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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테라피] 부장님 박사학위 논문은 본인이 쓰세요.

잡코리아 2023-01-02 09:00 조회수2,952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부장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맥주나 한잔 하자며 김 과장을 불렀다. 김 과장은 다음 달에는 승진 인사 발표도 있고 그간 실적이 괜찮아,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승진한다고 귀띔을 주려는 건가?’ 분위기는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장이 갑자기 석사학위 논문을 못 내서 ‘수료’가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김 과장, 김 과장이 나 좀 도와줄 수 있나? 전공도 비슷하고 말이야. 보고서도 잘 쓰잖아. 실력이 워낙 출중하지 않나. 다들 진급하려면, 하다못해 부장 명줄이라도 길게 가져가려면, 뭐라도 하나 있는 게 낫지 않겠어? 나 좀 도와주게. 내가 주제랑 목차는 잡아놨어.“

 

[김 과장의 입장]

눈 딱 감고 도와드려야 하나 싶어요. 곧 있으면 승진 인사 발표가 있을 텐데, 차장으로 승진하면 직급 수당이 붙거든요. 시내 왕복 교통비도 20만 원이나 올라요.

 

여태까지 진급에서 누락된 적은 없었어요. 대게는 과장까지는 동기들끼리 비슷하게 다 올라가잖아요. 차장부터는 다르죠. 여기서 부터가 진검 승부니까요. 혹시나 누락하게 된다면, 한번은 모를까? 찍혀서 만년 과장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누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갑갑해져 왔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너무 괴로워요.

 

그냥 한번 해주고 말아? 논문은 한번 쓰면 그만일 거 아니에요. 왜 하필이면 나인지. 그간 진급 한번 해보겠다고 부장님 말이라면 무조건 “yes”였던 자신이 싫어집니다.

 

[부장의 입장]

김 과장, 석사학위 소지자 우대로 입사했어요. 보고서를 워낙 짜임새 있게 쓰기도 하고 속도도 빠르죠. 솔직히 김 과장한테는 논문 한 편 쓰는 게 힘든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좀 도와 달라고 했죠. 저도 김 과장 보고서도 많이 고쳐주고 그래요.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아닙니까.

 

제가 D상고 출신입니다. 아시죠? 쟁쟁한 선후배들이 많아요. 저희 때는 꼭 대학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걸 어쩌겠어요. 회사 다니면서 대학 졸업장을 땄죠. 부모 학력 란에 고졸보다는 대졸이 낫지 않겠어요?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석사까지 하게 됐어요. 우리 회사는 석사, 박사학위가 있으면 우대하는 분위기거든요.

 

전 김 과장이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대답을 시원하게 못 하지 않겠어요? 속으로 좀 실망이 컸어요. 저희 때는 부하직원이 집을 사면, 부서원들이 휴지, 세제 등을 사 들고 가서 인사하고, 부장 집에 초상이 나면 직원들이 발인할 때까지 조문객들 밥도 챙기고 그랬거든요.

 

부장님은 아직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고졸이라는 자격지심도 있어 보여요.

공부를 잘해서 D상고에 갔지만, 시대가 변해서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옛날 사람들 뿐입니다.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일까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자존감, 나르시시즘과 공격성(부제 : 폭력성은 낮은 자존감 때문인가? 또는 자만심을 위협했기 때문인가?) 연구에 따르면18), 자존감의 높고 낮음은 공격성과 관련성이 낮으며, 나르시시즘과 불안정한 자존감이 공격성을 예측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르시시즘은 개인적인 우월성을 가진 웅대한 자기 이미지, 낮은 공감능력, 자신의 위대함에 대한 환상, 평범한 사람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 등으로 정의됩니다.19)

이러한 성격적 특성이 공격성과 폭력과 연결됩니다. 특히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논쟁을 제기할 때 그렇습니다. 나르시시즘은 자존감이 높지만 불안정한 사람들입니다.

 

부장님은 나르시시스트까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공부를 잘했던 자신의 이미지가, ‘학력’으로 인해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불안정한 자존감을 가진 것이겠죠. 석사를 따서 극복하려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 하지 않았다면 진정으로 극복한 게 아닙니다.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제언]

부장님은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하는데, 석사학위 논문을 대필하는 게 별일이 아닌 걸까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공공분야 갑질 사례집20)에 따르면 수집된 갑질 사례 131건 중 가장 빈번한 갑질 유형은 비인격적 대우(39.5%, 90건)이고 다음으로는 사적 이익 요구(22.4%, 51건)로 전체의 61.9%를 차지합니다.

사적 이익 요구 건으로 접수된 사례 중에는 선임직원이 무기계약직 직원에게 보고서를 대신 작성하게 시킨 사례,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자신이 들어야 하는 사이버 교육을 대신 수강토록 지시한 사례, 교수가 지도하는 대학원생에게 자신이 해야 하는 수업을 대신에 하게하고, 학회행사와 용역 수주를 위해 학생들을 동원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논문을 대필하는 행위는 논문을 심사하는 기관의 업무 또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21)는 “일반적으로 석사학위 논문 정도의 학술적 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논문작성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외국서적의 번역이나 자료의 통계처리 등 단순하고 기술적인 조력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작성자로서는 학위논문의 작성을 통하여 논문의 체제나 분류방법 등 논문 작성방법을 배우고, 지도교수가 중점적으로 지도하여 정립한 논문의 틀에 따라 필요한 문헌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정리한 다음 이를 논문의 내용으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논문작성자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논문의 제목, 주제, 목차 등을 직접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개선 가능한 꼰대인 부장님이 김 과장에게 보내는 사과는 Chapter 3 > 1. 사과는 어떻게 해야할까요?로 이어집니다.

 

18) Baumeister, R. F., Bushman, B. J., & Campbell, W. K. (2000). Self-esteem, narcissism, and aggression: Does violence result from low self-esteem or from threatened egotism?.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p.28~p.29
19) 동 논문,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1994, 재인용
20) 공공분야 갑질사례집(2020.08) 수집된 갑질 사례 분석
21) ‘업무방해’ 대법원 1996. 7. 30. 선고 94도2708 판결

 

 

 

필자 ㅣ이세정 

필자 약력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 브런치: https://brunch.co.kr/@viva-la-vida
- 출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인사노무사례 100개면 되겠니?> (공저)

 

‘오피스 테라피’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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