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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체재료 산업

잡코리아 2016-01-13 15:23 조회수3,210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호흡곤란 증세에 이어 심장마비가 발생해 병원 응급실을 가게 됐다. 그의 병명은 급성심근경색이었고, 그를 살린 건 지름 약2mm에 길이 2cm 정도의 스텐트(stent)라는 작은 의료기기였다. 스텐트는 스테인레스 스틸이나 코발트크롬합금 소재로 만든 그물 모양의 작은 금속관으로, 막힌 혈관을넓혀 혈액순환을 다시 원활하게 하는 의료기기다. 스텐트보다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생체재료는 아마도 치과용 임플란트일 것이다.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에 임플란트 하신 분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란, 치아가 결손된 부위에 특수 금속으로 만든 인공 치근을 치조골에 이식해 주변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본래의 자기 치아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는 이식용 의료기기로 그 임플란트 위에 치아 모양의 크라운이 연결된다. 이처럼 생체재료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재로서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생체재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생체재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의료용 장치, 인공장기에 사용하는 재료 중 인체의 정상적인 조직과 접촉하여 사용하는 재료의 총칭’이라고 나와 있다.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장치나 인공장기는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대신하기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원래 조직이 가지고 있던 기능과 특성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하며 주변의 정상 조직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필자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생체재료 자체를 개발하지는 않지만 개발된 생체재료의 표면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처음 원고 작성을 제안받았을 때,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두 가지 이유로 원고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는 필자의 전공 분야 때문이다. 필자는 재료공학이 아닌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뒤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생체재료 분야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재료와 바이오를 이해해야 하며, 더 넓게는 재료, 기계, 전자, 생물,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의 융합이 꼭 필요한 분야다. 주로 금속, 고분자, 세라믹등 재료를 전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고 종사하는 분야이긴하지만, 필자는 재료 연구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정 기술을 제공하여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두 번째는 직업으로서의 생체재료 분야 때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체재료나 인체 이식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를 알고 있을까? 삼성, LG, 현대등 대기업에서 스텐트나 치과 임플란트를 만든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금속재료라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포항제철에서도 생체용 재료는 생산하지 않는다.현재 대부분의 생체재료 제품은 해외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전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생체재료 관련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고령화사회가 될수록 노인성 질환은 증가하게 되어 있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문화와 더불어 생체재료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생체재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원의 길이나 산업 현장에서 우리나라 생체재료 기술과 시장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학생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생체재료의 정의와 역사

이제 생체재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앞에서 이미 설명한 생체재료의 정의와 같이 우리 몸속에 들어가는 의료장치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를 의미한다. 그럼 우리 몸속에서 사용하는 장치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관절대체품(Joint replacements), 골고정판(Bone plates), 골고정나사(Bone screw), 골시멘트(Bone cement), 인공인대 등의 정형외과용 소재와 치과용 임플란트와 같이 뼈와 연관된 소재들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인공심장밸브, 혈관스텐트, 인공혈관 등의 심혈관 질환 관련 소재, 달팽이관 대체품, 인공수정체, 콘택트렌즈, 인공가슴, 그리고 그 외에 수술 시에 사용하는 봉합사, 클립, 스테플러 등의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응용 분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금속, 고분자, 세라믹 등 모든 소재가 생체재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중 의료용 재료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건 금속계 재료로 전 제품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티타늄 및 티타늄 합금, 스테인레스 스틸, 코발트크롬 등이 많이 활용되며, 우수한 강도와 역학적 특성 때문에 주로 뼈와 연관된 소재로 많이 이용된다.티타늄이 골접합용 소재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이고, 1965년에는 최초로 환자의 치조골에 이식되었다. 그 이후로 티타늄은 다양한 합금 형태로도 개발되어 생체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치과용 임플란트의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A.D. 100~200년경 로마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시체에서 철로 만들어진 치아가 발견되었고, 그보다 훨씬 과거인 B.C.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조개껍데기를 치아 대용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과거의 생체재료 연구는 인체 내에 삽입돼 본래 조직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는 재료를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고대 이집트인이나 로마인들은 치아가 없는 자리에 기존의 치아를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넣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티타늄이 우수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현재까지도 많이 활용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단순히 대체한 손상조직의 물리적 강도만 잘 반영하는 재료가 아닌 주변 조직, 세포와 반응하는 기능까지 우수한 재료를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생체기능성이라고 부르며 금속재료보다는 고분자나 세라믹 재료들이 주로 생체 적합성과 더불어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몸속에 이식된 후 주변 조직의 회복과 더불어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는 생분해성 고분자나 생체에서 유래된 재료들로 구성된 고분자, 그리고 뼈재생을 촉진하는 인산칼슘계 세라믹 등 이제는 재료가 단순히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재생을 돕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금속 소재 역시 고분자, 세라믹과 복합하여 사용하거나 생분해성 고분자처럼 금속 자체가 인체 내에서 녹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지는 합금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나노 공정 기술이나 코팅 기술을 사용하여 기능성 표면을 가지도록 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성장이 기대되는 생체재료 시장

최근 탤런트 이성민 씨와 공유 씨가 나오던 보험 광고를 인상 깊게 보았다. 그 광고에서 의사인 이성민 씨가 수술을 마치고 나오면서 환자 보호자인 공유 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길어야 40년!” 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점차 길어져 지금은 평균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이며, 한국의 고령화사회 진입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는 12.2%이지만, 2025년에는 19.9%가 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다 보니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노인성 질환이라고 할수 있는 퇴행성 질환이 주요 발생 질환이 되었다. 퇴행성관절염은 퇴행성 질환의 대표적인 예로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관절을 써서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닳아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에는 진통약물과 항염증제로 질병의 진행을 둔화시키는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연골 층이 완전히 없어져 뼈가 붙어버린 경우에는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퇴행성 질환은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재생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체재료로 대체하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체재료 시장의 수요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시장은 커지고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외국계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화장품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 Medical Device&Diagnostic)은 생체재료 사업 분야에서도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며, 정형외과용 재료나 기기는 Zimmer, DePuy(J&J 자회사), Stryker 3개의 기업이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는 Straumann Holding, Nobel Biocare Holding, Dentsply International 3개의 기업이 세계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인 오스템은 세계 시장의 3.8%만을 점유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백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 역시 Alcon, Abbott Medical Optics, Hoya 등의 외국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의약품과 함께 생체재료 역시 고령화시대에서 꼭 필요한 기술로 그 시장이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글로벌 기업이 기술 및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기존 시장의 진입이 쉽지가 않다. 여러분이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했을 때에도 조금 비싸더라도 성능이 검증된 수입 제품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체재료는 우리의 몸속에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환자 맞춤형 제품이 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기업이 개발하는 제품은 미국인들의 골격이나 생활양식을 중심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많은 제품들은 한국인에게 최적화되었다고 할 수 없다. 계속 커져가는 시장, 그리고 우리의 몸과 환경에 맞는 제품은 우리가 개발해야 한다. 앞서 설명 하였듯이 단순한 대체가 아닌 조직 재생을 겸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참신한 재료 및 기술개발로 세계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다양한 전공 분야가 융합될 때 획기적인 생체재료 탄생할 수 있어

생체재료가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역사는 결코 짧지 않지만, 긴 역사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존의 상용화된 재료를 가지고 이용했거나 기존의 공정 기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신소재들이 개발되고 있고, 3D프린팅을 이용하여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등새로운 공정 기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환자 맞춤형 제품을 고속으로 만들어 환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신소재, 신공정과 더불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이미징 기술 및 이미징 데이터를 공정용 데이터로 변환하는 IT 기술, 제작한 제품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의학 및 제작에서 시술까지 연결시키는 서비스업 등 다양한 직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신소재를 개발하는 원천기술 개발에서부터 상용화로 이어지는 동안 소재기술과 더불어 기계기술, 의공학, 생물학, 전자공학 등은 다양한 전공 분야의 융합이 잘 이루어져야만 새로운 제품이 탄생할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대학 전공의 테두리에 갇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새로운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른 전공 분야의 지식들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고 있을 때 생체재료라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와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는 학부 4학년과 석사과정 학생들은 재료공학, 기계공학, 생명공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이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생체재료 공부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해봤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계기로 필자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을까? 대다수 학생들이 인체에 적용하는 재료기술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재료공학과 학생이나 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명공학과 학생, 혹은 본인이 배운 지식을 다른 분야와 융합하고 싶어서 우리 연구실에 왔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다면 막연히 생체와 재료의 융합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왔을 수도 있었던 이 학생들이 실제로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금속, 고분자, 세포,화학, 표면, 소프트웨어 등 실제 연구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지식들이 총 동원되어야 하는 융합 연구 분야로 실로 공부해야 할 범위가 방대하고 무궁무진하다는 대답이 첫 번째였고, 그다음은 인체에 적용되어야 하는 재료이므로 재료의 특성뿐 아니라 인체 내에서의 안전성 등에 아주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우리 학생들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함께,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여러 학문이 융합되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양도 많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말 ‘생체재료 연구를 위하여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개발자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생각과, 다른 분야와 과감히 융합하고자 하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필자 바로 옆에 있는 학생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더 많은 학생들이 열린 생각과 도전정신으로 우리나라 생체재료 분야의 발전을 이끌 차세대 주자들이 되기를 응원한다. 

 

 

전호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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