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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2018-01-31 16:33 조회수2,014


1인 가구 시대를 사는 법


| 대가족 → 핵가족 → 나홀로족

맹자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궁벽한 사람들의 유형으로 홀아비(鰥), 과부(寡), 자식이 없는 사람(孤), 부모 없는 아이(獨) 등 네 부류를 꼽고 이를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 일컬었다. 혈연과 효를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유교 전통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사회적 도리를 저버린 일탈자이거나 국가의 시혜를 요하는 소수자였다.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나이가 차고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슨 결격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따라 붙는다. 시집·장가가라는 친척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혼자 명절을 보내는 나홀로족도 있다. 그러나 요새는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옅어졌다. 혼자 사는 사람이 워낙 많아졌고 원하든 원치 않든 혼자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늘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만 해도 국내 전체 가구의 9%에 불과했던 1인 가구의 비중은 지난해 26%로 뛰어 올랐다.

5년 후인 2020년에는 전체 1987만 가구 중 587만 가구(30%)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가구 중 3가구는 1인 가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싱글족은 지난해 이미 500만 명을 넘었다. 반대로 2인 이상 가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0년 기준 4인 가구는 390만 가구로 1인 가구(414만 가구)보다 적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조지 피터 머독은 1949년 저서 『사회 구조(Social Structure)』에서 ‘핵가족’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때만 해도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족의 최소단위로 여겨졌다. 이제 1인 가구는 대가족과 핵가족에 이어 제3의 가족 형태가 됐다. 소득이 높고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일수록 1인 가구의 비중이 커진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좋거나 나쁜 문제가 아니라 대비가 필요한 확정된 미래다. ‘고독’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 됐다. 이는 산업과 소비, 생활패턴, 복지 정책 등 전방위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 ‘솔로 이코노미’의 등장

1인 가구는 유통시장에서 핵심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 지출 규모는 2006년 16조원으로 전체 민간소비의 3.3%에 불과했지만 2010년 60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오는 2030년에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민간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14년 1인 가구의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80.5%로 전체평균(73.6%)보다 높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외식은 물론 자기 계발이나 취미·여가 활동 등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화려한 싱글’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지출을 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를 위해 작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나타나고 있다. 소형화·소포장 상품이나 1인 대상 서비스업, 렌탈 서비스업 등 솔로 이코노미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대형 드럼 세탁기 대신 1인용 세탁기 수요가 늘고 과일은 낱개로 팔린다. 한때 ‘왕따’로 취급됐던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혼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식당부터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1인 코스까지 등장했다. 목돈을 들여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1인 가구를 고려해 제품을 대여해주는 공유 경제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외로움을 초극하는 사회로

1인 가구 시대에서 외로움에 대한 의미는 새롭게 규정된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라며 “한국 사회에서도 외로움의 속성을 탐색하고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탐색하거나 고도의 사고력을 발휘해야 할 때 고독은 필수적인 여건이다.

평생 독신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투자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은 셀 수 없이 많다. 뉴턴부터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버나드 쇼 등이 그랬다. 이러한 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결혼보다는 일에 몰두하며 사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남녀들이 적지 않다. 외로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서적 유대감은 가족에 한정되지 않는다.

생활 패턴이 비슷한 싱글족들 사이에서는 SNS를 매개로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모임이 늘고 있다. 일례로 혼밥족끼리 즉석 만남을 통해 오픈키친(open kitchen)에서 함께 요리를 즐기고 나눠 먹는 킨포크(kinfolk)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 사회적 안전망을 좁혀라

‘화려한 싱글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경제적 능력을 갖춘 자발적 나홀로족에 한정된다. 취업난과 고령화로 비자발적 나홀로족이 된 1인 가구들은 대부분 경제적 약자 계층에 속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전·월세 비율은 50%가 넘어 다인 가구의 65%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것과 대비된다. 1인 가구는 주거의 안정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은퇴 후 부양해줄 가족이 없어 노후를 책임지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존 4인 가구 중심의 복지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1인 가구를 위한 사회경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복지강국 스웨덴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은 1960년대부터 ‘국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을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좁혔다.

가족은 가족다운 기능을 하고 있을 때만 개인의 울타리가 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가족으로부터 이탈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야말로 성숙한 의미의 1인 가구 사회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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