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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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생활이 어려운 환자를 도와주는 전문가

2015-11-25 16:53 조회수 13,968 Tag #가톨릭대학교 #의료사회복지사 #성빈센트병원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환자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의료사회복지사다. 다소 생소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사회복지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사회사업팀의 류현지 선생을 만나 의료사회복지사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다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내년이면 입사 5년 차인 의료사회복지사 류현지입니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의정부에서 1년 수련, 1년 임시직을 거친 이후 이곳 성빈센트병원 사회사업팀에서 근무 중이랍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의 사회사업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한 마디로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곳이에요. 병원을 이용하시는 입원, 외래 환자들 중에 의료적 문제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진료비, 간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대안을 찾아주는 곳인 셈이죠. 뿐만 아니라 가족간 갈등과 관련된 가족 문제나 기타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돕고, 지역 사회기관과 연계하여 대안을 마련해 준다거나 사회복귀 및 재활, 퇴원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 정보제공 등의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요약하자면 사회사업팀은 영성 구현 실천부서로 전인적 치료 제공에 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의료사회복지사’는 조금 생소한 직업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분들은 실제로 몸이 불편하신 것 외에도 불편한 몸을 치료하지 못한 이유로 진료비 마련의 어려움이라든지 돌봐줄 수 있는 가족들이 없다든지 말하지 못한 아픔들이 있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진료비 지원이 가능한 자원을 연결하고, 무료간병인을 연계함으로써 치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치료 이후에도 관공서와 연결해서 생계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퇴원해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요양병원이나 시설입소 등을 연결하기도 해요. 그 외에도 사고로 장애판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재활정보나 투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도 하고 있고요.

 

의료사회복지 직무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때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했습니다만 전공자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3학년 무렵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학과장 교수님과 상담을 한 것이 저의 진로를 결정 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가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문화된 분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특히 병원에서 사회복지 실천 차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에 대한 니즈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데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좀 생소했던 터라 즉시 수업을 신청하고 준비하면서 의료사회복지 분야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생소하다고 생각했던 분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과정이 궁금한데요?
제가 졸업할 무렵만 하더라도 의료사회복지사는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을 수도 없었어요. 알아서 길을 찾아야 했죠. 일단 직무에 대한 감이 없었기 때문에 실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병원 리스트를 뽑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파악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의를 드렸어요. 의료사회복지와 관련해 직장 체험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 본 거죠.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영천에 있는 영남대학교병원이었어요. 그곳에서 어느 정도 일을 익힌 다음 의정부에 있는 한 병원에서 1년 수련, 1년 임시직을 거친 이후 이곳 성빈센트병원에 입사해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해보니 어떤 점이 의료사회복지 직무의 매력으로 다가오던가요?
병원은 다양한 부서가 함께 일하는 현장이에요. 어려움이 있는 한 사람의 환자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협업해서 문제를 상의하고, 전인치료의 한 과정에서 동참해서 해결해가는 과정이 스스로 전문성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에게 다시 살아나갈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도 뿌듯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출근과 동시에 주치의를 통해서 상담을 의뢰 받은 환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요. 이후에 차트를 보고 주치와 협업한 다음 환자랑 상담약속을 해서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죠. 그런 다음 관공서나 여러 단체와 상의하면서 최선의 지원방법을 모색해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을 보내요. 정해진 요일, 시간에는 병동에서 입원환자 대상으로 요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요. 퇴원할 때까지 오로지 환자들을 위해서 고군분투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

 

의료사회복지 직무를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요?
공감 능력이에요. 사회 초년병 시절, 저는 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었어요. 그때쯤 되면 더 많은 경험이 쌓일 테고 그러면 지금보다 공감 능력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상담을 하다 보면 저처럼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거든요. 그들의 상황을 더 넓게 이해하고 그들이 저에게 마음 편히 기댈 수 있기를 원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도움을 요청하러 오는 환자,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죠. 처음 보는 사회복지사에게 본인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는 건 힘든 일이잖아요. 그들이 마음 편하게,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실질적인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해주길 원하거든요. 의료사회복지사는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그들과 공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이는데요?
맞아요. 어찌 보면 감정노동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수련 과정에서 이 부분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유망 직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도전하기 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해요. 

 

의료사회복지사는 모든 병원에 다 있는 건가요?
팀명이나 부서 이름은 다르지만 대부분 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결원이 생겨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다면 일하고 싶은 병원을 꾸준히 예의주시 해야겠죠.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의 의료사회복지 직무의 장점을 꼽자면 무엇인가요?
저희 성빈센트병원은 빈센트 성인의 영성에 따라 사랑과 나눔을 비전으로 가지고 있어요. 의료사회복지 업무도 영성 구현 실천 영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나눔에 대한 비전이 병원 전체에 모두 공유되어 있다 보니 타 부서와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같아요.

 

업무 중에 발생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병원에 입사하고 1년여가 지난 2012년, 유방암 환자를 상담하게 되었어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혼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치료로 힘드실 텐데도 늘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어요. 게다가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 생활하는 저를 마치 어머니처럼 챙겨주셨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너무나 고마워하는 모습에 늘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는데, 최근 그 분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사회에서 제공되는 복지혜택에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작은 도움에도 커다란 감동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의료사회복지사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감정의 중심의 잘 잡고 있어야 해요. 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가끔은 감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묵묵하고 조용히 ‘그림자’가 되어야 하는 존재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요?
환자분들의 새 삶을 찾는데 제가 작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죠. 처음 상담을 하면 치료나 삶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이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치료비에 대한 해결책과 거처 마련, 사회복귀 계획 등을 세우며 나날이 의욕을 찾아가곤 합니다. 그럴 때 힘을 내어준 환자분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요. 게다가 퇴원 후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 있게 인사차 안부 연락을 주시면 제 일처럼 기쁘고 보람됨을 느낍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입사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은 없었나요?
입사 전에는 제가 일하는 영역이 병원에서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문성이 크다고 자신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저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각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곳이 병원이라는 공간이에요. 나만 돋보일 수도 없을뿐더러, 돋보이고자 애쓰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죠. 더군다나 의료사회복지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되어야 합니다. 조용하고 묵묵히 일할 때 빛을 발합니다.

 

성빈센트병원의 근무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들 가족같이 친근해요. 바쁘고 힘들어도 서로 문의하고 협의할 때 늘 밝은 목소리로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대해주는 게 너무 힘이 되고 고마워요.

 

빈센트 성인을 딴 병원의 이름에서 혹시 입사 조건에 종교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제적으로 종교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가톨릭 영성 구현을 실천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가톨릭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죠. 저희 팀장님은 수녀님이긴 하지만 팀원들의 종교는 다양해요.

 

 

성빈센트병원의 복지 제도는 어떤가요?
교직원을 위한 복지가 대체로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직원 본인 및 가족 진료비 감면이나 자녀 장학금 지급, 장례식장 사용 감면 등의 복리후생이 개인적으로 참 좋습니다. 미얀마나 방글라데시 등으로 해외의료봉사도 매년 나가는데,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복지제도라고 생각해요.

 

월급 수준은 만족하시나요?
만족합니다. 보통 ‘사회복지사=박봉’과 같은 등식이 있잖아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는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한 직업이다라고 여기고요.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해요. 사회복지사 중 현업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많지 않아요.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있을 거에요. 저는 운이 좋게도 동 분야 중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 한 만큼 정당한 처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성빈센트병원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공채 당시 1년간의 수련제도를 마치고 입사를 준비하는 지원자들이 많았어요. 실력으로 본다면 다 비슷할 거에요. 그래서 제가 준비한 건 이 일에 대한 열정과 갈망을 솔직하게 보여드려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면접 막바지에 허심탄회하게 제 마음가짐을 털어놓았던 게 생각나요.

 

성빈센트병원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학과수업이 있으신가요?
각 학교마다 개설된 의료사회복지론은 필수과목이라 생각해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실천에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니까요.

 

의료사회복지사로서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려요.
병원에서 일한다고 해서 지레 걱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커요. 그리고 준비를 하는 중에도 공부해야 할 의학용어나 생소한 사회복지 분야라 포기하는 친구들도요. 의료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은 걱정만 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해당병원 자원봉사나 직장체험부터 신청해서 조금씩 현장을 익혀가면서 적성을 맞춰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는 학부에서 실습도 하고 1년간 수련도 마치면 준비된 의료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류현지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일’은 무엇인가요?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서 웃는 일, 가정을 꾸려서 아기를 가지면서 기뻐서 웃는 일, 부모님에서 효도하는 감사함에 웃는 일   모두 좋은 일이잖아요. 저를 만나는 환자, 보호자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아 오늘도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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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장정현 amycch@naver.com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객원 취재기자 장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