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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인문학] 내면화된 타자(他者),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잡코리아 2018-05-14 14:44 조회수5,528


| 내면화된 타자(他者)...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예비후보 (성남시장)가 재미있는 공약을 발표했다. 자신이 경기도지사가 되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을 경기순환도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도는 서울의 변방이 아니다.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라는 이름은 서울 중심의 사고”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과 지방의 차별이 도로 표지판뿐이랴. 주요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핵심 거점, 대학 등이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더 뿌리 깊고 내면화된 차별은 사람들의 인식에 박혀 있다. 강릉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들조차 서울에 갈 때는 ‘올라간다’고 하고 고향은 ‘내려가는 곳’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물론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 스스로 서울을 중심에 두고 지방을 변방으로 타자화(他者化: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분리된 존재로 부각시키는 말이나 행동, 사상 등)하는 사고 체계가 내재해 있다.

이처럼 타자화된 지리학의 논의는 문명사 차원에서 서양과 동양으로 확장된다. 20C 초중반까지 서구는 동양을 식민지로 유린했다. 동양인 스스로 서양의 문화는 세련되고 합리적이고 선진적이며 동양은 촌스럽고 미개하며 낙후됐다는 인식을 받아들였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러하듯 동양을 신비롭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 역시 동양을 타자화하는 관점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영문학자이자 비교문학자, 문명비판론자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개념을 통해 동양을 타자화하는 서구의 동양관을 폭로했다. 사이드는 대표작 『오리엔탈리즘』(1978)으로 서양 중심적이었던 20C 후반의 사상사에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적 지성으로 추앙받았다. 사이드는 1935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 영국이 지배한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고 12세에 이집트로 망명했다. 나중에는 미국인이 됐다.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아랍인 출신에서도 드물게 기독교인이었고 그 중에서도 극히 드문 영국 성공회 교도였다. 이러한 경계인으로서의 체험이 그의 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리엔탈리즘은 본래 사전적 의미대로 동양에 관한 학문이나 동양 연구라는 뜻이었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조화하는 견해이자 이러한 견해를 독점하고 가르치고 설정 하는 권력’이라는 의미를 접합시켰다. 오늘날 오리엔탈리즘은 사이드가 의도했던 의미대로 사용 된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에 대하여 표면상 적합하다는 여러 가지의 요청, 관점,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규칙화된(곧 동양화된) 작품, 비전, 연구의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동양은 어떠한 독특한 방법에 의해 가르쳐지고, 연구되고, 관리되고, 판단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리엔탈리즘 속에 나타나는 동양은 서양의 학문, 서양인의 의식, 나아가 근대에 와서 서양의 제국지배영역 속에 동양을 집어넣는 일련의 총체적인 힘의 조합에 의해 틀이 잡힌 표상의 체계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양 사람들의 동양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의도적으로 생산된 지식의 산물이지 자연적이거나 불변 하는 실체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양인은 연구되고 기술되어야 할 대상으로, 훈련되고 규율 되어야 할 대상으로 창조되며 지배적 틀에 끼워 맞춰지고 그 틀에 따라 재현된다.” 그 결과 동양인조차 서양인의 눈을 빌어 스스로를 바라본다.

누군가 “한국, 북한, 일본, 중국 사람들이 모두 동양인이니 이들의 생활 습관이나 사고방식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뭉뚱그린다면 우리는 반감을 가 질 것이다. 현실 속의 동양이라는 지리적 경계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서양의 변방’이라고 상상된 동양이 형성됐다는 증거다. 동양을 차별하는 인식을 넘어 동양이라는 사고의 범주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인 것이다.

이러한 허위의 지식 체계는 권력과 체계적으로 결탁돼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헤게모니(hegemony :한 집단·국 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 르는 말)의 일종으로 기능한다.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이 제국주의를 뒷받침했듯 서울과 지방의 구분 역시 수도권 중심의 압축적 근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주입된 허위적인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은 하나뿐인데 제각각인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경상도, 강원도를 한데 묶어 지방이라고 표현하는 사고의 틀에서부터 타 자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타의로 틀지워진 의미의 굴레를 깨닫고, 깨뜨려 나가는 것이야말로 근 대화 이후 시대의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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