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같이 순수하고 사탕처럼 달콤하다. 이것이 지칭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커피' 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는 일상과 함께하는 음료가 되었는데요. 그래서 더욱 각광 받는 직업이 바로 '바리스타' 입니다. 첫맛은 좀 씁쓸한듯 하지만 마실수록 매력이 넘치는 커피, 그 커피와 같은 매력적인 직업 '바리스타'의 세계에 대해 알아볼까요?
헤어날 수 없는 달콤한 유혹김미경 한국바리스타협회 연구원 경성대 프랑스지역학 02커피가 좋았다. 시험기간에 잠을 깨려고 마신 커피 한 두 잔이 버릇이 돼 하루 5,6잔은 기본으로 마셨고, 프림의 성분이 혈관에 쌓여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병원을 찾은 무서운 일도 있었다. 그래도 커피를 끊을 수 없어서 인스턴트커피를 줄이고 원두커피로 방향을 바꾸면서까지 계속 커피를 마셨다. 운명이었을까. 현재 그녀는 바리스타가 돼 있다.
무작정 시작한 일에서 발견한 꿈김미경씨는 3학년이 되자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단지 프랑스어가 좋아 선택한 ‘프랑스지역학’이라는 전공도 자신에게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
“휴학을 결정하고 어릴 적 꿈이었던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제 길이 아니었죠. 막연한 꿈을 안고 시작해서인지 힘들다는 이유로 금세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4학년 여름방학 무렵, 고민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미경씨는 아무 계획 없이 경기도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마침 커피회사에 다니는 형부가 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를 추천해 무작정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원래 커피를 좋아했던 터라 커피 만드는 일에 재미가 붙었고, 어느새 점장 대리 매니저 일까지 하게됐다. 그때 미경씨는 커피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담당 교수님으로부 모 은행 취업 추천이 들어왔지만, 이미 커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미경씨의 마음을 돌리 수는 없었다. 좋은 일자리를 마다한다는 교수님의 역정을 뒤로 한 채, 미경씨는 서울에 남아 커피 공부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2위사실 미경씨가 처음부터 ‘바리스타’라는 타이틀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커피를 배웠을 때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매뉴얼대로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어떻게 하면 더 향긋한,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을까 욕심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생각 끝에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과 겨루며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기로 마음먹었다. “1년쯤 지나니깐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리스타자격증은 한국바리스타협회 대회를 나가야 딸 수 있어서 참가 신청을 했죠.”
대회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수련한 것을 정리하고 선배 바리스타로부터 몇 주간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우연히 다가 온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운명이었는지, 미경씨는 커피 맛과 제조 방법에 대한 꼼꼼한 심사를 뚫고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2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얼마 후 한국바리스타협회로부터 연구원으로 와 달라는 ‘러브콜’까지 받았다.
현재 그녀는 한국바리스타협회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8~9시간 서서 강의를 해야 하는 고된 업무지만, 제자들이 깍듯하게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성적 받았어요’라고 말하면 모든 피곤이 사라지고 이 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너 바리스타를 향해바리스타라는 직업의 특성상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아직 바리스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50대 남성분들은 ‘언니, 커피 좀 가져와봐’ ‘여기 배달 안 돼?’ 하시면서 다방 아가씨처럼 대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남몰래 운 적도 많죠.” 그 때문에 처음에는 커피 관련 일을 소개해 준 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작은 난관 하나가 꿈보다 소중하진 않기 때문이다.
모든 요리사들의 꿈이 오너 셰프(owner chef)가 되는 것이듯, 미경씨도 오너 바리스타 (owner barista)가 꿈이라고 한다. “저와 제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행복한 커피를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겁니다.”
흔히들 커피를 ‘악마의 유혹’이라고 부른다. 미경씨에게 바리스타라는 일은 고뇌와 희열의 시간을 순차적으로 가져다 준, 또 하나의 달콤한 유혹이었다.
출처 : 대학내일
하주향 학생리포터 사진 박찬수 학생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