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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차] 금주의 ISSUE & 논술 part.2

잡코리아 2017-12-22 14:09 조회수1,579


미술품 대작 관행 논란

 

“행위보다 아이디어가 중요”- “대중을 기만한 도의적 문제”
[ 이슈의 배경 ]

유명 가수이자 화가 활동을 하고 있는 조영남(사진)씨가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 화가 송기창 화백이 2009년부터 8년간 조 씨의 그림 300여 점을 대신 그렸고, 해당 작품이 고가에 판매됐다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송 화백은 대작의 대가로 조 씨로 부터 한 점에 10만원 안팎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일자 조 씨는 몇 년 전부터 조수 몇 명을 둔 것은 맞지만 아이디어는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며 조수를 쓰는 건 오래된 미술계 관행이라고 대응했다.

이에 개념미술(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현대미술 경향)과 팝아트(현대 산업 사회의 특징인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한 미술 사조)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두둔하는 의견과, 순수 창작물을 기대한 대중을 기만한 도의적인 문제라는 반론이 대립했다.

조 씨는 주로 화투(고스톱)패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고, 독특한 화풍과 색감이 시선을 끌며 그림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조 씨는 방송에서도 공공연하게 자신의 그림이 2000만원을 호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대작 그림을 산 구매자들이 100% 조영남의 그림으로 알고 구매해 피해를 봤다면 사기죄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림을 그린 송 화백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본다면 조 씨가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판매한 행위에 사기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1992년 ‘아메리카 고딕’이라는 중세시대 인물화를 놓고 벌어진 저작권 분쟁에서 재판부가 의뢰인이 아닌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한 미국 판례를 토대로 이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조 씨의 사례가 미술계 관행으로 용인되는 조수의 개념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보고 조 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조씨의 대작 작품이 몇 점인지, 얼마나 판매했는지, 판매 액수는 얼마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사기 사건으로 파악했지만 미술계 안팎에서는 상당한 시각차로 설전이 이어졌다.



[ 이슈의 논점 ]

“행위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현대미술 오해 안될 말”
대작 논란이 불거지자 조영남 씨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가수로서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화가 행세를 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조 씨를 사기범으로 단정하기 전에 현대미술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SNS를 통해 “현대예술에선 콘셉트가 중요하다. 조영남이 콘셉트의 100%를 제공했다면 대작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의 말대로 유명 화가가 조수를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으로 알려졌다. 미술계 역시 조 씨가 제공한 콘셉트에 따라 송 화백이 제작을 맡은 것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미술에서는 붓 터치나 스킬보다 화풍과 콘셉트·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보조 작가를 고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

최근에는 같은 그림의 복제본이 많이 나오고 작품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명성이 얹어져 작품의 값이 매겨지기 때문에 누가 창작에 기여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조씨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 역시 송 화백의 붓 터치보다는 조 씨의 명성과 화투장 콘셉트의 독창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현대미술에서는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여러 사람이 관여하거나 심지어 작품의 개념만 제공하고 제작 전체를 의뢰해 작품을 공표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제작의 개념을 제공하고 제작을 의뢰한 사람, 즉 제작 의뢰인에게 작품에 대한 권리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가가 작업의 콘셉트를 제시하고 외부인이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최근에 등장한 게 아니다. 르네상스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나 바로크 화가 루벤스, 19C 조각가 로댕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했다. 현대미술에서는 1960년대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팩토리(factory)를 세워 공장에서 찍어내듯 작품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미술계의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검찰이 대작을 사기로 몰아가고 이에 편승한 여론이 미술계 전체를 사기꾼 집단처럼 매도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조 씨는 작품을 고가에 팔았음에도 송 화백에게 매우 적은 보수를 줬다는 점에서 노동력 착취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자신이 모두 제공했는지에 대한 규명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대작이라는 작업 방식이 그의 미술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관행이라고 용인 안 돼...대중 기만한 도의적 문제”
미술품 대작이 과연 윤리적인가. 대작을 했다면 어느 선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허용해야 하는가. 조영남 씨는 이번 대작 논란에 대해 미술계 관행이라고 변명했지만 관행이라고 해서 모두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작을 통한 공장식 작품 활동이 윤리적인지 미술계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현대미술에선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화폭에 창의성을 구현해내는 것도 화가의 능력이다. 조 씨가 화투를 콘셉트로 한 아이디어를 내고 마무리 작업을 했더라도 이것만으로 조 씨의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회화는 팝아트에서 활용하는 판화나 실크스크린 등과 달리 똑같은 콘셉트로 그림을 그리더라도 미세한 색감의 차이나 붓감, 터치로도 표현이 달라지므로 표현적인 요소가 더욱 중시된다.

같은 색이라도 미묘한 명도와 채도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작가가 조수를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경우는 전시를 앞두고 물리적 여유가 없거나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회화의 경우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는 ‘캠벨 수프’처럼 공장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찍어내는 산업사회에 대한 은유가 담긴 예외적 작업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한 사례를 다른 스케줄이 바빠서 대작을 활용하고 ‘미술 관행’을 운운하는 조 씨에게 대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 씨가 대작을 활용한 것은 유명인 자신이 썼다고 광고한 책에 대필업자가 따로 있었던 사건과 마찬가지로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받은 제자나 후배들이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해 조력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작은 허용될 수 없다.

현행 저작권법은 작품의 아이디어보다 실제 표현을 위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대작 작품은 온전한 창작물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 이번 사건이 대두되기 전까지 미술계에 대작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한 관행이 왜 타당한 것인지 대중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국민 대다수는 미술품 대작을 ‘불법행위’로 인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수가 그린 작품임을 밝히지 않고 전시 혹은 판매했다면 사기다’라는 의견이 73.8%로 집계된 반면 ‘미술계의 관행이므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은 13.7%에 불과했다.

미술계 스스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대중의 건전한 상식을 기만하는 도의적 문제에 눈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번 논란으로 촉발된 미술계의 대작 관행을 그대로 묵인한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 시장에서 대중들이 영영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쟁점
대작으로 완성된 그림을 어디까지 작가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기준은 불분명하다.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위작논란, 표절시비가 있었지만 대작사건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와 관련한 판례도 없다. 대작 옹호·반대론을 막론하고 다른 사람이 콘셉트를 정하고 그림까지 그린 작품을 자신의 창작물로 발표했다면 재산권 도용으로 봐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대작이 허용되는 범위는 개별 작품의 종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대작을 지시한 작가가 그림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지시하고 관여했느냐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게 대작 관행 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관건이다. 아울러 미술계에서 보조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함께하는 일이 관행이라면 이를 떳떳하게 공개해 공동 작업 방식을 공표하는 새로운 관행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공동 작업에 참여했는지를 밝히고 추급권 개념 등을 도입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면 대작이라는 이유로 그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누가 작품의 주인인지를 두고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작가 개인에 대한 매도나 옹호가 아닌 예술과 창작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더욱 활발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추급권 (追及權)
추급권은 저작권법의 일환으로 ‘권리의 목적물이 여러 번 옮겨져 누구에게 가 있더라도 이것을 추급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미술계에서 추급권은 판매된 그림의 가격이 추후 올랐을 경우 그 차익 중 일부를 원작자에게 보장 해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미술품의 추급권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에서 만약 송기창 화백의 추급권을 인정한다면, 송 화백이 그린 그림을 10만원에 구입한 조 씨가 제3자에게 1000만원에 작품을 판 경우 발생한 차익 990만원의 일부를 송 화백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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