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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테라피] 김 부장의 쉬지 않는 카톡

잡코리아 2023-01-09 09:00 조회수3,769

 

 

 

장면#1 해외로 출장을 간 김 과장에게 울리는 카톡

부장: "김 과장, OO 부장에게 잊지 말고 전달해요."

"그런데 거기 지금 몇 시인가?"

 

김과장: "새벽 2시입니다."

 

부장: "헉, 미안하네"

 

장면#2 퇴근 후 밤 10시 부서 단톡방

부장: "내일 오전 9시 전원 회의합시다."

(이어지는 부원들의 메시지)

"네"

"네"

"넵"

(이어지는 부원들의 메시지)

김과장: "네, 알겠습니다.“

 

장면#3 주말에 울리는 카톡 메시지

부장: “김 과장, 내가 까먹을 것 같아서 그런데, 월요일에 출근하면, 안 차장한테 지난번 OO 업체와 계약 어떻게 진행 중인지 나한테 보고 좀 하라고 해”

 

[김 과장의 속마음]

부장님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아요. 아무 때나 불쑥 생각나면 저에게 메시지를 툭툭 던져요. 본인이 때맞춰서 해야 하는데, 기록하기 귀찮은 거예요. 절 카톡 '나에게로 보내기' 기능으로 쓰는 거죠. '나에게로 보내기'는 자기가 보고 처리해야 하지만, 전 대신 일도 가끔 처리해주니 얼마나 편하겠어요.

 

전 친절한 편이에요. 다른 부원들은 부장과 진작에 거리를 둔 것 같더라고요. 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랐어요. 업무 스타일이 그런가 보다. 좀 지나친가? 정도로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 싶어요.

 

그렇다고 부장과 반목하기도 불편하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한번은 새벽 4시에 전화를 한 적도 있어요. 그때도 출장 중이었는데, 현지 시각이 몇 시인지 체크하는 배려를 기대한 게 아니에요. 급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일은 제가 출장 갔다 돌아와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때 때마침 생각이 났으면, 이메일을 보내던가, 카톡을 보냈어도 되는 거라고요. 그걸 굳이 전화로 하다니, 심사가 꼬여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가 만만하니 괴롭히는 거예요. 이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에요. 어디선가 ‘까똑’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니까요.

 

[부장의 속마음]

제가 처리할 게 한두 개입니까? 일일이 적을 시간도 없어요. 제 머리는 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을 처리하는 데 써야죠. 간단한 건 바로바로 넘기는 게 좋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 이걸 잘해야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거죠.

 

왜 김 과장이냐고요?

사람이 꼼꼼하더라고요. 다른 부원들은 이야기를 해줘도 까먹을 때가 많은데, 김 과장은 안 잊어버리고 때맞춰서 처리를 잘해요. 절 리마인드 시키기도 하고요. 저렇게 꼼꼼한 스타일은 큰일을 맡기는 데는 부족해도, 이런 건 잘 챙겨요.

 

부서원들 성향까지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맞게 쓰는 거, 이것도 제가 잘하는 거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 과장은 부장 허드렛일까지 다 하고도, 중요한 일은 맡지도 못하겠네요.

 

부장은 자신을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 잡일을 김 과장에게 넘기는 거죠.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으로요.

 

사실 김 부장이 본인 스케줄러에 잘 기록만 했어도 김 과장을 수시로 괴롭힐 일은 없었을 텐데요. 기록하는 게 귀찮았겠죠. 자기는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자기는 중요한 일 몇 개만 머릿속에 잘 넣어두면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김 부장은 원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김 부장이 그리는 자아상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실제 자기 모습보다 크게 그리고 그 상에 맞추기 위해 주변을 이용합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 그러니, 이런 하찮은 건 네가 해야지.'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 그러니, 아무 때나 연락해도 돼. 네가 잠을 자고 있던, 쉬고 있건, 업무 시간이 아니든 간에‘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성취 및 인정 욕구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같은 실패도 더 크게 받아들이고 남 탓을 합니다. 자기는 오점이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요. 만만한 사람을 '희생양' 삼기 쉽습니다. 김 부장은 누굴 희생양 삼을까요? 실수인 것처럼 김 부장의 카톡 지시를 가끔 놓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매번 성실하게 카톡 지시에 응하는 김 과장일까요?

 

그러니, 다른 부원들처럼, 일부러 부장의 카톡을 받고도, 그걸 일일이 다 맞춰서 해주지 않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나르시시스트는 통제 욕구가 강합니다. 김 과장은 입사 초기라, 더군다나 부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겁니다. 김 부장은 그 지점을 잘 파고든 거죠. 끊임없는 카톡으로, 상대방을 지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잔소리를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으로 보기도 합니다.22)

 

김 부장은 왜 자꾸 카톡을 보내는 걸까요? 김 부장이 일을 놓칠까 봐 그랬다면,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사람보다 컸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완벽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놓칠까 불안한 거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내면은 겁이 많고 불안한 사람입니다.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제언]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 on the wall effect)'라는 심리학적으로 유용한 틀이 있습니다. ' 벽에 붙은 파리'처럼 자신의 감정, 행동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오즈렘 에이덕(Ozlem Ayduk)과 미시간 대학의 이선 크로스(Ethan Kross)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이런 1인칭과 3인칭의 시점에서 자신의 과거 실패를 재경험하게 한 후, 이들이 어떤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는지를 조사했습니다.

 

1인칭의 시점에서 실패를 재경험한 사람들은 혈압과 심박 수가 높아지며 과거와 같은 불쾌한 감각을 느꼈지만 3인칭 시점에서 자신을 바라본 실험참가자들은 이런 부정적인 기분에 빠지지 않았고, 과거 경험으로부터 긍정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인칭의 시점에서 사안을 본다면 김 부장의 행태와 부서원들의 반응 그리고 자신이 부장에게 맞춰주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김 과장이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면 더 문제입니다.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가장 정직한 사람들, 가장 양심적이고 의식 있는 사람들이 가장 조종하기 쉬운 사람들일 수도 있다.”23)고 말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씌우기도 좋습니다. 남 탓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양심적이어서 죄책감을 쉽게 느끼기에, 자기가 관여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자기 잘못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이 카톡으로 지시한 걸 깜빡하고 있어서 김 과장이 리마인드를 시켰습니다. 김 부장은 지나가는 말로, 지금 바쁘니, 김 과장이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마감 시한이 얼마 안 남아 초조했던 김 과장이 대신 일을 처리했는데, 아뿔싸! 전후 사정을 모르고 관례대로 처리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김 부장은 김 과장이 자기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보고를 합니다. 김 부장이 김 과장에게 지시했다는 근거는 없지요. 하필이면 그건 카톡으로 한 게 아니었거든요.

 

이렇게 김 부장은 자기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던 일을 김 과장에게 넘긴 겁니다. 안타까운 건, 김 과장님 본인만 김 부장 카톡에 일일이 반응하고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다른 부원들 눈에는 '아부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 편이다 싶을 때, 슬그머니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 물어보시던가, 다들 부장 카톡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김 부장님 맞춤형 솔루션은 Chapter 3 > 4. 김 부장님, 이렇게 한 번 해볼까요?로 이어집니다.

 

22)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지은이 김혜남
23)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지은이 크리스텔 프티콜랭, p.71

 

 

 

필자 ㅣ이세정 

필자 약력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 브런치: https://brunch.co.kr/@viva-la-vida
- 출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인사노무사례 100개면 되겠니?> (공저)

 

‘오피스 테라피’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 [오피스 테라피] 부장님 박사학위 논문은 본인이 쓰세요.
> [오피스 테라피] 이건 네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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