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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디 한국사…'닭대가리'가 아닌 상서로운 새, 닭

잡코리아 2017-09-28 03:32 조회수2,716


‘닭대가리’가 아닌
상서로운 새(瑞鳥), 닭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
닭이 천이면 봉이 한 마리는 있다.



속담俗談이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말한다. 즉, 속담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함을 방증한다. 수많은 속담에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닭은 예부터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었다. 이 밀접한 관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인간이 사육 중인 닭의 개체 수는 세계 인구의 3배인 200억 마리에 달하며, 매년 1억 톤의 닭고기와 1조 개의 달걀이 소비되고 있다.

닭은 1만 년 전 말레이시아·인도 등에서 가축화가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며, 우리 민족과 일찌감치 관계를 맺었음이 사료를 통해 확인된다. 중국 진대晉代의 역사서인 『삼국지三國志』의 한전韓傳에 보면 마한馬韓에는 꼬리 길이가 5척(1척:약 30cm, 5척:약 150cm 이상)인 세미계細尾가 난다고 하였다.1)십이지十二支 중 열 번째이자 유일한 조류이기도 한 닭은 예부터 상서로운 새, 즉 서조瑞鳥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다. 특히 삼국시대 신라新羅의 경우 닭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가 태어난 장소를 계정鷄井이라 전하고 있으며, 그의 왕비인 알영은 계룡龍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는데, 입술이 닭의 부리 같았다고 하였다.2) 신라가 닭을 귀하게 여겼음은 외국에서 신라를 부르던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천축국(인도)에서 신라를 구구타예설라矩矩說羅라고 불렀다고 전하는데, 구구타는 계를 말하고, 예설라는 귀貴를 말한다고 하였다.3) 고대 인도인들에게 신라는 닭을 귀히 여기는 나라로 보였던 것이다.


1) 『三國志』 卷30, 「魏書」 30, 東夷傳 韓.
중국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범엽范曄이 편찬한 『後漢書』에는 ‘장미계長尾’로 기록되어 있다.
2) 『三國遺事』 卷1, 紀異1, 新羅始祖赫居世王.
3) 『三國遺事』 卷4, 義解5, 歸竺諸師.



한편 신라는 박·석·김의 세 성씨가 번갈아 왕위를 차지하였다. 총 56명의 왕 중 가장 많은 왕(38명)을 배출한 경주 김 씨의 시조 김알지金閼智의 탄생 장면에서도 닭이 등장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전하는 기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3대 탈해脫解 이사금尼師今(재위 57~80)4)이 어느 날 밤 궁성 서쪽의 시림始林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살펴보니 금으로 된 작은 궤짝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서 흰 닭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왕이 그 궤짝을 열자 자태가 빼어난 작은 남자아이가 나왔다. 왕은 하늘이 내려준 아들이라 여기고 매우 기뻐하며 거둬 길렀으며, 이름을 알지라 하였다. 금으로 된 궤짝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 씨(金氏)라 하였고, 그가 발견된 시림의 이름을 계림林으로 고치고, 이것을 국호로 삼았다. 5)신라의 경우와 같이 닭은 건국 시조 혹은 중요 인물의 탄생과 관련하여 상서로운 기운을 전하는 동물이었는가 하면 나라의 멸망을 암시하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백제 의자왕義慈王(재위 641~660) 말기에는 백제의 멸망을 암시하는 수많은 흉조가 이어졌는데 659년 여름에는 백제의 태자궁에서 암탉이 참새와 교미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보인다.6)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닭은 중요한 사건을 알리는 영험한 동물로 먼 옛날부터 언급되어 왔다. 그 주술적 의미는 이후로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우리네 민간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귀신이 물러간다고 믿었으며, 귀신을 쫓기 위해 닭의 그림을 걸거나 닭의 피를 뿌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벽사邪(마귀를 쫒음)의 의미 이외도 닭은 그 특유의 생김새로 인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기원하는 데에도 이용됐다. 닭의 볏이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과 닮았다 하여 조선시대에 벼슬길에 나가고자 했던 이들은 닭의 그림을 서재에 걸어 두었다.

언제부턴가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거나 남을 폄하할 때 ‘닭대가리’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는 닭이 간단한 연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인간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닭으로서는 닭대가리란 말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이다. 근래 유행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하니 인간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새로운 여명을 알리는 닭의 희망찬 울음소리처럼, 우리에게도 닭에게도 수난을 겪고 난 뒤 더욱 강인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사료에 의하면 신라는 독특한 왕호王號의 변천 과정이 눈에 띈다. 1대 박혁거세는 ‘거서간居西干’, 2대 남해는 ‘차차웅次次雄’, 3대 유리부터 16대 흘해까지 ‘이사금尼師今’, 17대 내물부터 21대 소지까지 ‘마립간麻立干’이라 칭하였으며 22대 지증왕 때부터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왕호의 변화는 신라 사회의 발전 과정과 연관지어 이해되고 있다.
5) 『三國史記』 卷1, 「新羅本紀」 1, 脫解尼師今 9년.
6) 『三國史記』 卷28, 「百濟本紀」 6, 義慈王 19년. 『三國遺事』 卷1, 紀異 1, 太宗春秋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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