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너희 회사가 하는 일이 헤어진 친구 찾아주는 서비스 하는 거냐’고….”
(오치영 대표)
오 대표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해 안정된 직장에 취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창업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하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삼성전자 취업이 내정된 상태에서 친구 4명과 함께 창업의 길을 택했다.


주력제품인 스팸스나이퍼

지란지교의 ‘잠들지 않는 시간’
그들의 초창기 핵심 아이디어는 윈도우용 통신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1994년 당시는 전국적으로 윈도우 3.1이 운영체제로 쓰이고 있었다. 도스(DOS)에서 윈도우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창업 멤버들은 곧 도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윈도우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4명이 갹출해 1500만원의 자본금을 만들고 같은 해 9월에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이듬해 1월에는 사무실을 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매달 30만원의 월급생활은 고달팠다.
“그땐 밥 같이 지어먹는 게 낙이었어요. 함께 따뜻한 밥 먹고 반찬도 만들어 오고 하니까 서로가 더 미덥고, 두려울 게 없었죠.”(오 대표)
1년간의 밤샘작업 끝에 ‘잠들지 않는 시간’을 개발하고 최초로 정식 등록비 ‘1만 원’이 회사 통장으로 입금됐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단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뿌리 깊게 만연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오히려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유망중소정보통신기업 선정, 각종 국책사업 수행업체 인정 등의 성과를 냈다.



2002년 ‘스톡 데일 패러독스’를 기억하다
그러나 2002년은 지란지교소프트의 역사에서 가장 힘들고 우울했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어느 회사나 위기는 한두 번 찾아오는 법이고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이 5% 미만이라는 업계통설도 있다. 그러나 한창 달아올랐던 벤처열기와 거품이 빠지면서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던 시기, 지란지교소프트도 매출 부진과 신규사업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2003년 초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스톡 데일 패러독스란 게 있습니다. 베트남전 때 8년간 포로생활 하고 살아난 스톡 데일 장군 이야기인데요. 냉혹한 현실은 인정하고 직시하면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힘든 시기에 떠올리곤 하죠.”
가장 힘들었다는 2002년, 체질개선까지 한 지란지교소프트는 ‘스팸스나이퍼’를 개발해 위기를 극복한다. 이제 스팸스나이퍼는 지란지교소프트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스팸스나이퍼, 국정원에 ‘합격점’
지란지교소프트의 효자상품이자 기업용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인 스팸스나이퍼는 지난해, 정보보호시스템적합성 검증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정보보호시스템적합성 검증제도란 국가정보원이 직접 국가 공공기관이 도입하려는 상용 정보보호 시스템의 보안기능과 국가정보통신망에 대한 적합성을 갖춘 제품을 선별, 해당 기관에 권고하는 제도. 스팸스나이퍼는 합격판정을 받음으로써 스팸메일차단 분야의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국가공공기관 납품자격을 취득했다. 꾸준히 쌓은 기술력이 낸 성과였다. 스팸차단 솔루션의 핵심은 지속적인 차단율과 실시간 서비스. 지란지교소프트는 1000여개 이상의 스팸 차단 고객과 30여만 명의 개인사용자 풀을 바탕으로 하루에 20만 종류 이상의 스팸메일을 수집하고 처리하는 기반기술로 이 제품을 차별화했다. 지난해에만 행정자치부, SK텔레콤, 연합뉴스, 국방과학연구소, 하이닉스 등 250여개 기업 및 기관에 이 제품을 설치했다고. 그 외의 제품으로 학교 업무용 메신저인 ‘쿨 메신저’도 전국의 1만 1000여개 학교의 70% 이상, 전국 관공서 및 기업 700여 곳에 설치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앞으로도 사이버 세상에는 여전히 ‘선’과 ‘악’이 존재할 것이다. 스팸메일, 바이러스, 스파이웨어, 해킹 등이 끊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인터넷 역기능 차단 시장을 키울 의지를 밝혔다.

출처 : 대학내일
이재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