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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논술]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할까?

잡코리아 2018-05-03 16:07 조회수3,145

 

“ 불로소득 환수해야” - “사유재산권 침해”

 

[ 이슈의 배경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발표한 대통령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기로 하며 거센 논란을 예고했다. 토지공개념은 땅(부동산)에 관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있다. 122조의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대통령 헌법 개정안은 이 표현을 다듬어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바꾸었다.

얼핏 보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기존 조항이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토지공개념을 한정했다면, 개정안은 주택 매매나 거주와 같은 사적 영역까지 공공성을 강조한 느낌이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거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 보유세 등 강도 높은 법적 규제가 필요한데, 현행 헌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더 강력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도입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보수 진영은 일제히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토지공개념 확대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이 사상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는 모습이다.


헌법상 토지공개념 조항
제23조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 이슈의 논점 ]

토지공개념 사상
토지는 가격이 매겨져 있고 거래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화의 일종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재화와 특성이 다르다. 토지는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인공적 생산물이 아니다. 또한 무한히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토지의 특수한 공공적 성격에 맞춰 토지재산권 행사에 일반 재산권보다 강력한 사회적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토지공개념이다.“천하의 모든 토지가 왕의 것”이라는 고대 중국의 왕토사상(王土思想)이나 중세 유럽에서도 사유지에 대한 공공의 개입은 자주 나타났다.

근대적 토지공개념을 체계화한 사상가로는 19C미국 사상가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를 꼽을 수 있다. 헨리 조지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산업혁명 이후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왔지만 이전보다 더욱 빈곤한 계층이 많아진 구조적 모순의 원인이 바로 지대(rent :토지 사용에 대해 토지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대가)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헨리 조지는 골드러시 시절 토지 가격과 철도 개통의 사례를 들면서, 금광 개발을 위해 대륙횡단철도를 놓았는데 이후 지대가 오르는 바람에 인근지주들만 횡재를 하고 금광개발업자와 노동자들은 더 빈곤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토지가 사유재산으로써 사고 팔 수 있는 재화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토지의 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모조리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토지공개념 도입 역사
1970년대부터 개발 붐이 일면서 한국 사회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 문제가 심각해졌다. 박정희정부 당시인 1977년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우리나라처럼 땅 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는 토지의 절대적 사유화란 존재하기 어렵다”며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토지공개념이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노태우 정부때인 1989년이다. 1980년대 후반 올림픽과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으로 투기 자금이 대거 부동산에 몰리며 집값이 매년 폭등했다. 노태우 정부는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이른바 부동산 3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으며 1998년 공식 폐지됐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위축으로 적용이 유예됐다. 이처럼 토지공개념 3법은 무력화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검토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이용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토지공개념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헌법 조항에 토지공개념 명시를 시도하고 있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찬성
토지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이다. 먹고 자고 입는데 필요한 모든 물자가 토지에서 나온다. 극소수가 토지를 독점하면 국가가 몰락하고 평화가 깨진다. 서로마 제국은 대토지 소유제도인 라티푼디움(latifundium)으로 자영농이 몰락하면서 국력이 쇠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게르만 민족의 영토 확장 개념인 레벤스라움(lebensraum)이 초래한 비극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인구 2% 미만의 귀족이 전 토지의 40%를 차지했던 프랑스 혁명 전야보다도 나쁘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위 1%가 전체 토지 가액의 4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의 절반(44%)은 무주택자다. 상위 1% 부동산 부자들이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이 300조원에 달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평생을 성실하게 노동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2년마다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 소득에서 뭉텅 빠져나가는 주거비 때문에 정부의 어떠한 복지 정책도 효과가 없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겪는 수난은 비정상적인 지대에서 기인하며 그 책임은 일하지 않으면서 개발 차익과 임대소득으로 돈을 버는 투기 세력들에게 있다. 물리적 혁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혁명적 개혁이 필요하다.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시가 그 출발점이다.

일각에서는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제도라며 색깔론을 덧씌운다. 이러한 오해는 토지공개념과, 공공에 의한 토지 소유를 의미하는 토지 국공유화를 착각한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사유재산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재산권에 비해 토지재산권 행사에 국가가 좀 더 규제를 가할 수 있을 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토지의 사회적 공공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오래전부터 개인 재산권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1919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노동과 자본 투하 없이 이루어지는 토지 가격 상승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고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했다. 1947년 영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이익의 100%를 국가가 징수한 일도 있다.

반세기간 지대 추구와 시장실패로 점철된 주택·부동산 시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부동산 3법이 부활할 길을 터주고 불로소득과 투기에 의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반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다면 그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클 것이다. 현행 「헌법」 23조와 121조에는 이미 토지공개념이 반영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필요한 경우에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존립과 번영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토지는 인간이 만든 재화와 달리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부존량이 유한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재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한 것일까. 제련하지 않은 금광석이나 정제되지 않은 원유 역시 유한한 공공재이지만 그 자체로는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인간이 쓸 수 있는 형태로 가공돼야만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

토지도 마찬가지다. 황무지도 도로가 개설되거나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고싶은 토지로 바뀐다. 토지의 부존량은 늘거나 줄지 않지만 인간의 노력과 투자가 가해질 때 그 가치가 증대된다. 토지라는 재화가 머금은 부가가치에 대해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면 사실상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무분별한 지대추구와 불로소득이 심각한 부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는 일관성 있는 부동산 규제 정책과 주택 물량의 확대로 풀어야지 헌법에 대못을 박아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사유재산권 인정을 토대로 형성된 자유시장경제체제는 민주주의와 함께 한국의 국체를 이룬다.사유재산제도를 흐리는 최상위법이 미칠 해악은 부동산 독점으로 인한 고통보다 클 것이다. 사유재산권은 시장참여자들의 거래를 통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지 않아 재화와 자원의 가격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것은 자원이 낭비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후진국의 공통점이다.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시는 1990년대 초에 시행됐다가 위헌 판정을 받았던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를 부활시키고 개발이익 환수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놓고도 효과가 없자 헌법을 손 봐서라도 부동산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소득과 마찬가지인 이자나 주식 배당과 같은 불로소득은 왜 환수하지 않는가?

강한 규제가 먹혀들지 않으니 더 강한 규제를 쓰기 위해 헌법을 고치겠다는 발상은 국가권력을 맹신한 것이다. 강남 집값 한번 잡아 본 적이 없는 국가권력이 토지공개념을 빌미로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대체하려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와 정보의 불균형과 도덕적 해이가 넘쳐 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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