에 힘든 순간은 뻔한 것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요. 마음 같아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자괴감이 많이 느껴지곤 해요. 이럴 땐 별 다른 생각 없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저 영화,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 서칭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CJ E&M의 해외 사업이 활발한데요. 방송 마케터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에서는 K콘서트, MAMA 등 글로벌한 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이러한 행사가 진행되는 곳에 CJ E&M 방송 프로그램들의 홍보 부스를 세우기도 했어요. <집밥 백선생>과 <삼시세끼>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담당 마케터로서 LA에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그 때 tvN 부스에서 해외 팬들에게 우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업무를 수행했어요. 보통 해외로의 판권 수출은 국내에서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나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업무가 평상시에도 신경 써야 할 만큼 빈번한 편은 아닙니다.
CJ E&M의 근무 분위기는 어떤가요?
방송마케팅 팀 같은 경우, 노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의 경계가 없어요. 남들이 보면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켜놓고 있는 제가 노는 걸로 보일 거에요. 그런데 페이스북을 켜놓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다른 페이지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모니터링을 하기도 해요. 이처럼 CJ E&M은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업무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또한 저희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직급이 있음에도, 서로 이름 뒤에 님을 붙여서 부릅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의견을 개진할 때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마케팅에선 선배보다 후배의 아이디어가 더 좋을 때가 있거든요.
CJ E&M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 중, 입사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입사 전에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규율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들어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 가장 만족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요. 인사팀에서 제일기획, 구글 등 각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특강을 개최합니다. 트렌드에 따라 인문학 특강이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방송마케터로 성장해나감에 있어 CJ E&M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자랑하고 싶은 복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이가 있는 여성들을 위한 복지가 잘 되어있는 편이에요. 회사 근처에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사내에서 좋다고 칭찬이 자자한 곳입니다. 일을 할 때만큼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또한 방학 시즌마다 자녀들이 CJ E&M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드림하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부모님이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정서상에도 도움이 되고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겠죠.
그리고 저희 회사는 아무래도 컨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영화나 공연이 나왔을 때, 첫 상영회나 시사회 등 그 컨텐츠들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다른 기업에서는 누릴 수 없는, 저희만의 혜택이 아닐까 싶네요. (웃음)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말 것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셨나요? ‘나만의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스펙보단 스토리’라는 말도 있듯이, 저 또한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크게 3가지를 말해주고 싶은데요.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마라톤 경기에 참여해왔어요. 마라톤이 취미셨던 아빠를 따라 하기 시작했던 것이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하프 마라톤을 6번 완주하기도 했답니다. 실제로 이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썼을 때 반응이 좋았는데요. 남들이 안 해본 특이한 경험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제 끈기와 인내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에서 2년간 안내원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뮤지컬, 공연 등의 컨텐츠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지킬앤하이드>는 지금까지 50번 넘게 봤는데요. 마치 제가 배우가 된 것처럼 대사 하나하나를 다 외울 정도입니다.
또한 <무한도전>을 연출하시는 김태호 PD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대학 생활 중, <리더십 이론>이라는 강의를 들었을 때 ‘이 시대의 리더를 만나 인터뷰하라’는 과제를 받았는데요. 그 때 예능을 넘어 한 시대를 이끄는 문화 아이콘이 된 <무한도전>이 떠올랐어요. 무작정 포털 사이트에 ‘김태호 PD님 만나는 방법’을 검색해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방청 전문 커뮤니티에서 웃음 더빙을 하는 곳에는 PD님이 항상 오신다는 글을 발견했어요. 바로 신청을 하고 일산 MBC로 달려갔습니다. 더빙이 끝나자마자 제 사정을 설명 드렸고, 그 노력을 좋게 봐주셨는지 실제로 2시간 넘게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면접 질문이 있다면? 면접 분위기를 들려주세요.
CJ E&M 프로그램 중에서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 뭐였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아는 프로그램 말고, 평소 눈여겨보던 XTM의 <절대남자>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다고 답했더니, 면접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추가적으로 그 프로그램의 마케팅에서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도 말씀 드렸더니, 더욱 좋게 봐주셨어요. 이 외에 어떤 프로그램을 맡아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고,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도 많았어요.
면접 분위기는 흔히 말하는 ‘압박 면접’은 아니었어요. 면접 과정 중에서 토론 면접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여러 명의 지원자가 긴 시간동안 주어진 주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게 되고 면접관들은 관찰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하는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이면, 그 관심 덕분에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져요. 그러면 일에 대한 성취감도 올라가고, 소소한 일상에서의 재미도 자주 느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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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인턴기자 jiye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