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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논술] 새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

잡코리아 2017-06-01 15:03 조회수864




새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


주나라 문왕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강태공은 병법서 『육도삼략』에서 말한다. “임금이 어리석으면 나라가 위태롭고 백성이 어지러우며 임금이 어질면 나라가 편안하고 백성이 잘 다스려지니 나라의 화복(禍福: 길함과 흉함)은 천시(天時: 하늘의 도움이 있는 시기)가 아니라 군주에게 있다.” 오늘날 많은 국가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지도자의 중요성은 줄지 않았다. 정치적 의사 결정이 집행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그에 따라 파급력이 미치는 영역은 광범위해졌다. 특히 상명 하복의 군대 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따라 국가의 대소사가 결정되는 일이 잦다. 조선 시대에는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충언하는 선비가 적지 않았다.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개혁을 추진하라고 임금을 들볶다가 미움을 사는 바람에 명을 재촉했다.

 

‘노(No)’라고 하지 못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한국 대통령의 권한은 조선 시대 임금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파면 사태는 어리석은 지도자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예견됐던 것일 수 있다. 국정 운영 과정에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작동했더라면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역대 대통령의 말로는 예외 없이 비참했다. 이승만은 망명을 떠나 타지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전두환·노태우는 퇴임 후 감옥에 갔다. 김대중, 김영삼, 이명박은 가족의 비리로 민심을 잃었고 노무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에 지도자 복이 없는 것인지, 제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인지, 혹은 둘 모두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 5월 9일 장미 대선을 희희낙락 축제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차기 대통령은 대선 승리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앉게 될 터이다. 나라 안팎을 둘러싼 미증유(未曾有: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음)의 위기 상황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가동하기 빠듯한 일정에서 드러날 준비 부족을 감안한다면, 그 누가 19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정권 초기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복잡한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 행동이 없다면 전임 대통령처럼 엄혹한 현실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보다는 대통령이 무슨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국정 과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며 성공한 대통령의 선례를 남기고, 앞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배출될 수 있도록 민주적 토대를 다지는 것이 차기 정부의 역할이다.


※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
다모클레스의 칼이란 권력을 지닌 자에게는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과 위험성이 생긴다는 의미의 서양 격언으로 다음과 같은 신화에서 유래한다. 다모클레스는 BC 4C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 2세의 신하로서 왕의 권력을 부러워했다. 디오니시우스 2세는 다모클레스의 아첨에 배반의 기운이 있음을 간파하고 어느 날 그를 연회에 초대해 왕좌에 앉게 하고는 천장을 가리켰다. 자리 위에는 칼 한 자루가 말총 한 줄기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겁에 질린 다모클레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날 아래에 앉는 것처럼 권력은 위태롭다는 것을 가르쳐주려는 왕의 의도였다.


이슈의 논점


이념 갈등 해소·국민 통합 새 대통령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 갈등은 탄핵 정국에서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로 더욱 골이 깊게 파였다. 헌법을 부정하고 폭력을 일삼는 일부 세력이 보수 이념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나, 특수한 시국 상황으로 얼떨결에 반사이익을 누린 정치 세력에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새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세력까지 포용하며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이 나라를 미래로 이끌어갈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與小野大)국회와 마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이 속한 정치 파벌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다른 이념을 가진 집단과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간단한 법안 하나 통과가 어려울 것이다. 망하는 국가는 반드시 스스로 망할 짓을 한 뒤 외국이 망하게 한다. 국론이 흩어지고 분열하면 주변 국가들이 무시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한다.  좌익과 우익이 갈려 혈전을 벌이다가 분단국가의 멍에를 남긴 해방 정국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든 취소든 원칙을 정해 국민이 똘똘 뭉쳐 대항했다면 중국의 치졸한 경제 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념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통합을 이루는 것은 종교 갈등을 해소하기만큼 어렵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이자 사실상 여당 대표 권한까지 행사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단 없이 이러한 난제를 극복할 수 없다. 세종대왕은 공법(貢法: 토지에 대한 세금 제도)을 입법하기에 앞서 반대하는 신하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려 15년 이상 논의를 거치지 않았는가.  


부정부패·적폐 청산


갈등 해소와 통합이 부정 부패한 세력에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군사 독재 정권부터 이어져온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인 폐단)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다. ‘한국 1등 기업’ 삼성이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도록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지 못한 것만 보아도 그러하다. 정직하면 손해이며 실력보다는 연줄이 우선이라는 냉소가 가득한 사회, 존경할 리더와 멘토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나 신뢰감과 같은 긍정적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는 국가 브랜드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새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으로 점철된 부당한 기득권의 카르텔(cartel: 독점적인 결합)을 해체하고 투명한 사회와 공정한 원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물론 적폐 청산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구호로 들린다는 일각의 우려가 없지 않다. 개혁은 타당하고 상식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민주적 과정이 돼야 한다. 공정한 원칙과 기준 없이 처음부터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칼끝을 겨누는 것은 개혁이란 미사여구로 포장한 독재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웠던 적폐 청산과 비정상의 정상화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들을 찍어내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데 악용됐다는 점을 잊지 말자.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특권을 없애는 것이 적폐 청산이라면 기득권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걷어내는 게 그 첫걸음이다. 협치부터 대연정과 개헌에 이르기까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도려낼 방법은 이제껏 수없이 논의됐다. 단지 이를 실천할 대통령의 의지가 부족했을 뿐이다. 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대폭 줄이거나 내치(內治)의 전권을 총리에게 이양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왕적 권력을 분산할 방법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 

 

경제 위기 극복·산업 구조 혁신


새로운 대통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엄혹한 경제 상황과 직면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2월 청년실업률(12.3%)은 1999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박근혜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추락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과거 IMF위기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준비 안 된 금융 개방이 초래한 사고였다면 현재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나타난 조로(早老: 나이에 비해 빨리 늙음) 현상이라는 점에서 회복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새 대통령은 허황된 경제 수치 목표보다는 한국 경제의 새 판을 짤 구체적 거대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등 토목 공사로,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경기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그 한계가 뚜렷했다. 세금을 당겨쓰는 단기부양책에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으며 대기업 수출이 증가해도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구 정체로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하면서 조선·해운·건설·자동차 등 주력 수출 업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새 대통령은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안정적인 소프트랜딩(softlanding: 경기 성장세가 꺾이지만 급격한 둔화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을 유도하고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본과 노동 투입으로 선진국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2등 전략’에서 벗어나 민첩한 혁신 국가로 거듭나야 할 때다.

 

지금까지의 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고수해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글, 페이스북처럼 창조적 파괴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에서 출발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고, 핵심 인력을 가로채며,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환경에서 경제 혁신이 가능할 리 없다. 새 대통령은 한국 경제 성장의 신형 엔진을 켜기 위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분배의 정의를 세우고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외교·안보 정상화


경제가 먹는 문제라면 외교·안보는 생존의 문제다.  북한은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제재만으로 해결할 수 없겠지만 ‘비이성적인’ 김정은과 당장 대화하자고 나설 수도 없을 노릇이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북한 김정은을 ‘미친 뚱보 아이’라고 부르며 언제든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태세다. 이러한 긴장을 해소하기는커녕 한국은 외교참사로 불릴 만큼 주변국들과 관계가 엉망진창이다. 사드배치 논란으로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설득하려는 외교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사라졌다. 중국의 롯데마트 폐쇄, 한국 관광 금지와 같은 보복 조치도 심각하지만, 상호 불신은 양국의 미래를 고려할 때 우려스럽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억달러가 넘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지적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을 압박하려 한다. 미국이 중국과 함께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반미 여론을 부추겨 주한 미군 철수로 가시화될 수 있다. 위안부 합의 논란에 영토, 역사 문제가 겹쳐 있는 한·일 관계도 더는 나빠질 것이 없을 정도로 최악이다.

 

새 대통령은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일관된 원칙으로 외교를 복원하고 안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에 우리의 확고한 원칙을 전달하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길에 이념이란 표지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료제공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ㅣ 박정환 에디터 jung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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