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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국선전담변호사, good listener가 되어야

대전고등법원 2015.05.22. 조회수 13,099 Tag #대전고등법원 #국선전담변호사 #로스쿨


 

공익을 실천하는 변호인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국선전담변호사는 생긴 지 9년밖에 되지 않은 제도입니다. 국선변호인 제도 자체는 전부터 있어 왔으나, 과거엔 일반변호사가 공익 차원에서 돌아가며 하던 것을 국선 사건만 전담으로 하는 변호사를 두게끔 제도적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하는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건이 배정되면, 기록을 확인하고, 교도소로 피고인을 만나러 가고, 변호 내용을 준비해 재판정에서 변호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피고인이 구속되지 않았을 경우엔 피고인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오기도 하는데, 소속이 고등법원이다 보니, 구속된 피고인이 대부분이에요.

 

고등법원은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을 때만 오게 되잖아요. 무죄를 입증하기가 아주 힘들 것 같은데요.

  네. 고등법원에서는 유무죄 여부보다는 형량 감축이 주된 논쟁입니다. 형량 감축을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아주 중요한데, 이미 1심까지 끝난 상태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합의는 가능한 한 빨리 보는 게 좋죠. 드물지만,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1년 동안 사건을 맡으면서, 딱 1건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때는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죠.

 

어떻게 해서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셨나요?

법대에 진학해서 법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는 동안 국선전담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비교적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연수원 수료 후, 대전고등법원에 지원했는데, 그 해에 국선전담변호사를 많이 뽑았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죠.

 

국선전담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하나요? 아니면 법원별로 선발하나요?

고등법원 단위로 선발해요. 현재 고등법원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이렇게 5군데 있어요. 5곳에서 따로 선발하고, 해당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에 배치 받게 됩니다.

 

고등법원은 아무래도 수요가 더 적을 것 같아요.

네. 전 처음부터 고등법원을 1순위로 지망해서 고등법원에 배정된 것 같아요.

 

국선전담변호사 채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한 이들이 각 고등법원에 지원서를 내면, 일단 서류 심사 후 면접을 봐요. 꼭 성적순으로만 합격하는 건 아니에요. 면접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면접 질문은 고등법원마다 다른데, 서울의 경우는 ‘피고인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거나 과도한 요구 등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물은 반면, 제가 면접을 본 대전은 법률지식을 물었어요.

 

한 달 평균 몇 건의 사건을 맡으시나요?

보통 25건 정도 맡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방법원은 35건을 맡아요.

 

범죄자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라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직접 사건을 선택할 수 없으니까 아무리 봐도 변호할 만한 내용이 없는 사건의 경우는 좀 난감하죠.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면, 내가 못 맡겠으니 다른 변호사를 찾아보시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국선전담도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럼 어차피 다른 동료에게 곤란한 사건이 가게 되니까 일단 맡으면 책임지고 하는 거죠.

 

피고인에게 협박을 받거나 한 적은 없나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을 것 같은데요.

검사를 칼로 찔러버리겠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있었어요. 만나면 욕하고 소리 지르고 해도, 변호사가 자기편이라는 인식은 다들 하는 것 같아요. 검사나 판사가 피고인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직접 편지를 쓰거나 하는 피고인도 있는데, 정말 당혹스러웠던 피고인은 사람을 죽였다는 걸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국선전담변호사로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들어주는 것만으로 피고인의 응어리가 풀리거든요. 동료가 겪었던 일인데, 사기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사기는 고의가 있었느냐가 쟁점인데, 고의 유무를 입증하기가 애매하거든요.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부채가 있는 상태에서 사업 확장을 하려고 돈을 여기저기 빌렸다가 결국 사업에 실패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케이스예요. 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사기 치려고 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입증하는 과정이 험난하죠. 동료가 피고인을 만났는데, 계속 자기 얘기만 하더래요. 동료는 그냥 가만히 들어주기만 했죠. 한두 시간 정도 떠들고 나서는 “어휴, 속 시원하다. 저 그냥 사기 인정할게요.” 했던 적도 있어요. 실제로 일을 하면서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많고요.  

 

‘Good listener`가 국선변호사의 역할

 


국선전담변호사의 연봉 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변호사들처럼 자기 개인 사무실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 사무실 운영비용도 따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한 달 월급은 600만 원 가량이지만, 실소득은 450만 원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무실 임대는 법원에서 해주지만, 관리비나 사무보조를 해줄 직원 월급은 알아서 줘야 하는 거죠.

 

로스쿨 제도로 인해 요즘은 법조인이 워낙 많아져서 개인 변호사를 개업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국선전담변호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실제로 어떤가요?

그런 편이에요. 3년 전부터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법조인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환경적 요인보다는 역시 개인 성향이 자신의 장래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국선전담변호사는 수입이 안정적이고, 일반 로펌 입사에 비해 좀 더 시간 여유가 있는 직업이라, 그런 생활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기를 원하죠. 물론, 2년마다 재위촉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주 안정적인 직업이라 볼 수만은 없지만(웃음). 주위에는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판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직을 포기하고, 국선전담변호사를 선택한 사람도 있어요.

 

판사직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국선전담변호사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특별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자기가 맡은 일에만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 되죠. 공익적인 일이라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사람을 변호해 주는 일이니까요.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고 나서 보니, 이런 점이 생각과 제일 다르더라 하는 것이 있나요?

좋은 일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는 점... 정말 변호할 만한 것이 없을 때는 괴롭죠. 말이 안 통하는 피고인도 있어요. 자기주장만 하는데, 말에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거나. 그럴 때면 피고인에게 ‘자기 변호인 하나도 설득 못 시키는데, 어떻게 판검사를 설득시키려고 하냐’며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요.

 

‘좋은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행복한 일’이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 = 행복해질 수 있는 일

 

마지막으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나 지금 후배들이 꼭 해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긴 여행을 떠나봤으면 좋겠어요. 학생 때는 시간이 있지만, 돈이 없고, 사회인이 돼선 돈은 있지만, 시간은 없다고들 하잖아요. 30대가 되면서 느낀 건데, 이제는 시간이 있어도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힘들고, 돈 쓰러 나온 거라 아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요. 오히려 한정된 자금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했던 게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정도 있고. 정말로 학생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죠. 해외든 국내든 상관없으니, 오랜 기간 여행을 떠나면 좋을 것 같아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나이가 들면,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져요. 주위 친구들을 봐도 이제는 연애도 귀찮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학창시절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보고. 그러다 보면, 정말로 자신에게 맞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직업 사전] 변호사 - 업무, 연봉, 전망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취재기자 이혜경 good@jobkorea.co.kr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취재기자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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