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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좀먹는 고인물 문화_우리 조직에도 고인물이 있을까?

HR매거진 2020.05.13 10:19 1486 0

 

 

 

'고인물 문화'는 성장이 빠른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원주민인 창업 초기 멤버들과 조직이 확장되고 관료화된 후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간에 권력거리가 생기는 데에서 나타난다. 사내 정치력과 영향력을 가진 창업 초기 멤버들이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고, 직책자들이 그들을 컨트롤하지 못해 '고인물'이 되는 순간, 회사에는 재앙이 찾아온다. 본 고에서는 2회에 걸쳐 조직을 좀먹는 고인물 문화와 고인물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팀장님. 회사에 기강이 없는 것 같아요."

 

군대도 아니고 회사에서 기강이라니? 그것도 직책자가 아닌 팀원 한 명이 작심하고 던진 폭탄 발언에 팀장님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몇몇 팀원이 출근 직후 사내 커피숍으로 곧장 내려가 30분 이상 시간을 보내고, 1시간을 쓰라고 주어진 점심시간엔 1시간짜리 취미 클래스에 다녀오는 등 업무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들이 일상이 되면서 쌓여있던 팀 내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 멋쩍은 듯 팀장님은 깊은 숨을 고르며 손가락을 움켰다 폈다 했다. 팀장님은 뻔히 보이는 갈등의 골 앞에서 끝내 직면하지 않고 대화의 주제를 돌려버렸다. 잠시 피한다고 팀 내 갈등이 없었던 듯 땅으로 꺼질 일은 만무했다. 고인물처럼 썩어가던 조직문화의 균열은 그렇게 커져가고 있었다.

 

고인물의 탄생

필자가 다니던 한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IT회사였다. 창업 후 몇 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빠르게 성장하던 이 회사는 내가 합류할 무렵 어느새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입사 초기 가장 적응이 어려웠던 것은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 호칭문화였다. 근속연수가 긴 창업 초기 멤버들 사이에는 배고픈 시절을 함께 보내며 끈끈한 동아리 문화가 형성됐다. 자연스레 형, 누나, 동생으로 부르는 그들만의 호칭문화가 만들어졌다. 반면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합류한 신규 입사자들은 'ㅇㅇㅇ 대리님'처럼 서로의 직급을 불렀다. 문제는 사석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필요에 따라 서로의 호칭을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초기 멤버들은 조직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군계일학의 성과를 거둔 인력들은 고속 승진을 해 부문장 혹은 CXO 레벨이 됐고 직책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팀의 주요 멤버로 자리했다.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고 있어서였을까? 직책자가 됐다고 180도 돌변해 철벽을 치는 사람도 없었고, 팀원이라고 주눅 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독특한 배경 속에서 형 동생 문화는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새로 회사에 들어온 이주민들과 초창기부터 회사와 함께 커온 원주민들이 느끼는 권력거리는 누가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주민들이 관료화되어 버린 조직구조에 맞춰 업무진행을 위한 프로세스를 철저히 지켜갈 때 원주민들은 형 동생 문화의 최대 수혜자로 업무 프로세스를 두세 단계씩 건너뛰면서 일을 쉽게 풀어나갔다.

 

그들이 도전적으로 일하고, 새로이 합류하는 멤버들에게도 동등한 호칭 문화를 이어갔다면 이는 조직만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변화와 도전을 멀리하면서 새로운 멤버들에게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 자신들과 여러 모임을 통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들어와야만 형 동생 문화를 허용했고, 이는 학창 시절에 보던 '일진 놀이'와 닮아있었다. 조직에서 친한 형 동생이 많은 것은 업무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값비싼 통행권 같아 보였다.

 

고인물들도 잘하는 것이 있다

고인물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며 성장한 직원들에게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무적 강점들이 있다.

 

직책자들은 이들의 사내 정치력과 영향력을 알기에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또 적절히 이용하고 의지한다. 하지만 오래 일한 직원이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고, 직책자들도 그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순간 회사에는 재앙이 찾아온다.

 

고인물은 작은 웅덩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의 큰 호수가 되어 의욕과 패기가 넘치는 깨끗한 물까지 집어삼킨다. 합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가로막고, 새로운 시각을 배척한다. 작은 물줄기가 호수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열심히 하는 나만 바보'라는 생각이 조직에 퍼지는 순간

심리학에서는 '동조 효과'라는 이론으로 고인물 문화가 퍼져나가는 현상을 설명한다. 동조 효과란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개인이 태도와 행동을 자신의 본래 의지와 다르게 취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명의 고인물은 주변을 무섭도록 빠르게 물들이고 만다. 도전적인 목표는 점점 사라지고, 하던 업무를 기존 대행사와 계속해간다. 도전의식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는 일들이 사라진다. 팀워크는 점점 느슨해진다.

 

조직에서 겪어온 고인물들은 비슷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의 특징적인 행동은 새로 합류해 도전과 성장 욕구가 가득한 이들에게도 박탈감을 줬다.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하려던 사람들 조차 '열심히 하는 나만 바보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조직은 생명을 잃고 시들시들해진다. 심지어 조직을 떠난다. 고인물이 방치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서서히 조직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인물인가? 셀프 체크 리스트

필자가 겪은 고인물 문화의 특징을 가져와 고인물 셀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봤다.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나 혹은 우리 조직도 고인물 진입단계일지 모른다. 자나 깨나 고인물이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자.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HR담당자나 리더라면 이 고인물 문화를 정면으로 깨부숴야 한다.

 

▷체크 1  그들은 고인물 Zone에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이론을 통해 몰입과 실력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그래프를 보면서 재밌던 사실은 고인물은 공통적으로 업무에 무관심하거나, 권태롭거나, 지나치게 느긋한 하단 영역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모든 원인은 이들의 전문성 혹은 문제해결력보다 쉬운 업무 난이도에 있다. 수년간 똑같은 업무방식을 반복하며 비슷한 수준의 결과가 나와도 스스로 개선 의지가 없다. 혹은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강한 피드백이 없는 경우다.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정보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고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쉬운 일일 뿐이다.

 

만약 우리 조직구성원들의 모습이 권태롭거나 지나치게 느긋해 보인다면 성장하지 않고 멈춰있다는 증거다. 각자의 경력개발과 전문성 개발을 위해 역할 변화를 요청하거나 업무 난이도를 적절히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체크 2  그들에게 9시 1분은 8시 59분이다

고인물의 업무시간은 사적 영역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근로계약서 상에는 50분 업무 후 10분의 휴게시간이 명시돼 있지만 그들의 휴게시간은 고무줄이다. 출근 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커피숍 그리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다. 책상 위에 있는 가방만이 그들의 자리를 우두커니 지킨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십 분씩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1시간이 주어지는 점심시간에 이동거리와 준비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1시간짜리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 업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한다. 병원에 잠깐 다녀오는 것은 양반이다. 회사는 정해진 롤 플레이를 하러 오는 곳인데 그들에게 회사는 자유도 높기로 유명한 GTA 게임 속에 등장하는 산 안드레아스 같은 도시다.

 

체크 3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보고서의 오타를 발견하고 지적하는 상사에게 "역시 예리하시네요" 혹은 "빨간펜 선생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넘긴다. 직책자는 그동안의 관계 때문에 멋쩍게 웃고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크게 혼나는 법이 없으니 심각함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보고 전에 몇 번씩 퇴고를 거치며 비문과 오탈자를 찾던 초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유는 간단하다. 틀려도 지적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며 직책자와의 관계는 촘촘하다. 그렇게 날카로웠던 그들의 시야와 깊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던 훌륭한 감각은 점점 퇴화된다.

 

체크 4  변화를 거부한다

그들은 지독히 하던 방식을 고수한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길 바라는 의욕 넘치는 후배들,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답답해하는 동료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순다. "내가 알아. OO팀장님이 이런 것 제일 싫어하시는 거 몰라?"와 같은 말들로 직책자의 의견을 다 알듯이 대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뭉갠다. 결국 하던 업무에 양념만 조금 가미해서 다시 비슷하게 진행한다. 호박에 줄을 그어 이번엔 수박이라고 내놓는 꼴이다. 그들의 주장은 나름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조직은 결국 하던 일을 하던 방식대로 반복하며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화된 성과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고객들의 반응은 거짓말을 안 한다. 점점 변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에 식상함을 느끼고 떠나간다.

 

체크 5  조직 내 사모임이 많다

사내 정치는 명백히 순기능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참여하는 사모임은 그리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은 사모임을 통해 험담을 하고, 나쁜 소문을 확산시킨다. 결국 그들은 자기편에 서야만 난처함을 피할 수 있는 '일진 놀이'를 공고히 하며, 미운털 박힌 사람과 특정 조직에 대한 편견을 조직에 가득 채운다. 자신들의 맘에 드는 동료는 내 편, 맘에 들지 않는 동료는 네 편으로 편을 가른다. 함께 힘을 모아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서 이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

 

다섯가지 체크리스트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넓게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고인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조직에 있는 고인물들을 그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흐르는 물은 종종 예측 가능한 경로를 벗어난다. 바위에 부딪혀 옆으로 튀어 나가고, 작은 샛길로 한눈을 팔기도 한다.

 

물을 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현상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성가신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돌발 상황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변화의 속성이며, 물을 썩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 다음호에서는 고인물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코모레비 브런치 작가

(* 심리학을 전공한 인사담당자. 유통-IT-제조 등 다양한 산업과 조직문화를 경험했다.)

 

 

본 기사는 월간 HR Insight 2020. 4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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