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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2018-01-23 13:32 조회수1,764

| 한국사를 바꾼 마이너리거들의 반란


미국 프로야구는 철저한 계급사회다. 메이저리거들이 수백억원 연봉을 받으며 전용기에서 다리를 뻗고 있을 때 마이너리거들은 핫도그로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수십 시간을 버스로 이동한다. 이러한 차별이 용인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거쳤기 때문이다. 한국사에는 날 때부터 마이너리거로 낙인찍힌 계급이 있었다. 천민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 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은 천민을 노비로 규정했다.

천민이라는 계급은 노비·승려·백정·무당·광대·상여꾼·창기(娼妓)·공장(工匠) 등 8개로 나뉘었는데 이를 팔천(八賤)이라고 한다. 승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에는 임금·왕족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지만 유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조선시대부터 신분이 추락했다. 창기는 몸을 파는 기생이며 공장은 수공업에 종사한 장인들을 일컫는다. 천민 계층의 부류는 시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곤궁한 삶은 한결같았다.

늘 대지주와 관리들의 착취로 조세 부담을 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했던가. 참다못한 이들이 민란을 일으킬 때마다 철옹성 같은 계급사회에 미세한 균열을 남겼다. ‘만적의 난’과 ‘임꺽정의 봉기’는 한국사에서 대표적인 ‘마이너리거의 반란’으로 꼽힌다. 고려시대 일어난 만적의 난(1198)은 노비들이 신분해방을 주장한 최초의 사회 변혁 투쟁이었다.

고려 중기에 일어난 무신의 난(1170)으로 당시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신분 계급은 요동쳤다. 중앙정부는 권력다툼으로 관리기능이 약화하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하면서 하층민에 대한 과중한 착취가 더해진 상황이었다. 결국 상층계급과 하층계급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농민과 노비의 반란이 빈발했다. 만적의 난은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지향하는 바가 뚜렷했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무신정변 이후 고관 대작이 천민 노예에서 많이 나왔다’는 말이 나온다. 즉 천민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신분 상승의식이 고조되어 있었다. 물론 노비들은 권문세족의 재산에 불과했지만 개중에는 신분 상승을 꾀하고 심지어는 관리로 임명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따라 노비들은 신분 질서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급기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반란을 일으켰다. 만적의 난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천민 봉기가 들불처럼 번졌다.

조선시대에 일어난 대표적인 마이너리거의 반란은 양주 출신 백정인 임꺽정이 일으킨 봉기다. 임꺽정은 실존 인물인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의적(義賊)’이라고 불린다. 도적질을 하지만 자신의 배만 불리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기 때문이다. 의적은 나라가 어렵고 탐관오리가 횡행할 때 나타난다. 홍길동은 연산군 때, 임꺽정은 명종 때, 장길산은 조선 숙종 시기에 활약했던 인물이다. 모두 부패한 관료들의 매관매직으로 백성들의 삶이 황폐화 됐던 때였다.

『명종실록』에 따르면 임꺽정의 3년 민란은 1559년부터 1562년 사이에 벌어졌다. 명종 14년인 1559년대에는 탐관오리의 횡포로 임꺽정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도적떼가 창궐했다. 그중 임꺽정 일당은 몰락한 농민과 도망한 노비, 백정 등 당시 사회에서 천대와 수탈을 받던 하층민들로 이뤄져 있 었다.

임꺽정은 비록 체포됐지만 그의 활동은 단순한 도적질을 넘어 지배계급에 억눌려 온 피지배계급의 저항이었다. 최남선, 이광수와 함께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린 벽초 홍명희는 소설 『임꺽정』을 통해 일제의 침략으로 수탈당하던 민중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줬다. 『임꺽정』 스토리는 오늘날까지 TV 드라마 등으로 각색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지배계급의 이름만 바뀔 뿐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거는 고단한 현실을 딛고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이 아닐까. 고미숙 작가는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2009)에서 이 시대 마이너리거들에게 순응이 아닌 반란을 권유한다. “백수에 가까운 경제 능력을 갖질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파트 전세가 아니라 생각을 나눌 친구들이다. 너희들만의 사상을 만들고, 조직을 만들어 시대에 저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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