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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인터뷰 > 시각디자인

한글을 지키고 글꼴을 짓는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 디자이너

타이포 랩 2015.06.30. 조회수 10,106 댓글수2 Tag #산돌커뮤니케이션 #타이포랩

우리나라의 한글 디자인 역사는 고작 30년 남짓. 짧은 시간만큼 한글 글꼴에 대한 소비인식은 부족하고 디자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도 길고 정교한 창작과정을 이겨내며 한글을 지켜온 디자이너가 있다. 한글 고유의 미감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는 그는 20년 차 폰트디자이너 권경석 이사다. 순박한 인상 뒤에 숨겨진 냉철함이 그가 만든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서체와 닮아 있다. 오늘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폰트디자인 역사와 한글 글꼴의 소중함을 알아보자.

 

 



 

 

우연히 찾아온 운명, 폰트디자이너!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년차 폰트디자이너 권경석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자사 폰트와 삼성, 현대카드, NHN 나눔고딕 등의 기업서체를 만들었고, 지금은 산돌의 NEO시리즈 디렉팅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폰트디자이너뿐 아니라 디자인 업계에 꿈을 키우고 있는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폰트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광고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대세가 그렇기도 해서 그 시류에 맞게 컴퓨터 그래픽을 하다 광고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죠. 그래서 여러 광고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연히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하는 <한글 글꼴 공모전>을 발견했어요. 그때 참여하진 않았지만, 직무에 대해 인식의 전환을 가진 계기가 됐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폰트에 대한 관심과 재주를 직무적으로 연결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폰트디자인 회사에 인턴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접하니 천직처럼 잘 맞은 거죠. 그 후, 과감히 광고를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폰트의 세계에 진입하게 되었어요.

 

폰트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화가가 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폰트디자이너가 될 줄은 몰랐어요. 글을 개발새발 썼거든요(웃음). 하지만 정식으로 쓸 때는 잘 썼어요. 군에서도 차트병을 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소양은 갖추어져 있었던 거죠.  



서체의 수명, 디자이너의 땀과 고뇌와 비례해∙∙∙



폰트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요리사에게는 ‘절대미각’, 가수에게는 ‘절대음감’이 중요한 것처럼 폰트디자이너에게는 ‘절대조형감각’이 중요해요. 폰트디자인은 10,000자의 글자가 서로 톱니바퀴와 같은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단지 상상만으로 그런 부분을 채우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거든요.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뛰어난 조형감각이에요. 물론 이런 감각은 길러질 수 있으니, 조형감각이 부족하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요.

 

폰트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폰트디자이너의 일은 두 가지 단계로 나뉘어져요. 첫 번째 단계는 ‘기획’이에요. 일반적으로 디자인 기획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노가다’예요. 이 과정은 창의적이면서도 냉철한 감각으로 작업해야 해요. 창조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이어야 하며, 조형감각으로 다양한 조합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해야 하죠. 아까 말한 ‘조형감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 과정을 디자이너들이 가장 힘들어하기 때문이죠. 조형감각이 있으면, 이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노가다’ 과정은 3개월 정도 계속해야 해요. 까맣고 하얗고가 반복되는 거죠. 힘든 과정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폰트는 반영구적으로 사랑받아요.

 

새로운 폰트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용도가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그리고 나서, 이 폰트를 디자인하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브랜드를 잘 살릴 수 있는 모양인지, 눈에 잘 띄는지, 개성이 있는지를 따져요. 가장 마지막에 이 폰트가 아름다운지를 봐요. 아름다움이라는 부분이 가장 어렵고 막연한 부분이지만, 아름답지 않으면 오래 사용되는 폰트가 될 수 없어요. 아름다움은 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용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라 이 기업에서는 이게 아름다운 것이고, 저 기업에서는 저게 아름다운 것이 되곤 해요.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디자인도 있고요. 이런 부분을 고려한 아름다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폰트디자인을 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생활 곳곳에서 영감을 받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서점에 많이 갔고, 거기서 영감을 받았어요. 글이라는 걸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책이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대부분 표지를 레터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폰트가 많고 사용하기도 편리해 기존에 있는 것들을 사용하죠. 그래서 서점에 가면 제가 만든 폰트를 사용한 책이 많기 때문에 더 이상 영감을 받기 힘들어요(웃음). 요즘은 그냥 생활하면서, 생활 곳곳에서 영감을 받아요. ‘붐체’ 같은 경우도 물방울이 신문에서 떨어졌을 때 글자의 왜곡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크레용체’ 같은 경우도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거예요.  



한글을 지킨다는 사명이 아름다운 한글을 짓는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폰트디자인에 임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글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사명감은 모든 폰트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부분이에요. 폰트디자인 업계가 보수가 후한 편도 아니고, 일반 디자인과 다르게 하나를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명감 없이 임한다면 금세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또한 우리나라의 폰트의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에 사명감이 필요해요. ‘산돌’이 최초의 폰트 회사인데,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영어권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이죠. 그래서 우수한 한글을 아름답게 다듬고 이어가자는 사명을 가지고 임해야 해요.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임한다면 본인의 발전은 물론 한글의 발전도 이룰 수 있어요.

 

 


 

디자인한 폰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폰트는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폰트는 ‘NHN의 나눔고딕’이에요. 고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기도 했고, 큰 히트를 쳤기 때문이기도 해요. 또한 나눔고딕을 만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굴림을 가장 많이 사용했었어요. 하지만 굴림체는 ‘나루체’라고 해서 일본식 서체를 그대로 가져온 서체거든요. 그래서 한글 고유의 멋을 살리기에는 부족했죠. 그래서 한국식으로 미감을 바꾸고자 고딕을 선택했고, 리서치를 통해 보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폰트의 수요를 알게 됐어요. 고딕이 가진 딱딱한 이미지를 바꿔보자고 생각해 지금의 나눔고딕이 탄생한 거죠.

 

폰트는 한 번 만들고 나면 오래 사용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수정이나 보완을 하지는 않나요?

폰트는 생명이 있는 유기체예요. 계속해서 변화를 하죠. 특히나 유명한 서체들은 꾸준히 변화를 해오고 있어요. 몇 백 년이 지속된 서체들이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업데이트 되고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져요. 특히나 잘 만들어진 명품 서체들은 더욱 그렇죠. 현대카드 서체 역시, 만든 지 12년이 되었는데도 최근 모던버전이 나와 활용되고 있어요.  



폰트디자인! 혼자, 그리고 또 같이 하는 작업



산돌커뮤니케이션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층별로 조금 달라요. 처음 오는 사람들은 너무 조용해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떠들라고도 해보고 노래를 틀어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폰트 디자인의 특성상 만드는 디자이너마다 작업의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조용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폰트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의 경우, 극도로 집중해야 해서 장기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는 입장에서 조용히 근무하고 있어요.

 

그럼 폰트디자이너는 주로 혼자 일을 하나요?

그건 아니에요. 물론 혼자 작업하는 기간이 길긴 하지만, 하나의 폰트를 만들 때 업무량이 많고 역할도 다양하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 하기는 어려워요. 영문, 한자 등 전문 분야의 디자이너와 협업해야 하며, 디렉팅을 해주는 디자이너도 필요하죠. 또한 두꺼운 폰트와 얇은 폰트를 같이 만들 때, 혼자 작업하면 시간이 배로 걸리기 때문에 두 명의 디자이너가 동시에 작업해 작업시간을 단축하기도 해요.

 

산돌은 디자인 회사기 때문에 회사의 복지가 일반 기업과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어떤가요?

산돌은 과거에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기 이전부터 5일 근무제였어요. 지금은 ‘집중근무제’라고 해서 10시까지만 출근해서 일을 마치면, 5시에도 퇴근할 수 있어요. 시간을 자유롭고 계획적으로 쓸 수 있어서 집중근무를 마친 직원들은 체력 단련을 하거나 자기계발, 휴식 등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또한 직원들의 발전을 위해 디자인 학술 모임도 진행하고 있고요. 디자이너의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스스로 빛을 내고 있으면 기회는 찾아온다!



폰트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세요.

강의를 가면 늘 하는 조언 두 가지가 있어요. 우선 첫 번째는 ‘리스트를 만들어라’예요. 저 역시 리스트를 만들어서 산돌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본인이 가고 싶은 기업을 순서를 정해 리스트업하고, 나름대로 표시를 하면서 늘 지니고 있으면 도움이 돼요. 수시로 상기시킬 수도 있고, 기업의 변화사항에 대해 기록하며 체크할 수도 있죠. 두 번째는 ‘접속을 하라’예요. 리스트를 만들었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해요. 특히나 디자인을 꿈꾼다면 공채의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현직자에게 눈도장을 찍어 두는 것이 중요해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나야만, 결원이 생겨 채용하는 수시채용 시 합격할 확률이 높아져요. 아무래도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을 뽑게 되는 심리를 노리는 거죠.

 

디자인 업계의 취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요즘의 취업 트렌드는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지원자가 찾아가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이 찾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어느 자리에 있든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하고 있어야 해요. 꼭 원하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면, 기업이 찾아내 뽑는 것이죠. 물론 눈에 띄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기PR을 해야 해요.

 

아직 직무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20대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세요.

뻔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에요. 근데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게 잘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무조건 부딪혀봐야 해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요. 또한 지금 취업준비를 하는 시간을 헛되다 생각하며 염세주의에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에는 간극이 있어요. 그 간극을 잘 이용해 현재보다 더 성장하는 사람은 발전할 것이고, 간극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고 말아요. 그러니, 지금을 간극이라고 생각하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김은혜 good@jobkorea.co.kr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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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폰트 2015-07-03

    디자인 전공이라 폰트도 신경 많이 쓰곤 했었는데 폰트디자이너의 고생이 제게도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ㅠㅠㅠ 답글달기

  • 폰트꿈나무 2015-07-06

    폰트디자인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군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럽습니다!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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