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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시사] 한국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운동

잡코리아 2020-07-13 00:00 조회수6,076

| 주식시장에 난데없이 소환된 동학농민운동

 

 


1894년 외세 침탈로 조선의 명운이 꺼져갈 즈음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봉기(蜂起: 벌떼처럼 떼를 지어 세차게 일어남)했으니 이것이 바로 동학농민운동이다. 죽창과 낫을 들고 풍진 세상을 바꿔 억센 팔자를 고쳐보려던 백성들의 절규는 제국주의 일본군이 갈겨댄 미제 개틀링 기관총의 굉음 속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코로나19 공포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치우고 주가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일명 개미)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외세와 개인의 대립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서 글로벌 악재가 있을 때마다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를 두고 ‘외국인들의 ATM(Automated Teller’s Machine·현금자동입출금기)’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오곤 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돈을 쓸어 담을 때 개미들은 ‘상투만 잡았다(주식 시세가 가장 비쌀 때 사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고 땅을 쳤다.


 



| 동학개미운동의 서막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주식을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많아졌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 결국 제자리를 찾은 경험을 통해 학습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5월 4일 하루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무려 1조70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2017년 비트코인 버블 당시 ‘묻지마 투자’ 광풍과는 다른 양상이다. 동학개미운동을 이끄는 주린이들은 기업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을 논하고 투자 정보의 옥석을 가리며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한다.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는 코로나19로 과도하게 폭락한 우량주를 저가에 사서 적금 붓듯 장기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었다.

똑똑한 개미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한국 증시(증권시장)의 ‘하방 지지력(하락을 막는 힘)’은 몰라보게 강해졌다. 국내 주가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오로지 외국인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오랜 공식이 깨진 것이다.


 



| 1차전에 승리한 동학개미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1월 22일 2267.25를 고점으로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고 3월 중 1400대까지 무너졌다. 이후 약 두 달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약 20조원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개인 투자자들이 약 20조원어치를 사들이며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그대로 메웠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을 중심으로 4월에 기록적인 반등이 나왔다.

“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라나(Sell in May and go away)”는 증권가의 격언도 개미 부대의 진군 앞에 무색해졌다. 이 격언은 연초 주가 상승 기대감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다가, 5월에는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며 약세로 돌아선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5월 들어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3조원가량 ‘팔자’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4조원 이상 ‘사자’로 떠받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결국 동학개미들은 1차전에서 외국인에게 승리했다. 주가지수가 바닥을 찍은 3월 19일부터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지수가 2000대를 회복한 5월 20일경에 판 동학개미는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 기간에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700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16%가 올랐고 현대차, SK하이닉스 등도 20~45%씩 올랐다. 은행예금금리가 연간 2%도 안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두어 달 만에 엄청난 수익을 누린 것이다.


 



| 2차전, 3차전에서도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까

 

 


동학농민운동은 1차 봉기 때 고부군청을 점령하는 개가를 올렸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V자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천하의 워런 버핏도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골드만삭스 지분을 대량 매입했지만 이번에는 은행주와 항공주를 대량 손절(주가 하락 때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서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는 것)했다.

동학개미들이 앞으로 승승장구할지, 눈물을 쏟을지는 알 수 없으나 개미들의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한국주식시장이 재평가될 것임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월 기준 40조원에 육박했다. 개미들이 아직도 매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돼 투자자들이 낮은 은행 금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는다.

각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돈을 풀어 유동성도 풍부하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개인들의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 비중이 30~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20%가량에 불과하고 자산 구성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이어지고, 자산 배분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갈수록 국내 증시의 양적·질적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동학개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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