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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되려면, 자신만의 스타일 찾아야

프리랜서 2015.06.09. 조회수 14,519 Tag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 #작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작업을 했느냐는 질문에, 최광렬 작가는 한 달에 3~4개쯤 하니까… 라고 입을 열더니, 이내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계산하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후, 1년에만 약 50개가 넘는 작업을 했다는 계산이 나오자, “와 이렇게 많이 한 줄 몰랐어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 대답을 통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했을 최작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은 창작이 아니라 진화라고 얘기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최광렬 작가를 옥인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행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6년 차 일러스트레이터 최광렬입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컨셉 전문 스튜디오에서 2년 반 정도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근무했고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전향해서 책과 음반, 아동용품 등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수 ‘허밍 어반 스테레오’ 앨범 디자인을 했고, <장사의 시대>,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난쟁이 피터>, <리츄얼>, <행복의 사회학> 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셨나요?

키즈 패션 매거진 ‘밀크 코리아’의 푸드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었어요. 맛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프리랜서는 하루 일과가 불규칙적일 것 같아요.

맞아요. 스케줄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죠. 그렇다고 항상 불규직적으로 작업하는 건 아니고요. 보통 아침 10시쯤 출근해서 어떤 컨셉의 그림을 그릴지를 고민한 후, 작업을 시작하죠. 야근은 밥 먹듯이 하는 편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늦은 시간일수록 작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게임 및 애니메이션에 관한 컨셉을 잡는 스튜디오였어요. 게임 컨셉에 맞는 그림도 그리고, 제 그림을 컨셉으로 한 게임 어플도 만드는 등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프리랜서로 활동한 이후의 장단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회사에 있을 때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었죠. 또 회사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배우고, 또 공유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그런데 작업한 그림들이 모두 회사의 결과물에 속하다 보니, 일을 일로써 하게 된다는 느낌이 강했죠. 개인적으로 프리랜서가 된 후 느끼는 단점은 없어요(웃음). 시간도 자유롭고, 제가 스스로 작업을 택해서 할 수 있으니까 열정도 더 강해지는 것 같고,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당연히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고요.


일러스트레이터는 주로 어떤 툴을 사용하나요? 또 툴을 잘 다룰 수 있는 요령도 함께 알려주세요.

작업하는 작품의 컨셉에 따라 다르지만,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주로 사용하고요. 페인터도 즐겨 써요. 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보통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포토샵과 일러스트 등의 프로그램은 독학하는 것보다 툴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 게 더 좋아요. 어느 정도 툴에 대한 감을 익힌 후에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본인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나의 작업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제가 손이 좀 빠른 편인데요. (웃음) 빠르면 하나의 작업을 하는 데 3~4시간이 걸려요. 주로 하는 출판 디자인이 르누아르나 모네가 그리는 작품처럼 계속 손을 대주는 작업이 아니기도 하고, 요즘은 도구들도 워낙 발달되어 있으니까요. 그래도 막힐 땐 한없이 막혀요. 진행 중인 작품이 애초의 컨셉과 어긋난다고 느껴질 때는 작업에 애를 먹는데요. 그럴 땐 그리던 걸 잠시 멈추고, 처음으로 돌아가 컨셉과 목표에 다시 집중해요. 속으로 컨셉을 계속 되뇌며 작업을 이어가는 거죠.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노하우가 있나요?

평소 선호하는 작가나 이번 작품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컨셉과 시안을 3~4개 정도 보여달라고 해요. 이러한 샘플을 보면, 어느 정도 공통점들이 발견되는데요. 저는 그 공통 코드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그림들을 찾아보고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줘요.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작품의 컨셉과 소위 말하는 ‘느낌’에 대한 사전 합의를 맺게 됩니다. 소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수록 클라이언트와 작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가까워지고,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져요.

 

출판 디자인을 주로 하고 계신데요. 작업하는 책을 모두 읽고 작업하나요?

솔직히 디자인 작업을 하는 모든 책을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하지만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작업을 하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편집자분에게 이 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는 편이에요. 아니면, 이 그림의 중점이 될 만한 내용이 있는 원고를 요청하고, 열심히 읽어보죠.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거나 일부를 읽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책들은 내용을 전부 읽고, 추가로 공부를 하기도 해요. 일러스트레이터는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림이 담겨야 하는 이유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으로 작업했던 <생각의 정거장>이라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순히 첫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때의 작업이 제 작품들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초심이자,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거든요. 이 작업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의 추천과 격려 덕분에 추후에 더 많은 작품활동을 할 기회를 얻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본인의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요?

사실 책들을 주로 작업하고 있지만, 허밍어반스테레오 앨범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살았던 게 인연이 되어 참여한 작품인데, 평소보다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과 앨범을 작업할 때,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책 표지가 대중의 기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작업이라면, 앨범은 뮤지션과 앨범 안에 수록된 곡들의 개성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은 사전에 편집자가 컨셉을 구체적으로 잡아주기도 하고 참고할 텍스트도 있어서 그려야 할 이미지 대상이 선명하죠. 이에 반해, 앨범은 사람마다 그 주관이 더욱 다양하니까 아무래도 더 어렵고, 정해진 답이 없는 느낌이 들어 좀 더 까다롭게 느껴지는 편이에요.

 


 

특히 맡고 싶은 일의 분야가 있나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 그려보지 않았던 소재에 대한 제안이나 독특한 시도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면, 작업하기 전부터 가슴이 뛰곤 하죠. 계속 같은 작업을 하면, 거기에 익숙해져서 능률이 저하되거든요. 독특한 제안이 많이 들어와서 작업의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혔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그럼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꺼려지는 의뢰도 있나요?

아무래도 컨셉이 부족한 의뢰가 좀 까다롭게 생각되죠. 막연하게 “예쁘게 해주세요.”, “잘 그려주세요.” 이런 의뢰가 들어오면, 정말 앞이 깜깜해져요. 사람마다 주관은 다르고, 이런 경우엔 십중팔구 재수정 요청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제가 처음에 클라이언트에게 명확한 컨셉을 요구하고, 또 다양한 시안들을 보여드리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람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창조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결국, 주변에서 본 모든 것들이 투영된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창조보다는 진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볼거리를 더 많이 찾고, 또 스크랩하는 편이에요. 구글이나 핀터레스트 등을 활용해서 이미지를 살펴보고,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되면 일단 모두 저장해놔요. 꼭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진, 낙서, 패션 같은 것들도 언젠가 작품에 활용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거든요.

 

작업할 때마다 되새기는 본인만의 철학이나 신념이 궁금합니다.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굳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만 이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살아가면서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죠. 편견을 가지면, 어딘가에 갇히거나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외에도 항상 관찰력을 가지고, 저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선명하게 각인시켜 놓거나,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스크랩해놓는 것. 그리고 이 소스들을 가지고 편견 없이 자유롭게 풀어놓으려고 하는 노력, 이것이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꼭 이루고 싶은 본인만의 꿈이 있나요?

개인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은데요. 특히, 동화책을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림뿐만 아니라 원고까지 제 손으로 써서 말이죠. 저는 팀 버튼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좋아하는데요. 제 안에 그 두 성향이 혼재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서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일단,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해요. 관련 업계를 꿈꾸는 분들도 워낙 많고, 이쪽 분야가 또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주는 분야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다 보면,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을 거예요. 덧붙이자면,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갇혀 함몰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어필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기회는 누군가에게 꼭 한 번 이상은 온다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을 최대한 많이 보여줌으로써 그 기회를 꼭 잡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러스트레이터의 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의 요구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녹여낼 줄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바로 이러한 점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개별적인 개성이자 능력이기도 하고요. 주변 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또 표현해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모든 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일 연구소의 공식 질문 드릴게요.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요?

자기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스스로에게도 만족감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림은 일단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좋고요.(웃음)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김선욱 good@jobkorea.co.kr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인턴 취재기자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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