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류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좋은일 연구소가 촉각을 곤두세워 알아봤다.

RFID _ 물류의 혁신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는 주파수를 이용해 ID를 식별하는 시스템으로 ‘전자태그’라고 불린다. 버스카드나 고속도로 통행료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하이패스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RFID 기술 적용의 예다. 바코드에서 훨씬 진화된 RFID는 좁쌀보다 작은 칩 안에 무한한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다수의 상품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RFID는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상품 자체에 부착할 수 있으며, 바코드와GPS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등 그 활용도와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 기술이 물류에 적용되면서 업계에 혁신을 불러왔다. 물류 수송 및 보관 시 화물 추적, 농수축산물 이력 관리,컨테이너 관리를 통한 화물 추적, 소매점의 판매 수량 체크 및 재고 관리, 도난방지 관리, 보안 관리 등 물류와 유통의 전 과정을 보다 정확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베네통에서는 RFID 태그를 의류 제품에 부착했으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 추적이 가능해 자동화로 인한 비용 절감은 물론 도난 방지까지 가능해졌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RFID가 내장된 옷걸이에 의상을 디스플레이해 태블릿 PC로 해당 제품에 대한 런웨이 모습이나 스타일링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PB상품 _ 하나의 브랜드로 도약

PB상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동종 제품 대비 월등히 싼 가격과 저렴해 보이는 패키지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유통사 역시 PB상품을 ‘값이 싼 미끼 상품’ 정도로만 여겼으나, 포화 상태에 이른 유통업계에서 PB상품을 차별화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본격적으로 PB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은 물론 패키징에 신경을 써 브랜딩을 위해 노력했으며, 유명 제조사 및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및 재고 관리 등을 유통회사에서 하는 까닭에 내부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장 가동률을 높일수 있는 안정적인 거래선인 PB상품 제조를 반겼다.유통사의 브랜딩 전략과 투자 개발로 단순히 ‘싼 상품’으로 인식되던 PB상품은 믿을 수 있는유통사의 관리 감독 아래 만들어진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도 자리 잡았고, 현재는 PB상품으로 프리미엄 레이블까지 따로 갖출 정도로 성장했다.특히 PB상품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편의점 업계다. 대용량 초코맛,딸기맛 우유에 이어 대용량 요구르트 등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니즈에 맞춘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편의점 간편식에 투자를 해 다양한 도시락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 편의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파게티 등 다양한 면 도시락도 이제 국내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_ 자유로운 디지털화폐

2009년에 등장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아직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않다. 하지만 갈수록 경제가 디지털화되고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불편과 비용이 드는 기존 화폐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와 사용의 편의성이라는 무기를 지닌 비트코인의 장래성을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전문가들과 투자자들 역시 비트코인을 ‘완벽한 화폐’라 일컬으며 주목하고 있다.비트코인은 공개 키 암호 방식을 이용, 공개된 계정 간 거래를 통해사용할 수 있다. 거래는 공개적이며 분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만, 비트코인 주소에는 소유자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완벽하게 익명성을 보장한다. 정부에서 통제하는 일반 화폐와는 달리완벽하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것. 또한 온라인상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위해 각종 장치를 이용한 반면, 비트코인은 암호 키가 담긴 지갑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사업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이나 신용카드사의 높은 수수료로 인한 불편함과 손해를 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2013년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과 빗썸(Bithumb)이 국내에 설립됐으며, 2014년 11월에는 대기업 최초로 CJ E&M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게 배달 앱과 인터넷 쇼핑몰 등도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_ 대안 유통

최근 몇 년 사이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이 큰 관심을 끌면서 국내에도 생협이 활발하게 조직됐다. 특히 2012년 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2015년 현재 협동조합은 7,5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살리고 윤리적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협은 사실 그 뿌리가 깊다. 생협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내 대표적인 생협 중의 하나인 아이쿱 생협이 설립된 것은 1997년이며, 한살림 생협 역시 1986년 ‘한살림 농산’을 모태로 하고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자들이 소비의 윤리성을 자각하게 된 것은 그 역사가 길지 않아 소비자들이 생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부터였다. 생협은 식품안전운동, 농업 살림 등을 모토로 하고 있으며,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 단계를 줄임으로써 생산자는합당한 이윤을 얻고 소비자는 적절한 가격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산물 및 기타 유기농 제품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목적으로 한다.스위스의 경우 동네마다 대형마트만 한 협동조합 슈퍼마켓이 있어소비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시장 경쟁력이 일반 상업적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성공적으로 생협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네 실정에 맞게 생협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생산자와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대안 경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정주희 기자 jjh@job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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