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소비자에게 널리 인식시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동들을 말한다. 하나의 물건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어려운데, 수백 가지의 타사 제품을 유통하는 백화점의 마케터들은 오죽할까? AK플라자 마케팅전략팀의 이영범 대리를 만나 유통업 분야 마케팅 업무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다.
졸업과 동시에 신입공채로 입사하는 것이 최근 구직자들의 꿈이자 최대 희망사항이다. 선배로서 노하우를 공개한다면?
남들보다 진로를 빨리 결정한 점,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준비한 것이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학 때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영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하며 마케팅과 광고, 커뮤니케이션 관련 수업들을 주로 들었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과제가 있는 수업을 즐겨 들었고, 학교와 기업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에도 여러 번 참가했었다. 남들에 비해 특출한 스펙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목표를 향해 달려오면서 차곡차곡 쌓인 나의 노력과 열정들이 취업에 있어 큰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
직무에 대한 열의가 충만하더라도 그것이 취업으로 연결되기란 힘든 일 아닌가?
마케팅을 하고 싶어 그와 관련한 스펙도 쌓고 나름의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비록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탈락했더라도 좌절하기 보다는 그 회사가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경우도 7년 전 마케팅 직무로 취업을 준비할 당시 신입으로 마케팅 실무자를 뽑는 곳이 별로 없었다. 때문에 지원자간 경쟁이 무척 치열했고 나도 여러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이 늦어진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꾸준히 마케팅 직무로만 지원을 했고 결국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취업준비에 있어 명확한 목표를 가지되, 나를 알아주는 회사가 나타나리라는 믿음과 여유를 가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자기소개소서 작성에 대한 팁을 주자면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열정이 있는지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 작성하면 읽는 사람이 한결 재밌고 이해하기 쉽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서로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업이 속한 산업에 따라 마케터가 수행하는 일이 다를 것 같다. 유통기업에서의 마케터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나?
유통기업은 스스로 재화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상품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곳이기 때문에 유통업에서 영업팀은 상품을 생산하는 브랜드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마케팅팀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또한 유통업에서 마케터들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준비하기 위해 영업팀과 협의를 하고, 영업에서 준비한 상품들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한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상품외적으로도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볼거리, 재미거리를 준비함으로써 즐거움을 주는 것도 유통업계의 마케터들이 수행할 업무 영역이다.
대학 때 기대했던 마케팅과 실무를 하면서 느끼는 마케팅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대학생 때는 마케팅 직무가 무척 대단하고 큰 일만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취업 후 실무를 진행해 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에 내가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령 백화점에서 연예인 팬사인회를 한다고 했을 때, 대학생들은 사인회 현장의 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실행하기 위해 기획서를 작성하고, 연예인을 섭외하고, 연예인의 주차 공간과 동선 확보, 팬사인회에 놓일 책상을 고르고 배치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이벤트나 프로모션 같은 대외행사 외에도 자료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도 마케터의 몫이다. 최근 몇 개월간 쌓인 매출액과 고객 동향을 분석해 어떤 타겟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짤 것인지, 다음 시즌 주요 품목은 무엇으로 정할지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AK플라자 마케팅 실무자들의 하루 일과가 어떤지 궁금하다.
각 점에서 근무하는 마케터와 본사 마케팅전략팀에서 근무하는 마케터들의 일과가 다르다. 점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은 오전 개점인사를 시작으로 업무 중간 중간 카드데스크, 사은행사장, VIP LOUNGE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접점 관리를 한다. 그리고 폐점인사와 함께 하루 일과를 마감한다. 점에서 근무하는 마케터들은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은 일상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 매장근무와 서류업무를 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사 마케팅전략팀에는 17명의 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틈틈이 타 백화점과 캐릭터샵, 편집샵 등으로 외근을 나가 시장조사를 한다. 이 외에도 시즌에 맞는 상품과 판매이슈 등을 확인하고 당사의 매출과 고객동향도 체크한다. 더불어 작년부터 PAM이라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유통과 패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나는 PAM 외에도 AK플라자 창립 20주년을 맞아 고객과 함께 할 수 있는 대규모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소확보와 고객들이 좋아할 가수를 섭외하는 일 등을 신경 쓰고 있다.
무척 방대한 업무를 쉴 새 없이 진행하는 것 같다. 이 일의 가장 힘든 점과 반대로 좋은 점을 소개해 달라.
얼마 전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백화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좋은 고객도 많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할 때 간혹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업무상 힘든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백화점 현장에서 근무하는 마케터들의 경우 주말에 쉴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쉬는 주말에 맞춰 계획을 짤 수 없을 때 더욱 그렇다. 반대로 유통업 마케팅 실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시스템 상의 숫자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고객 반응을 체크하며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기획한 상품 전단지를 들고 매장에 나와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을 볼 때, 또는 우리가 실시한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고객을 볼 때 내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백화점은 스스로 제품을 생산해서 마케팅하는 제조업과는 다르게 백화점에 입점한 각양각색의 브랜드와 제품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는데 다양한 제품을 다뤄볼 수 있다는 것도 유통 마케터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만일 AK플라자 마케팅팀에 신입사원이 들어온다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나?
백화점은 좁은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때문에 특정 직무에 깊은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specialist 보다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호흡할 수 있는 generalist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 마케터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 아이디어인데, 아이디어는 아는 만큼 나오기 마련이다. 스스로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세상 돌아가는 일, 최신 트렌드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아이디어를 기획안으로 발전시키는 능력, 기획안을 실제로 진행하는 실행력을 갖추면 금상첨화다.
AK플라자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게 될 미래의 신입사원들을 위해 조언 부탁한다.
대외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다. AK플라자는 PAM이라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꿈 많고 열정적인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강한 인상을 받는다. 무엇보다 본인이 스스로 꿈을 정하고,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모습을 볼 때 후배지만 정말 멋있다고 생각된다. AK플라자의 PAM 뿐 아니라 현재 많은 기업들이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평소 하고 싶던 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활동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몇 달간의 시간을 투자해 보면 좋겠다. 그 몇 달이 대학생들에게 값진 경험 뿐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소중한 친구들과의 인맥도 갖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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