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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시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

잡코리아 2018-10-17 10:37 조회수6,089

 


2057년 국민연금 고갈

대다수 국민에게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 수단의 마지막 보루다. 노후에 더 많이 되돌려준다고 하지만 매달 소득에서 적잖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떼이는 게 달가울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덜 받으라고 한다면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국민연금은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지점에 몰렸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으로 받아야 할 사람은 많아지고 낼 사람은 줄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1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관련 위원회로부터 얻은 자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예상보다 3년 빠른 2057년 바닥난다. 국민연금이 현행 보험료율(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의 비율·2018년 45%→2028년부터 40%)을 유지할 때 2057년 기금이 소진되고 124조원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분노한 민심...‘국민연금 폐지론’ 등장

2030세대는 자신들이 국민연금을 수급할 시기인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작년에 7.26%로 비교적 양호했던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올해 5월까지 0.49%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불을 질렀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폐지하고 낸 돈을 돌려달라”는 항의 글이 1000건 이상 올라왔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하기 위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국민연금법에 명문화하라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정부는 해외 과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에 국가의 지급 의무를 명문화하면 국부펀드 지위가 흔들려 해외 투자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바닥나도 지급 중단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는 결국 국민연금 지급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걷은 세금을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노동자 중에서도 정규직 등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노후소득 보장-재정 안정화 논쟁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 빈곤과 기금 안정화 딜레마를 포함해 수급연령, 국가지급보장, 소득 재분배 기능, 공무원연금과의 차별, 세대 간 형평성 등 많은 쟁점이 뒤엉킨 난제(難題: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앞서 공청회에서 정부는 두 가지 개선안(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2028년까지 40%로 낮추도록 돼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 목표치를 45%로 조정해 노후소득 보장성을 강화하는 대신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당장 2%p 인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개선안(나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높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10년에 걸쳐 보험료율을 13.5%까지 인상하고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늘리는 내용이다.

가안과 나안에는 국민연금의 최대 쟁점인 ‘노후소득 보장론’과 ‘기금 안정화론’에 대한 고민이 각각 투영돼 있다. 일각에서는 턱없이 적어 ‘용돈연금’이라고 비판받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실질적인 노후를 보장해주는 것이 국민연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강조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보험료율을 13%대 수준으로 높이고, 기초연금 등 다층적인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 절실

국민 대부분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민연금 문제를 사회적 갈등 없이 풀기란 어렵다. 정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조정해나가야 한다.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단계를 겪은 대부분의 선진국도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겪었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개혁안을 도출했다.

영국 정부는 심각한 노후 빈곤과 연금 재정 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독립 기관인 연금위원회를 꾸려 지속적 합의를 거쳐 국민연금 제도를 대수술했다. 2007년 완성된 개혁안은 정권이 교체돼도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

나아가 국민연금관리공단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개혁의 추동력은 생기지 않는다. 2015년 1388억원의 손해를 예상하고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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