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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시사] 덕후들의 빅 픽처...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10년

잡코리아 2018-08-02 16:09 조회수2,448

덕후들의 빅 픽처...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10년


말하는 너구리와 한 마디 말(I am groot:나는 그루트다)밖에 못하는 나무 인간을 내세워 7억 7420만 달러(한화 약 8000억원)를 벌어들일 수 있는 영화 프랜차이즈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의 흥행 성적이다.

‘가오갤’은 조족지혈(鳥足之血:새발의 피)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지난 10년 동안 19편의 영화를 내 놓으며 거의 모든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1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 6편이나 된다. 지난 5월 13일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5월 20일 기준으로 18억달러 수입을 돌파하며 세계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마블은 극장용 영화뿐만 아니라 무수한 스핀오프(spin off:기존 콘텐츠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만든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 애니메이션, 의류, 캐릭터 상품 판매로 연결시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명실상부히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미디어 콘텐츠다.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1939년 설립된 마블은 만화책(코믹북)으로 시작했다. ‘마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만화가 스탠 리의 손에서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헐크, 토르 등 수많은 히어로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인기는 미국 내 마니아들에게 한정됐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만화책 산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마블은 부침을 겪었고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마블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조악한 연출과 유치한 스토리로 실망을 안겼다. 2000년대 들어 영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 그제야 마블 히어로를 실감나게 스크린으로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이때까지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지 않았던 마블은 소니콜럼비아나 20세기폭스사, 유니버설 픽처스 등 다른 영화사가 ‘엑스맨’, ‘헐크’, ‘스파이더맨’ 등을 성공시키는 것을 보며 배가 아팠다. 마블은 판권만 팔지 말고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첫 결과물이 2008년 흥행에 대성공한 ‘아이언맨’이었다. 이후 10년간의 역사는 모두가 아는 바이다.

‘아이언맨’부터 ‘인피니티 워’까지 MCU의 성공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 사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다른 영화 제작사들이 ‘스파이더맨’, ‘헐크’ 등 잘 알려진 캐릭터를 단발성으로 재활용하는 데 만족했지만, 파이기의 꿈은 원대했다. 스탠 리의 코믹북을 철저히 독파할 정도로 스스로 덕후(오타쿠)였던 파이기는 영화의 원작(코믹북) 훼손에 기겁하는 덕후들까지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외부에서 프로듀서를 데려오는 영화계의 관행을 깨고 원작 만화가와 편집자 등과 함께 6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를 중심으로 영화를 기획·제작했다.

이들이 역대 등장한 히어로 수만 8000명에 이르는 코믹북의 복잡한 세계관을 꿰뚫고 있지 않았다면, 10년간 19편의 영화를 ‘어벤져스’ 시리즈로 수렴하는 ‘빅 픽처(big picture:큰 그림)’를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마블의 덕후들은 ‘아이언맨’이나 ‘가오갤’, ‘캡틴아메리카’ 등 영화화 이전까지 인기가 없거나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한참 유행이 지난 히어로들을 재창조해 슈퍼맨과 배트맨처럼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보유한 DC코믹스를 압도했다.

삼성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제조사라도 출시하는 제품이 모두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변수가 많은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한 제작사가 매번 흥행작을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렵다. MCU는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균질한 영화적 세계관을 축조하며 리스크를 피해갔다. MCU영화의 상징과 같은 엔딩 크레디트의 쿠키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음 작품에 관한 복선을 깔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키우고 MCU전편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10년 전 ‘아이언맨’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토니 스타크에게 “당신만이 유일한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할 때부터 마블 팬들은 ‘어벤져스’ 시리즈 개봉을 고대해온 셈이다.

화려한 CG장면에 버무린 유머코드, 청소년 관람가에 맞춰 피를 흘리지 않도록 순화된 폭력 묘사 등도 소위 ‘믿고 보는 마블 영화’를 보증하는 장치다.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자 히스 레저의 유작인 ‘다크 나이트’는 역대 최고의 히어로 영화라고 평가 받지만 이러한 ‘명작’을 만드는 것은 마블의 관심사가 아니다. MCU영화의 연출은 대부분 필모그래피가 변변찮은 B급 코미디 영화감독 출신이 맡았고 관객이 히어로 캐릭터에 집중하도록 너무 유명한 배우는 되도록 피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일은 없겠지만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볼 수 있고 영화 티켓 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단단히 하고, 신작마다 시너지 효과를 키워가며 거액을 쓸어 담는 것이 마블의 빅 픽처다. “‘어벤져스 4’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MCU의 덕후들은 10년 만에 멋진 솜씨로 이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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