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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공학도들에게

잡코리아 2016-01-12 15:30 조회수848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 부딪치며 투쟁해온 문명의 산물이다. 자연과의 투쟁 속에서 과학기술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상호 관련을 맺으며 인류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즉 인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십수 년간 학생들이 눈에 띄게 과학기술 분야를 외면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자연계열과 인문계열 수능시험 학생의 수가 1990년대 말부터 불균형을 이루기 시작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문계열로의 집중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거의 두 배가량의 학생이 인문계열로 몰리며 심지어 ‘과학기술 분야 기피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국가의 장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미래 산업의 가치 창출자로서 이공계 인력의 급감은 앞으로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 빨간불을 켜게 한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경제 단위로 통합되어가는 미래 사회로 진입했다. 우수한 과학기술자가 개발한 발명품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원 부족 국가인 우리는 지금까지 인적자원을 활용한 우수한 두뇌의 지적 집약 산업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작금의 지표가 보여주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홀대는 미래의 국가경쟁력에 있어 심각한 위기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등학교 학생들이 인문계나 자연계를 선택할 때 본인의적성이나 장래 진로에 대한 고민에 앞서 당장 대학 입학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한다. 게다가 80~90년대에 이공계에 집중됐던 인력으로 인해 수급의 불균형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취업 후에도 이공계 종사자들이 사회의 하부구조로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믿는다. 따라서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을 선택했던 우수 인력들이의학이나 법조계 등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게다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경우는 일찍이 자녀의 성향과 적성검사를 통해 초등학교 때부터아이의 장래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적성검사의 정확성 여부를 신뢰하기 어렵고, 성향이란 것 역시 변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학생이 규격화된 틀에 맞추어 자신의 전공과 미래를 결정해버렸다.

 

입시에 유리해서 선택한 전공이다 보니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학문에 애정을 갖기 힘들다. 대학 입학 후 자신의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자신을 맞추기에 급급하다. 대학에 들어오고부터 그들의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치열한 취업전쟁을 뚫고 성공적인 안주를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자신이 하는 것에 열정을 갖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볼 때,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명에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했는지를 안다면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그저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 부딪치며 투쟁해온 문명의 산물이다. 자연과의 투쟁 속에서 과학기술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상호 관련을 맺으며 인류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즉 인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해왔다. 오랜 수렵생활로 떠돌아다니던 인류가 농사를 지음으로써 한 곳에 정착되게 된 것은 획기적인 인류문명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도구의 개발, 즉 기술 개발이 있었다. 강 주변에서 일어난 고대 문명 역시 물을 다스리는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꽃을 피우게 된다. 댐과 관개 시설, 왕궁과 도시의 건설을 위해서 수학, 과학적 능력과 공학적 기술이 뒷받침됐다. 중세시대까지 동양의 과학기술 문명은 서구 문명에 앞서왔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세의 서유럽 사회가 고대 그리스의 유산으로 조금씩 문명화되는 과정에서 동방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게 된다. 주요한 발명품의 하나인 시계, 나침반, 화약과 인쇄술은 물론 수학, 천문학 및 화학 등 전 분야에 걸친 과학문명을 흡수하면서 새로운 문명 세계를 이루어 나가게 된다. 서구 문명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데에는 17세기 말부터 시작되는 과학혁명과 그에 따른 사회, 문화와 지리적 변화에 기인한다. 곧이어 나타난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쟁으로 인해 과학문명은 더욱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물론 과학기술의 진보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잉태하면서 사회 곳곳에 민중의 불만이 커지고 세계 대전으로까지 가는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 문명의 영향력은 비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사회가 세계의 중심이 된 결정적 계기는 16세기에 들어서며 이탈리아의 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난 학문과 예술의 부활 운동인 르네상스라고 생각한다. 르네상스 때에는 실제로 과학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이루어진 인문학 교육은 17세기 과학사에 밑거름이 되는 인식 방법과 과학적 사고의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데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과학기술 분야의 전공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예술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수년간 공과대학 공학교육혁신 센터장을 맡아 융합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 매 학기 공대생을 위한 캠프를 열어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희 같은 공대생이 굳이 인문학 강의를 들어야 하나요?”

 

통합, 통섭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는 요즘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이 있다. 사회 / 인문학과 학생들에게 과학이나 수학이 골치 아픈 과목일 뿐인 것처럼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학은 뜬구름 잡는 과목으로 여겨진다. 인문학 과목은 취업에 있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로 생각한다. 저명한 학자들을 모셔 와 귀한 인문학 강의를 마련해도 학생들을 동원해야 할 지경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 수업을 따로 듣고 시험을 치러온 학생들에겐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본다면 모든 학문은 한 뿌리에서 나와 큰 줄기를 이루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고대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대 초기 데카르트, 베이컨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학자들은 과학과 수학, 예술, 철학의 구분 없이 학문을 연구해왔다. 과학과 기술의 혁명이 일어난 18세기에 이르러 과학과 기술이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의 개념이 복잡해지고 수학적이며 전문적인 용어가 낯설어지면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경계가 생겼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여 서양철학의 중심인 칸트는 우주의 생성에 관한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19세기에 들어서 과학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는 뚜렷이 나뉘며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세기 말, 20세기에 들어서며 인문학이 결여된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서구사회에서는 인문학과 과학기술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왔다. 특히 20세기 중엽부터 통합 교육이 전개되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과 과학의 여러 영역이 동일한 창조와 원리로 탐구됐다. 결국, 인류 역사상 하나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되다가 나누어졌던 학문의경계가 다시 무너지며 처음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의 학문과 담을 쌓고 자신의 전공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화, 심화교육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보편성과 비판성 그리고 다양성을 받아 들여 합리적인 판단과 추론을 통한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 지적인 호기심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만물의 근원과 추상적인 개념의 철학적 탐구가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그는 수업시간에 늘 맨 뒷자리에 앉아서 질문이나 발표에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일대일 면담을 통해, 적극적이고 능력 있는 형과 동생 사이에 끼인 그는 모든 것에서 다른 형제와 비교당하며 성장했다는 것을 알았다. 일류 대학에 진학한 형, 동생과는 달리 지방대에 입학한 그 학생은 자신감 없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자신감 없는 학생들은 대부분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나 장점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가 가진 장점인 성실함과 진지함을 적극적으로 칭찬하며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기 미래에 대해 비전을 갖고 현재 하는 일에열정을 다하게 되면 불안해 보이는 생활에 희망이 깃든다는 지극히 평범한 조언도 해주었다. 내 말에 귀 기울이던 그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조금씩 발표를 하면서 소극적으로 참여만 하던 그 학생은 한 학기가 지나자 표정부터 달라졌다. 한 학년이 끝나면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게 된 그가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외국에 가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 후 그 학생은 필자가 공부한 미국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정 형편상 계속 공부를 하려던 그의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귀국 후 국내의 손꼽히는 기업에 취직한 그는 예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그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가 현재 유수한 대학에서 박사 학위 막바지에 있다. 그보다 능력이 있고 똑똑한 학생이 많이 있었지만 유독 그 학생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가졌던 비전과 열정에 있다. 그는 열린 마음과 폭넓은 시야로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사회변화에 주목했다. 미래에 대하여 구체적이 고도 현실적인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며 결코 열정을 잃지 않았던 것이 오늘의 그가 있게 된 원동력이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원동력 또한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빅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을 위한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공대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나 데이터 취득이 가능한 구조의 인터넷을 연결한 기술로, 제조업 등 기존 산업도 융합과 기술을 통해 새롭게 혁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시스템, 자동차 업종에서 GPS를 활용한 자동차 도난방지 시스템, 의료서비스,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자동차와 웨어러블 기기 등이 우리의 삶에 사용 되고 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문학과 융합된 통섭적인 마인드를 소유한 이공계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인재는 기술뿐 아니라 창업과 벤처기업의 산실로서 새로운 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경제뿐 아니라 문화 국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운데, 획일적인 가치관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선택한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와 학문을 수용하는 풍토 위에서 열정과 비전을 가지고 맘껏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태원 안동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자동차공학과 (공학교육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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