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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정석] 회사가 말하는 ‘인재상’에 속지 말자

잡코리아 2020-09-25 09:00 조회수12,122


 

"나 회사 그만뒀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 친구는 주변에서 보기 드문, 정말 열정적인 친구다. 친구라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정말 알차게 사는 모습에 존경심까지 들었던 그런 친구다. 조심스레 퇴직 사유를 물었더니, 친구는 한숨과 함께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정하고 실행하는데 익숙했던 친구다.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흐름을 주도하는 데 무척이나 능숙했던 이 친구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을 상사에게 거절당하고 실제로는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수동적인 환경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에게 이 기업에서의 일은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는 좀 더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원했다.

한 가지 중요한 고백을 해야겠다.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기업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인재상’ 항목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들의 인재상 중에 가장 흔하게 찾을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리더십’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리더십’을 가진 인재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반대인 ‘팔로우십’을 가진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리더십’이라 쓰고 ‘팔로우십’이라고 읽는다

 

대부분의 회사는 관료적 구조를 가진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있고, 주주가 임명한 대표이사가 있다. 대표이사를 도와 업무를 지시하는 임원이 있고, 그 밑으로 임원을 보좌하는 관리자급(부장, 차장, 과장)의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리자의 관리 감독을 받아 실무를 처리하는 대리, 사원이 존재한다.

보통 임원이나 부장급 정도에서 한 팀의 팀장이 나오게 된다. 팀장은 대표이사나 임원의 지시를 받거나 팀 내의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의 리더 역할도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더 윗급의 의사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관리자급의 자율성은 팀장보다 더 떨어지게 마련이고, 실무자급까지 와서는 거의 의사결정이라 할 만한 것이 남아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왜 인재상에 ‘리더십’을 넣을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가장 그럴듯한 변명이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리더의 싹이 있는 인재를 뽑아 회사에 딱 들어맞는 맞춤형 인재로 성장시켜 훗날 회사를 견인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의 리더십이 아닌 먼 훗날, 어쩌면 15년쯤 후에나 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그때까지 그 인재가 회사에 남아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재상에 ‘리더십’이라고 쓰여있다니,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도 비웃고 지원자에게도 비웃음을 받기 딱 좋은 일이다. 그렇기에 리더십을 강조하는 회사라 할지라도 대부분은 팔로우십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직급별로, 그리고 직책별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갖는다. 위의 가상 사례에 서는 단순하게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밑선에서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실무자선에서 큰 그림을 가지고 최선의 길을 모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잘 모르다 보니 그냥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미 회 사 업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 직원을 원한다.

자, 이제 분명해졌다. 보통의 관료적 체계를 가진 회사들은 사원, 대리급 직원에게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팀장의 속내를 읽고 호흡을 맞춰 일사천리로 업무를 척척 진행할 ‘팔로워’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되뇐다. 혹시 위에서 우리가 놓치고 간 부분은 없을까?

다양한 직무의 여러 관리자급 직원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그들은 술자리에서 “요즘 사원 대리들은 리더십이 없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한다. 그럴 리가? 요즘 대학생들처럼 리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찾기도 드물 것이다. 그들이 팀을 짜서 뭔가를 협업하여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기존 관리자급 직원들의 학창 시절 경험과 비교하면 아마 100배는 차이 날 텐데? 이 인식의 차이는 뭘까? 단순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리더십’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지원자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리더십’에서 ‘리더’ 대신 ‘팔로우’를 넣어요
그리고 그 밑에 ‘자기주도성’이라고 적어 넣으세요

 

 
 

기존의 회사 직원들은 이미 관료적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크기란 일반적인 취업준비생이 생각하는 것보다 범위가 훨씬 작다. 주어진 현실적 환경 속에서 한정된 범위의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 보충하는 자세를 이들은 ‘리더십’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언어는 참 어려운 존재다.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는데, 그 속뜻은 관점에 따라 크게 차이 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가 상정하는 ‘인재상’은 대부분 경영진의 바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실제로 인력을 채용하는데 가장 큰 입김을 불어넣는 것은 관리자급 직원들의 의견이다. 홈페이지에 드러난 ‘인재상’을 곧이곧대로, 그것도 내 관념대로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라는 건가요?”라고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미안하지만, 정답이 없다. 회사마다 실정이 다르고, 채용 건마다 평가자가 달라지는 마당에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런 사람이 실존한다면 나 또한 가서 돈을 주고라도 그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

 

억지로 인재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자

 

대부분의 회사는 관료적 구조를 가진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있고, 주주가 임명한 대표이사가 있다. 대표이사를 도와 업무를 지시하는 임원이 있고, 그 밑으로 임원을 보좌하는 관리자급(부장, 차장, 과장)의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리자의 관리 감독을 받아 실무를 처리하는 대리, 사원이 존재한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조언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억지로 인재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어차피 알 수 없는 정보다. 억지로 내가 아닌 모습으로 도박을 하느니, 내가 편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으로 도박을 거는 게 낫다. 억지로 끼워 맞춰진 모습을 보고 나를 면접에 불렀는데, 실제 대면한 자리에서 “짜잔! 사실은 이런 사람이었어요.”하고 보여주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괴로운 일이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당신의 강점을 부각한다면, 적어도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거짓말로 지어내기 위해 고생하는 일도, 면접에서 다른 사람을 연기하며 고통을 겪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진짜 당신의 성격 그대로 편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자리를 잡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그런 보너스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 ㅣ 이형근

  

필자 약력 
- 키더웨일엔터테인먼트 인사담당 이사
-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 피키캐스트 <인사팀 멍팀장> 콘텐츠 에디터
- 브런치 <당신이 몰랐던 취업의 기준> 매거진 저자
- 카카오페이지 [나는 인사팀 직원입니다] 저자

 

[취업의 정석] 시리즈는 3주마다 금요일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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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김가현 에디터 kimg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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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gv1*** 2021-11-05

    아휴~ 속이 시원한 내용입니다. 중소 sw 기업 관리자인데 자기주도성 팔로우십이 가장 절실합니다. 자기 주장이 있더라도 고집이 아닌 의견을 내고 맞춰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때론 맞지 않아도 따라주는 자기주도적 팔로우십이 제일 중요한 인재의 덕목입니다. 답글달기

  • sunte*** 2020-10-07

    해당내용 감사합니다. 도움 많이되었습니다.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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