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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사람들, 오피스빌런 대처법 :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

HR매거진 2024.02.16 19:21 836 0
 
직장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윤리의식 및 인격상 결함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오피스빌런'들을 마주하곤 한다. HR Insight는 이번 신년호부터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함께 골머리만 앓으며 외면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선 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법을 안내한다. 첫 회차인 이번 호에서는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노동조사(Workplace investigations)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배임 등 기업 임직원의 비위행위 사실을 밝히는 일련의 활동이다. 관련 법을 해석해 주어진 사실에 적용하는 활동이 아니라, 사실Fact 그 자체의 확정에 관한 것이다. 

노동조사에서는 특히 일회성 비위행위자가 아니라, 윤리의식 및 인격상 결함으로 기업 경영상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오피스빌런'과 같은 악성 직원의 비위행위가 그 대상이 되면 향후 이어질 분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때문에 감사, 진단, 인사부서에 의해, 때로 복잡하거나 고위임원이 관여된 중요 사안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 노동조사를 수행하는 경우도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동조사를 잘 수행하려면 그 담당자에게는 밝혀야 할 사실을 안내할 법 지식은 물론, 오피스빌런의 심리, 의사결정, 위기협상, 위기관리와 같은 인접 영역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해가 필요하다. 


▶ 노동조사 그리고 편향 
필자는 기업 노동 변호사로서 일찍이 노동조사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숱한 기업과 관련된 노동조사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사나 인접 영역에 관한 책과 기사는 관심을 기울여 찾아 읽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편향(Bias)을 다루는 심리와 의사결정 영역의 글을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편향에 관한 책은 아주 많은데, 이 중 필자가 실제로 읽어본 책 중에서는 《선택설계자들》이나 《감정독재》가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춰 편향을 총망라해 설명한 유익한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가진 편향 종류와 양상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에도 편향에 관한 유익한 글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출처가 흥미로웠다. 편향이라는 주제는 일반적으로 심리나 의사결정을 다룬 책에서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글은 독특하게도 노동조사를 주제로 한 본격 실무서인 《HR Guide to Workplace Investigations(이하 'HR Guide')》에 실려 있다. 캐나다 노동조사 전문 로펌 루빈 톰린슨(Rubin Thomlinson)의 파트너 변호사인 크리스틴 톰린슨(Christine Thomlinson)과  제니스 루빈(Janice Rubin)이 저술한 이 책은 노동조사 원칙, 조사 인터뷰, 사실 확정, 조사보고서 등 노동조사 담당자가 유념할 사항을 두루 다루고 있는데, 편향 극복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한 장(章)을 할애하고 있다. 노동조사 수행 과정에서 편향 극복의 어려움을 항상 실감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 고민인지 직접 확인할 기회는 없었는데, 해당 저서를 읽으며 비로소 편향이 노동조사 담당자라면 어디에서건 마주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다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노동조사에 악영향을 주는 편향의 종류
HR Guide가 노동조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지적한 편향은 여럿이다. 구체적으로 ▲사전 믿음을 강화하는 증거만 찾는 사후 확신 편향(Confirmation Bias) ▲처음 들은 진술을 더 선호하는 선행효과 편향(Primacy Effect) ▲사고 발생에 피해자 잘못이 있었을 것으로 믿는 방어적 귀속 편향(Defensive Attribution Bias) ▲상대방이 듣고 싶은 판단을 하는 예의 편향(Courtesy Bias) ▲조사 과정에서 호감을 준 당사자 진술의 진실성을 높게 평가하는 친밀감 편향(Affinity/Likeability Bias)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피해자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감 격차(Empathy Gap) ▲반복된 비난의 진실성을 높게 평가하는 허위 진실 효과(The Illusory Truth Effect) ▲불필요하더라도 무조건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하는 정보 편향(Information Bias)의 8가지 편향이 소개되어 있다.

이 중 노동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편향은 사후 확신 편향이다. 이 편향은 노동조사 담당자 의식 기저에 착 달라붙어 쉴 새 없이 객관적 판단에 훼방을 놓는다. 일례로 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피해자의 생생하고 구체적 진술을 들을 때  종종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의 책임을 확신하고, 그 가정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을 때가 많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변 동료의 상반된 진술이나 후에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으로부터 유력한 반박이 나올 때가 문제다. 이 경우 처음의 확신은 자연스레 흔들리게 되는데, 이때는 처음에 피해자 편으로 기울었던 심증의 추가 중앙으로 이동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우를 맞닥뜨리면 처음 얻은 확신을 고수하려는 아주 강력한 관성의 작용을 느낄 때가 많다. 이 힘에 저항하고 힘겹게 판단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조사는 지연되고, 억울한 가해자를 만들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때로 잠자리까지 사나워진다.

사후 확신 편향은 노동조사뿐만 아니라 사실 확정이 필요한 모든 활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법원 판결에서도 이런 편향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오래전 개선된 사항인데도 현존하는 다른 문제 사유와 섞거나, 문제가 발견된 공정을 넘어 모든 공정에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 징계양정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감경사유에도 눈을 감고 해고라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직진하는 판결이 그러한 예다. 

HR Guide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계획 오류 편향(Planning Fallacy Bias)도 노동조사 담당자가 조사 과정에서 흔히 경험하는 편향이다. 이 편향은 추가 비위 발견으로 인한 조사범위 확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의 방어권 주장 같은 돌발사태, 일정 조정 필요 등의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고려하지 않아 조사 기간을 비현실적으로 짧게 잡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사 의뢰 기업은 비위행위로 흐트러진 사내질서를 조속히 정상화하려고 조사 기간 단축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요구와 계획 오류 편향이 합류해 상승효과를 일으키면 조사 기간이 턱없이 부족해지기 쉽다. 이 경우에는 조사 기간 연장이 부득이해 당사자 불만이 초래되고, 기한에 쫓긴 탓에 불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질 위험이 크다. 그래서 필자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조사 기간의 1.5배나 2배를 제시하면서 기업을 설득하거나, 다른 방도 없이 정 빡빡한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면 조사대상을 한정하는 때가 많다. 

편향, 어떻게 볼 것인가 
편향은 때로 사실 확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편향에 근거했더라도 보통 상황에서는 정확할 때도 많다. 복잡한 사실 판단에 쓰일 인지적 수고를 아끼게 하고 사건을 패턴화해서 효율적으로 파악하도록 한다.

우리 인식 구조에 왜 편향이 자리 잡았는지 살펴볼 때 '편향 극복은 금방 해결하면 된다'고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까마득한 세월 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주변 사태를 어림짐작하는 심리 기제를 갖도록 적응했고, 편향은 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편향과 함께 살아갈 숙명을 타고났다. 초월적 경지에 달한 도인道人이 아닌 이상 이런 편향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다. 

다만 노동조사에서 편향은 절대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골칫거리다. 노동조사는 고도의 개연성 있는 사실관계 확정을 사명으로 한다. 대충 맞는, 그럴듯한 정도로는 안 된다. 편향이 우리 본성이라는 사실이 엉성한 사실 판단을 옹호할 변명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노동조사는 증거에 입각해 진상을 밝혀 조사 보고서에서 재현하는 활동이며, 이를 위해 정교하게 고안된 일련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편향을 극복해 모순되기 십상인 당사자 진술의 이면을 헤집어 진상을 밝혀, 그 뒤에 이어질 인사조치, 징계절차, 분쟁 대응 등의 조치를 위한 튼튼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향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어질 인사조치 등에서 꼭 탈이 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래서 노동조사 담당자는 편향과 싸워 이길 버거운 책임을 숙명처럼 달고 산다. 

▶ 겸허함, 제도와 절차의 보완, 그리고 사명감  
HR Guide는 조사 담당자가 편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다양한 실무적 팁을 제시한다. 예컨대, 사후 확신 편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배경 정보(Background information)의 무분별한 수집을 자제하고 ▲증거를 달리 해석하는 설명(Alternate theories)이 없는지 확인하고 ▲개방 질문(Open-ended questions)을 하고 유도 질문을 피하도록 한다. 귀담아들어야 할 유용하고 꼭 필요한 조언이다. 

하지만 이런 자기계발성 조언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런 조언을 명심해 신중하게 조사에 임하더라도, 노동조사 담당자는 뿌리 깊은 편향 앞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다. 편향에 빠질 위험은 이만하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지 않는다. 개인적 노력만으로 편향을 극복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어떤 편향을 힘겹게 이겨냈다고 그것이 끝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편향은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또 다른 편향이 진상 발견으로 가는 길을 다시금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편향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기업과 노동조사 담당자는 편향 극복의 책임을 노동조사 담당자에게 돌리는 방안의 한계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편향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더 본격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으로, 노동조사 담당자가 올바른 사실 판단을 내리게 돕는 절차(Process)를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다른 조사 경험이 많은 동료들과 팀을 이루어 협업하며, 일정 시점에서 활발한 의사교환을 통해 처음 내린 가정을 원점부터 검토하는 절차를 둔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라면, 피해자를 조사한 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료 직원의 진술을 듣기 전에 가해자를 먼저 인터뷰하도록 순서를 정해 선행효과 편향을 줄인다 ▲모든 혐의사실 인정과 그 증거에 대응하는 사실확인 테이블을 포함한 조사보고서 기본 양식을 채택한다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면 의도적으로 반대 결론을 뒷받침하는 조사보고서를 따로 써서 양자를 비교하는 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 

이런 절차 실행 외에, 노동조사 담당자가 노동조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해 사명감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노동조사는 혐의가 밝혀지건 그렇지 않건, 관련 직원 신상, 지위, 기업관에 상당한 변동을 가져온다. 그 변동은 징계, 고소, 손해배상일 경우도 있고, 기업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 상실일 수도 있다.

노동조사 담당자는 편향의 강고한 힘을 어떻게든 극복해 진상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자세, 올바른 절차를 고수하는 태도, 현명한 판단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노력을 평소 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그런 노력을 교육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조사는 정확한 사실 판단, 신속한 사건 종결을 통해 사내 질서를 회복하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물론 말이 쉽지 실행은 어렵다. 그러나 적정한 노동조사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현실에서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가치는 충분하다. 기업과 노동조사 담당자 모두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할 때다. 

 

Posted by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노동조사센터장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4. 1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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